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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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2023년 10월 7일의 1주년을 맞고 있다. 이스라엘은 인종 학살을 팔레스타인에서 지속하면서 레바논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한바탕 살육을 벌이고 있다.
이 몰아치는 만행은 서방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지원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프랑스는 무기 공급을 중단했을지 몰라도 미국이 공급하는 무기가 이스라엘군에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무기 수송을 위해 총력을 다하는 미국 국무부 관리들에게 와인을 박스째 선물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엄호하려고 지중해로 함대를 파견하고 중동에 지상군을 증파했다.
그러나 서방 정부들은 베냐민 네타냐후에게 공격을 자제하고 휴전을 합의하라고 간청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를 대놓고 업신여기며 무시하고 있다. 한 “유럽연합 고위 외교관”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불평했다. “우리가 사태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우울하다.”
이것은 이스라엘을 후원하는 막강한 미국에도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전직 이스라엘 외교관인 알론 핀카스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네타냐후는 바이든보다 계속 한 수 위에 있었다. ⋯ 바이든 정부는 마치 ‘우리는 가을철 이슬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축축하게 젖어서 맥이 빠져 있는 것은 계절 때문이 아니다. 네타냐후가 오줌을 오만 군데 갈겨 놓았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 특히 공화당 소속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953-61 재임]와 로널드 레이건[1981-89 재임]은 이스라엘 총리에게 물러서라고 다그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은 왜 주객이 전도된 듯한가?
자유주의적 좌파 경제사가인 애덤 투즈의 설명은 간단하고 바이든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바이든이 열성 시온주의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투즈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바이든이 이스라엘과 중동에 대해 일평생 취한 입장을 고려하면 지금 벌어지는 일에 놀라거나 의아해할 이유가 없다.”
이것은 진실의 일부일 뿐이다.
둘째, 이번 확전은 미국 정치 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와 맞물렸다. 다음 달 미국 대선이 열린다. 네타냐후는 미국 공화당 내 동맹자들을 이용해 민주당 소속 대통령들의 압박을 약화시켜 온 오랜 전력이 있다. 현재 네타냐후는 트럼프의 승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라고 이스라엘에 촉구하고 있다. 반면 해리스는 이스라엘 지지 유권자와 팔레스타인 지지 유권자 모두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셋째, 고전하고 있는 미국 제국주의의 이해관계가 있다. 미국은 중국이 자신의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것에 직면해 있다.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 둘 다 다른 국가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 향후에 대만을 둘러싸고 벌어질 수 있는 군사적 충돌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공세를 펴고 있는 러시아는 중국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 쟁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벌이는 전쟁과 중첩돼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을 이롭게 하지만 부담을 주기도 한다. 이란은 갈수록 중국·러시아와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너무 세게 타격하면 중국과 러시아도 전쟁에 끌려 들어올지 모른다.
중국과 러시아는 가자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국제적 위신 손상에서 득을 보려 해 왔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은 [2015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이스라엘과 체결한 ‘충돌 방지’ 협정을 지켰다. 즉,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내 러시아 기지를 타격하지 않는 한 시리아 내 다른 표적을 타격하는 것을 허용해 준 것이다. 그러나 푸틴은 이란을 일정 부분 보호해 주지 않으면 러시아의 위신도 손상될 것이라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불안정을 키워서 미국의 장악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미국 제국주의에 득이 될 수도 있다.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배후에 있는 ⋯ 미국 국가 안보 최고위 관리들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역사적 전기(轉機)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동 질서를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중동의 에너지 생산은 여전히 중요하다.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에 덜 의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이웃 국가들과의 충돌 때문에 서방 제국주의에게서 계속 무기와 돈을 지원받는 것 말고는 별다른 도리가 없는 동맹국이다.
서방 제국주의의 그러한 지원 덕분에 이스라엘은 안보·감시 기술의 혁신을 주도하게 됐다. 최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지도자들과 활동가들을 겨냥한 공격으로 그 기술력을 한껏 과시했다. 틀림없이 미국 국방부는 이스라엘의 기술력을 러시아·중국과의 대결에 동원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이게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수록 첨단 기술은 군사적 유용성이 떨어질 것이다. 고향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게릴라 전사들은 과거 이스라엘의 지상군 침공을 격퇴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이들은 결국 이스라엘군을 격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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