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우경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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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저항 분쇄 못한 시온주의의 논리적 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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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스라엘을 이끌고 있는 것은 인종 학살을 완수하려 기를 쓰는 극우 정부다. 그러나 그 정부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와, 파시스트를 자처하는 베잘렐 스모트리치와 이타마르 벤그비르 같은 극우 장관들만 문제인 것이 아니다.
시온주의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전에도, 건국 와중에도, 건국 후에도 줄곧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하려고 폭력을 휘둘러 왔다. 더욱이 이스라엘 국가·사회는 건국 후 수십 년에 걸쳐 우경화해 왔고, 네타냐후 정부는 바로 그 우경화의 결과다.

그런 우경화는 우연이 아니다. 시온주의의 정착자 식민 점령 논리 그 자체에서, 또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분쇄하지 못한다는 데서 비롯한다.
폭력으로 점철된 이스라엘 건국을 추동한 핵심 세력은, 좌파적 언사를 동원했던 시온주의 조류 ‘노동 시온주의’였다. 이스라엘 초대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은 “오직 히브리인의 노동으로 생산된 재화만이 국민적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즉, 팔레스타인인들은 추방돼야 했다.
1948년에 시온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인 75만 명을 내몬 사건 ‘나크바’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약화시켰다.
심지어 1969년에도 당시 이스라엘 노동당 소속 총리 골다 메이어는 “팔레스타인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우겼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고 있었다. 1960년대 후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무장 투쟁을 전개했고, 1973년에는 이스라엘이 아랍 민족주의 정권들에게서 기습 공격을 당했다.
한편, 이스라엘 안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서 강탈한 것들을 어떻게 분배해야 좋을지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었다.
1950년대에 미즈라히·세파르디 유대인들이 잇달아 이스라엘에 정착했지만, 그들은 그 전부터 정착해 있던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에게서 천대를 받았다. 특히 [북아프리카·아시아 등지에서 온] 미즈라히 유대인들은 열악한 하급 정착지로 내몰렸다.
그 갈등 때문에 [더 우익적인] ‘수정주의’ 정당 리쿠드당이 “미즈라히 유대인들의 억하심정, 1973년 아랍 국가들의 공격으로 받은 충격, 팔레스타인인들의 계속되는 저항에 대한 분노”에 올라탈 수 있었다고 유대계 영국인 혁명적 사회주의자 롭 퍼거슨은 썼다.
리쿠드당은 1977년 이스라엘 총선에서 승리했다.(지금은 네타냐후가 리쿠드당을 이끌고 있다.)
패턴
이는 이후 계속될 패턴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분쇄하는 데에 실패할 때마다 이전보다 더 우경화한 버전의 시온주의 세력이 더 극단적 해법을 약속하며 부상하는 패턴 말이다.
이스라엘이 공격적 팽창과 폭력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분쇄하려 시도하는 것이 일상적 상태가 됐다. PLO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으로 격퇴당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분쇄되지 않았다.
1987~1993년 대중 항쟁 제1차 ‘인티파다’ 동안 이스라엘은 인종 분리 정책을 심화시키는 한편, 언젠가는 오슬로 협정에 기초한 “두 국가 해법”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기존 주류보다 훨씬 우경적인 국민 종교 시온주의 경향이 부상해,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 “평화 프로세스”조차 [너무 많이 양보한 것이라며] 반대했다.
애초에 ‘수정주의’적 시온주의가 부상한 것도 아랍 세계의 저항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와 마찬가지 역학으로, 국민종교시온주의당의 지도자 베잘렐 스모트리치와 유대인권력당의 지도자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부상했다. 2022년 선거에서 스모트리치와 벤그비르가 ‘킹메이커’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2021년]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 전역에서 분출한 대중 저항 ‘단결 인티파다’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우경적인 집단이 청년층이라는 사실 역시 그런 극우화 역학을 뒷받침하는 한 사례다. 유대계 이스라엘인 청년(18~34세) 중 ‘두 국가 방안’이나마 지지하는 비율은 20퍼센트밖에 안 된다.
그러나 스모트리치와 벤그비르 모두 극우 정치를 의회 바깥에서도 구현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극우적 인종청소를 자행한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휘두르는 정착자들의 폭력을 적극 부추기고 이끌며, 정착자들의 팔레스타인인 살해를 추켜세운다. 이번 달에도 벤그비르는 수천 명을 이끌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성지] 알아크사 사원을 습격했다.
그런 극우들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네타냐후의 연정은 붕괴할 것이다. 그러나 극우 정착자들은 심지어 이스라엘군과도 충돌을 빚는데, 이는 이스라엘이 처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고 균열이 깊다는 것을 보여 준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계속 굳건히 버티고 있기 때문에 시온주의는 여전히 약속한 바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시온주의는 2023년 10월 7일 직후 폭격이라는 수단을 동원했고, 이제는 구호 물자를 살해 수단으로 이용하고 강제 수용소 건설과 인종청소를 계획하는 등 잔혹함을 더해 왔다.
이스라엘은 자신의 식민 점령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점점 더 극단적인 조처들을 동원하게 될 것이다. 정착자 식민 국가 이스라엘 전체가 타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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