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인 활동가 라니아 하페즈는 이스라엘의 폭격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직접 체험한 바 있다. 그래서 그녀는 레바논에 있는 가족을 걱정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대학 강사인 라니아는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렇게 전했다. “1978년에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했을 때 저는 열네 살이었어요.

“비행기에서 떨어뜨린 폭탄이 사람이 타고 있는 차에 떨어지는 걸 제 눈으로 봤어요.

“저는 내전에서 살아남았어요. 또 다른 전쟁은 보고 싶지 않아요. 또 다른 전쟁은 레바논을 끝장낼 거예요.”

“1982년에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했을 때 제 남동생은 열두 살이었어요. 침공이 한창일 때 어린 시절을 보낸 것입니다. 저희 가족은 베이루트 서부의 할머니 집으로 도망쳐 숨어 지냈어요.”

라니아는 다히예에 사는 사촌이 한 명 있다. 다히예는 지난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본부를 폭격해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살해한 곳이다. “폭격이 멈춘 이른 새벽이 돼서야 겨우 피란을 갈 수 있었어요.”

라니아는 주류 언론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보도하는 행태를 거세게 비판했다. “BBC 라디오 4 뉴스를 들을 때는 화가 치미는 것을 참으며 들어야 했어요. 언론은 이 소식을 가해자의 시각에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푸틴이 우크라이나 폭격의 이유를 밝히다’ 하는 식으로 보도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이스라엘은 언제나 정당화해 줍니다.

“이스라엘은 단지 나스랄라만 살해하려고 폭격하는 게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아무 연관 없는 사람들, 건물들, 구역들을 폭격하고 있어요. 우리 목숨은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우리는 가자지구와 이라크를 보며 진작에 알았죠.

“지금 살해를 하는 쪽은 이스라엘이에요. 레바논은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습니다.”

라니아는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지난해 겪은 일 때문에 내세울 만한 것이 필요해서”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네타냐후나 이스라엘 정부만이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영국의 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라니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만이 아니고, 우리가 투쟁하는 상대도 이스라엘만이 아닙니다. 우리 상대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중동에 군함을 열두 척이나 보냈어요. 왜 그랬을까요? 헤즈볼라는 군함이 없어요. 중동을 통제하려고 군함을 보낸 거죠. 오로지 서구의 우위를 위해서입니다.”

라니아는 자신이 나스랄라·헤즈볼라 지지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저는 레바논의 모든 권력자를 제거하려 했던 레바논 혁명에 동참했습니다.”[여기서 “레바논 혁명”은 2019년 10월 레바논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쟁을 말하는 듯하다. ─ 역자]

그러나 라니아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점령했을 때, 그 점령과 억압에서 헤즈볼라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참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미국 제국주의와 그 경비견인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 제국주의와 동맹 관계인 아랍 정부들에 맞서는 것이다. 서방에 사는 사람들은 그 참극을 가능케 하는 자국 정부에 맞서야 한다.

라니아는 이렇게 말했다. “아랍 민중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자신의 나라에 대한 공격임을 깨닫고 있어요. 아랍 정부들은 그렇지 않지만요.

“레바논 문제의 해법은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과 연결돼 있어요. 둘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현 서방 지도자들에는 일말의 기대도 없어요. 서방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은 믿지만, 정부는 안 믿어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이스라엘에 맞서, 또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 계속 행진해야 하는 이유를 뚜렷이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