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레바논인 활동가 인터뷰:
“팔레스타인과 아랍 세계의 해방은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18일 레바논인 라니아 하페즈를 서울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영국 그리니지 대학교 강사이자 활동가이고, 10월 6일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가자 학살 1년, 국제 행동의 날’에 연설한 바 있다.

“레바논에서 손 떼라!”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집회에서 연설하는 하페즈 ⓒ제공 라니아 하페즈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때문에 레바논을 공격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헤즈볼라와 싸운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민간인을 고의로 죽이고,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제 사촌의 집도 폭격당했습니다. 운이 좋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뇌종양을 앓고 있어서 요양 때문에 집을 비운 상황이었습니다. 집을 대체 왜 폭격하는 것입니까?

이스라엘은 “부수적 피해”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다른 곳을 폭격하는 것은 정당합니까?

지금 레바논 남부는 폐허가 됐습니다. 나바티에라는 남부 도시에서는 시민이 선출한 시장까지 폭격으로 사망했습니다. 이런 행동이 헤즈볼라랑 무슨 상관입니까?

이스라엘은 우리 레바논인들과 레바논 정치조직들에 이런저런 딱지를 붙인 후, 그 중 하나를 구실로 삼는 것뿐입니다. 실제로는 중동 내 자신의 헤게모니와 이익을 지키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자신에 맞서는 세력을 모두 제압하려고 합니다.

우리 레바논인들이 종교와 종파별로 게토에 산다고들 하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 편견이 레바논에서 자행되는 살육을 정당화하는 데에 일조한다고 봅니다.

레바논에서 우리는 모두 섞여 삽니다. 시아파, 수니파, 드루즈, 기독교 등. 서울에서 사람들이 섞여 살 듯 말이죠. 폭격당한 제 사촌 동생도 수니파 무슬림이지만 그의 집은 기독교 지역이었던 즈가르타에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왜 레바논을 침공하나요?

레바논은 팔레스타인인 난민들이 최초로 찾은 곳입니다. 아직 이스라엘이 건국되기도 전인 1947년에 유대인으로 이뤄진 테러리스트 갱단이 팔레스타인인 마을들을 공격했을 때 팔레스타인인들은 레바논과 요르단으로 떠났습니다. 그들은 조만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아니었죠.

내 언니의 남편은 팔레스타인인이고, 그의 부모님은 나크바 때 레바논으로 도망쳐 왔습니다. 언니의 시할아버지는 유대인 테러리스트 갱단의 손에 목숨을 잃었고, 시할머니가 임신한 몸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레바논으로 온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레바논에는 자기 땅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또 마땅히 그럴 자격이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시온주의 국가는 이것이 못마땅한 것입니다. 자신은 “임자 없는 땅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아니, 그건 우리 땅이고 우리는 돌아가길 바란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여전히 귀환을 바라는 팔레스타인인들로 둘러싸여진 식민 정착민 국가에게 [침략 말고] 다른 길이 있을까요?

팔레스타인 해방과 레바논의 해방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겠군요.

레바논뿐 아니라 아랍 세계 전체의 해방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일부 아랍 정권들이 이스라엘과 거래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모두는 평화를 원합니다. 그러나 정의 없이는 평화가 가능하지 않습니다. 아랍 세계 심장부 한가운데에서 엄청난 불의가 자행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방치할 수 있습니까? 정의란 공평과 평등,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를 보장하고, 자신의 민족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토착민을 강탈하는 것에 기반한 국가가 존재한다면, 그건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서방 정부들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그들의 대리인처럼 행동합니다. 일종의 ‘대리인에 의한 식민지배’라고 할 법한 상황입니다.

저는 식민 정착민 국가에 ‘존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한 국가 방안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소수파가 온전한 권리를 누리고, 종교를 떠나 모두가 서로 존중하는 비종교적 국가 말입니다. 그것만이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헤즈볼라가 레바논의 리타니강(江) 북쪽로 물러나면 이스라엘이 전쟁을 멈출까요?

이스라엘은 언제나 리타니강 이남 지역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레바논 남부를 30년간 점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항이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이스라엘도 압니다.

비록 저는 헤즈볼라에 이견이 있지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점령에 저항하는 활동 속에서 부상했습니다.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점령했었다는 것을 모르거나 너무도 쉽게 잊습니다. 저는 어릴 때, 이스라엘이 베이루트와 남부를 주기적으로 폭격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헤즈볼라는 사회에 뿌리내린 정당입니다. 레바논에 드루즈교 정당, 수니파 정당, 마론파 정당 등이 있듯이 헤즈볼라도 그런 정당의 하나입니다. 저 자신은 ‘2019년 10월 17일’ 운동*의 참가자로서 헤즈볼라를 포함해 모든 레바논 정당을 거부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이건 레바논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할 영역입니다. 이스라엘이 우리더러 정치를 어떻게 하라고 참견할 일이 아닙니다. 리타니강 남쪽과 북쪽에 누가 살아야 한다고 참견할 권리가 이스라엘에게는 없습니다. 우리의 땅이고 우리가 알아서 판단할 것입니다.

레바논은 모든 레바논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다른 이들이 우리 레바논인들에게 어디에서 살아라 말아라 해서는 안 됩니다.

서울에서 열린 ‘가자 학살 1년 국제 행동의 날’에서 당신은 레바논인들이 굳건히 버티고 있다고 연설했습니다.

레바논에는 아이언돔도, F16 전투기도 없습니다. 레바논은 이번 전쟁이 터지기 전에도 정부가 돈이 없어 전기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나라였습니다. 말 그대로 자체방어 수단이 없는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를 식민 정착민 국가가 미국이 제공한 어마어마한 무기로 파괴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레바논인들에게는 살아남는 것이 저항입니다. 레바논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돕고 있습니다. 레바논 남부에 살던 이들이 [레바논 북단에 있는] 트리폴리까지 간 경우도 많습니다. 다시 말해, 시아파 사람들이 수니파 지역에서 환영받고 있습니다. “같은 동포”라며 말이죠.

피란민을 위해 빈방을 내주고, 제가 가던 극장 건물도 지금은 대피소로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저처럼 국외에 사는 레바논인들이 역할을 하도록 조직하는 활동도 활발합니다.

이런 활동의 상당 부분은 시민기구들이 진행합니다. 이들은 “모든 레바논인들을 위한 단일한 레바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종교와 종파에 따른 분단에 반대합니다. 2019년 10월 항쟁 당시에 활발하게 활동한 단체들이기도 합니다.

그날 서울 집회에 참가한 소감이 어떻습니까?

그날 집회는 아주 원칙 있고, 열정적이고, 또 무척 포용적이었습니다. 한국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전 세계 어디를 가든 팔레스타인 지지 운동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습니다.

최근에 저는 샤반 아흐메드 알달루의 영상을 봤습니다.[관련 기사: ‘이스라엘, 가자지구 병원에서 환자를 산 채로 불태우다’] 우리는 그런 모든 것의 증인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날 집회 연설에서도 참가자들에게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르는 사람들을 찾아서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라고 당부했던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레바논에서 왔고 거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설명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진상을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종 학살을 겪지 않기를 바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