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학살 1년, 10.6 국제 행동의 날:
각양각색 2000여 명이 반시온주의·친팔레스타인 한 목소리를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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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전쟁을 팔레스타인 너머로 확대하는 가운데, 전국에서 온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2000여 명이 서울 도심에 모여 저항과 연대의 의지를 다시 확인하고 드높였다.(현장 영상)
10월 6일 일요일 서울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이 주최한 이 ‘가자 학살 1년 국제 행동의 날’은 그동안 팔연사가 연 집회 중 손꼽히게 규모가 컸다.
서울 59번, 부산 21번, 인천 20번, 울산 17번, 수원 16번, 원주 10번, 대구 3번, 안산 2번, 의정부 1번, 춘천 1번 등 통산 150번의 집회와 셀 수 없이 많은 홍보전 등, 지난해 10월 7일 직후부터 팔연사가 1년 내내 전국에서 기울인 노력의 결과다.
집회 사회를 맡은 서안지구 출신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씨는 포효하듯 소리쳤다.
“지난 1년 동안 시온주의자들은 우리가 지치기를, 멈추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주 거리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앞으로 행진하며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줬고, 이렇게 또다시 모였습니다.
“저들의 온갖 선동, 권력, 돈, 언론, 영향력도 우리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계속 가자지구 사람들의 편에 서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저희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여러분은 삶의 희망이고, 생명입니다!
“팔레스타인, 레바논, 예멘, 모든 억압받는 민중이 해방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계속 투쟁합시다!”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일부답게 이날 집회의 구성은 실로 글로벌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한국인들뿐 아니라 이집트·예멘·레바논 등에서 온 아랍인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덴마크·이탈리아·오스트레일리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인도·방글라데시·파키스탄·인도네시아·중국·일본 등 실로 오대양 육대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했다.
갓 걸음마를 뗀 아이들을 데리고 참가한 이주민 가족들, 지역 마스지드(이슬람 사원)에서 단체로 참가한 무슬림들, 팔연사 활동가들의 홍보전에서 소식을 접하고 동료들과 함께 온 이주노동자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가서 동료들에게 오늘 집회 소식을 알렸더니, 특근이 없는 친구들이 모두 여기 왔습니다.” 10여 명의 동료들과 함께 참가한 어느 방글라데시인 이주노동자의 말이다.
부산에서 온 이집트인 아무르 씨는 내외국인 동료들과 함께 버스를 대절해 서울 집회로 왔다며 이렇게 전했다. “부산에서도 1년 동안 인종 학살을 규탄하는 운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부산 시내에서 수십 번의 시위를 벌였어요.”
전날인 10월 5일 토요일 30만 시위를 벌인 영국의 연대체 전쟁저지연합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연대 메시지를 보내 왔다. “저희는 전 세계 반전 운동의 일부로서 계속 시위를 이어갈 것입니다. 한국의 행동도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전문 보기)
여러 팔레스타인인들이 커다란 대열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 인천에 거주하는 한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은 온 가족과 함께 참가했다. “이곳은 인류애의 정점이에요. 계속되는 학살을 보며 정의가 사라졌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여기서 저는 정의가 살아 있음을 느껴요.”
집회 대열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깃발과 레바논 깃발이 함께 휘날렸다. 가자 학살도 모자라 레바논 확전까지 도모하는 이스라엘을 향한 분노가 피부로 느껴졌다.
영국에서 온 레바논인 라니아 씨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규탄했다. “제 사촌이 지금 베이루트에 있습니다. 어젯밤 공격이 가장 치열했다고 해요. 이스라엘이 백린탄을 투하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온 가족과 함께 집회에 온 인도인 여성 누스라트 씨도 이렇게 말했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 학살자들은 인명을 살상할 뿐 아니라, 집과 기반 시설을 파괴해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정상적 삶을 박탈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오늘 열린 이런 대규모 시위는 전 세계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하며 정의와 평화를 절실히 외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연단에 오른 연사들도 일제히 그런 메시지를 강조했다. 첫 발언자인 가자지구 출신 재한 팔레스타인인 마르얌 씨가 외쳤다. “마치 자갈이 쌓여 산이 되듯, 인종 학살을 규탄하는 우리의 말들은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전례 없는 학살과 파괴는 모든 세대의 마음 속에 엄청난 적개심과 분노가 자라나게 하고 있습니다. 그 분노는 불꽃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바로 시온주의 테러리스트들을 불태우고 역사상 가장 위험한 압제자들을 쓸어 낼 불꽃 말입니다.”
다음으로 런던에서 온 레바논인 라니아 하페즈 씨가 연단에 올랐다. 그녀가 레바논 국기를 펼치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지금 레바논에는 제 가족 친지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한국에서 이렇게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나 뜻깊은 일입니다.
“우리의 투쟁이 세계 곳곳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로 더 뻗쳐 나가고 더 커져야 합니다. 식민주의·제국주의·불의·착취에 맞선 이 투쟁을 더 널리 알립시다.”
고려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쿠피야의 집행부원 오수진 씨의 발언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학생들의 투지를 보여 줬다. 여러 대학에서 함께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을 건설해 온 학생들이 연단 앞에 함께 섰다.
“이스라엘은 2006년에도 [레바논인들의 저항에 밀려] 33일 만에 패배했고, 무엇보다 지난 76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독립 의지를 꺾지 못했습니다.
“시온주의에 패배를 안겨 줍시다. 지난 1년 동안 대학과 거리에서 그래 왔듯이 우리가 팔레스타인의 진실과 대의, 저항을 알려 나갑시다.”
독일인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 헨리케 씨는 “학살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힘을 북돋고 싶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또 전 세계에서 이토록 거대한 운동을 만들어 냈습니다.
“우리는 지금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시온주의 프로파간다에 굴하지 맙시다. 정치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에도 굳건히 맞서 싸웁시다. 평화·자유·정의·인권·팔레스타인을 위해 싸웁시다.
“우리가 다수이고 우리가 더 강합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평화·통일 활동가 홍덕진 목사도, 이스라엘을 정의의 군대인 양 묘사하고 무슬림을 악마화하는 주류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며 기독교인으로서 “그런 입장에 반대한다”며 아랍인들의 저항에 연대를 표했다.
마지막 발언자는 1년 동안 팔연사의 든든한 일부로서 함께 연대를 건설해 온 이집트인 정치 활동가 무함마드 씨였다.
“‘알 아크사 홍수’[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 작전은 억압에 맞선 투쟁이었습니다.
“점령에 맞선 저항이 지속되는 한 점령자들은 결코 승리할 수 없습니다. 자유와 존엄을 위해 굳건하게 목소리를 높여 갑시다.”
집회 장소 한켠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앞장서 온 이집트 난민들이 난민 인정 소송을 위한 탄원서 연명을 받았고, 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팔레스타인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부스와, 팔레스타인 지명이 담긴 지도 일러스트를 액자에 담아 판매하는 부스도 호응이 뜨거웠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힘찬 기세로 행진을 시작해 이스라엘 대사관과 미국 대사관 앞을 거쳐 종로와 인사동 거리를 누볐다.
대열은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스코틀랜드에서 온 크리스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평소에도 행진에 호응이 좋았지만 오늘은 특히 더 뜨거웠어요.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행진에 합류하는 것을 두 차례나 봤어요. 행진의 규모가 크고 기세가 좋았던 것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한 분노가 큰 영향도 있다고 봐요.
“앞으로도 우리 운동이 더 커질 가능성을 본 것 같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유학생 아자맛 씨도 크게 고무됐다. “이런 멋진 광경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낸 것입니다.
“매번 집회가 커지고 있어요. 우리는 앞으로도 이렇게 운동을 키워 나갈 수 있고, 그래야 해요.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행진은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마무리됐다. 지난 1년 동안 운동에 함께해 온 살라흐엘딘 한국외대 아랍어과 부교수는 감동을 전했다. ”굉장합니다. 오늘은 매우 뜻깊은 날이에요.
“서울 바깥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왔어요.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표하고자 하는 한국의 모든 사람들이 모인 것 같습니다.”
참가자들은 다음 주 토요일인 10월 12일(토) 오후에 서울에서 또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며 집회와 행진을 마무리했다.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글로벌 운동의 일부로서 “모든 억압받는 민중이 해방되고 자결권을 갖게 될 때까지”(헨리케 씨) 계속될 것이다. 본지 독자들 모두 함께 이 운동을 계속 굳건히 건설하자.
참가자들의 목소리
가자 전쟁이 시작된 이래 1년 동안 팔레스타인 대의에 연대하고 인종 학살을 막기 위해 함께 시위한 한국인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지난 365일 동안 가자지구를 지지하며 노력해 온 조직자들의 노력에 매번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런 노력 덕에 저희는 여러분과 함께하게 됐고, 이제 우리 모두가 인류애와 진실을 위한 한 가족이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함께 시위를 조직하기 위해 분투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을 한국에 알리기 위해 집회, 영상, 구호 활동을 조직해 왔습니다.
더불어, 가자지구를 위한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애써 온 여러분의 모습을 기록한 책을 만들고자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칼리드 (재한 이집트인 커뮤니티의 일원)
제가 사는 영국에서는 어제(10월 5일) 수십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오늘 서울 시위는 규모가 그보다 작지만, 활력은 마찬가지로 대단해요.
저는 무슬림이고 사회주의자입니다. 그래서 자유, 정의, 평등, 공존, 모두를 위한 자결권 같은 중요한 원칙에 기반해 국제적 운동이 건설되는 지금 희망을 봅니다. 제가 온 영국의 [집권당] 노동당 같은 정당들이 사회주의의 가치를 잊고 학살과 광기를 지원하는 지금, 이런 [국제적 연대 운동의] 노력이 더 뜻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이곳에서 함께 행진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얼마간 한국에 있을 예정인데, 더 많은 연대 운동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니아 (영국에서 온 레바논인)
제 평생 참가해 본 집회를 통틀어 오늘 집회가 가장 에너지가 넘쳤어요.
1년 동안 집회에 꾸준히 나온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다들 구호도 능숙하게 외치더라고요. 1년 동안 집회를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에요.
또, 제가 어렸을 때부터 참가했던 [덴마크의]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는 ‘저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무슬림]이 다수였는데, 오늘 집회 참가자들의 구성이 매우 다양해서 놀라웠어요.
특히 어느 한국인 청년이 아랍어로 ‘알란나하 인티파다[우리가 항쟁을 벌일 것이다]’ 하고 구호를 외칠 때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우리가 인종 학살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음을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지난해에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처음 참가했는데요. 그때보다 오늘 집회가 훨씬 더 크고 투지에 넘치고 구성도 다채로워졌어요. 옳은 대의를 한목소리로 외쳐서 행복했습니다.
아야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