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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강탈국가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강탈의 역사》(책갈피):
이스라엘 국가의 본질적 성격을 밝히는 명저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얼마 전 작고한 유대계 사회주의자 존 로즈가 1986년에 쓴 《강탈국가 이스라엘》(책갈피)은 이 질문에 답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저작의 하나다.

《강탈국가 이스라엘》 존 로즈 지음, 이정구 옮김, 책갈피, 184쪽, 9000원

이 책의 열정적이고 의분을 자아내는 메시지는 한 세대의 사회주의자들이 중동에서의 미국 주도 제국주의 질서를 들춰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출간 후 거의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로즈가 개괄한 제국주의 체제의 기본 역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이스라엘 신문 〈하아레츠〉의 유명한 1951년 기사를 인용하며 시작한다. “이스라엘은 경비견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미국과 영국의 바람을 대놓고 거스르면서 아랍 국가들을 적대하는 정책을 펼지도 모른다고 우려하지 마시라.

“반면, 어떤 이유에서든 서방 열강이 모르는 체하기를 선호하는 때가 오면, 이스라엘은 정도를 넘어선 결례를 서방에 범한 이웃 국가들을 응징하는 일을 듬직하게 맡을 수 있다.”

무자비하고 확신에 찬 서방 이익의 수호자가 되겠다는 이스라엘의 제안은 이르면 1950년대에 이미 상당히 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은 전환점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일련의 전격전으로 이집트·시리아 군대에 굴욕을 안겼다.

미국 지배계급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 그 전까지도 꾸준히 제공하던 무기·경제 원조를 막대한 규모로 늘렸다.

로즈가 지적했듯 이런 총애의 근저에 깔린 동기는 이스라엘 지배계급의 시온주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중동의 석유가 세계경제에서 갖는 결정적 중요성이었다. 미국은 그 핵심 자원을 지배하기 위해 아랍 국가들에 투자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그 아랍 국가의 지배자들에게 의존해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 한 것이다.

로즈는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과 아랍 정권 지원이 어떻게 서로를 보완하는지 명쾌하게 분석했다. 비록 각각을 위해서 사뭇 다른 수사가 동원됐지만 말이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중동 정책의 초석이라고 로즈는 지적했다. 1973년 대체로 중동 국가들로 이뤄진 산유국 카르텔인 오펙(OPEC)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국가들에 석유 수출을 중단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 지배계급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미국 지배계급은 서방 경제가 일시적으로 고통을 받더라도 이스라엘에 계속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선호했다.

포악해질 대로 포악해진 경비견의 리드줄을 다시 잡게 된 전쟁광. ‘11·10 팔레스타인 연대 집중 행동의 날’ ⓒ이미진

미국의 중동 지배 체제의 핵심에 있는 그 관계, 즉 미국 지배계급과 그 경비견을 자임한 이스라엘의 관계는 오늘날에도 근본에서 같다.

이스라엘에 감히 대들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내리는 “처벌”은 그 어느 때보다 야만적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계속 공급하고 있다.

변화한 것은 둘 사이의 상대적 세력 균형이다. 1986년에 이스라엘 경제는 세 자릿수 물가 상승률에 시달리고, 미국의 막대한 직접 원조로 연명하는 상태였다.

오늘날에는 더는 그렇지 않다. 미국의 이스라엘 경제 원조는 점진적으로 축소돼서 20여 년 전에 종료됐다. 이스라엘은 더는 그런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제공한 막대한 보조금으로 육성된 첨단 기술 경제가 성공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군사적 지원은 또 다른 문제다. 미국은 이번 회계년도에만 110억 달러[16조 원]가 넘는 군사 지원을 했다.

제국주의 중심부는 힘을 소진했지만 이스라엘 지배계급의 자신감은 높아져 왔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에게 미국의 지원이 필요 없다거나 주객이 전도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지원하에서 이스라엘 지배계급이 자신의 목적을 관철시킬 여지가 더 늘어났다.

이스라엘의 경비견 구실이 낳는 결과에 대한 로즈의 분석은 비극적인 방식으로 입증됐다.

정착자 사회에 둘러친 성곽 안에 갇힌 유대계 이스라엘인 대부분은 식민주의적 세계관에 사로잡혀 있다. 로즈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1960년대에 아랍계 알제리인들에 ‘포위돼’ 있던 프랑스인들,” “남아공에서 흑인들에게 ‘포위돼’ 있던 유럽계 백인들”의 세계관에 유비했다.

로즈는 유대인 사회주의자로서 그가 역사의 어느 편인지를 분명히 했다. 바로 팔레스타인 해방과 “경비견 국가” 이스라엘의 종말을 위해 투쟁하는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