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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정서 덕분에 트럼프가 승리했나?

미국의 친민주당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우월주의자들과 ‘나약한 자매들’이 어우러져 카멀라 해리스가 패배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라 베이츠는 성차별주의는 훨씬 더 모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2017년 미국 전역에서 열린 트럼프에 반대하는 여성 시위 ⓒ출처 Mobilus In Mobili (플리커)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는 여성들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트럼프 1기 정부의 몇몇 징벌적인 임신중지 제약 조처가 다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신중지권을 반대하는 트럼프의 역겨운 친구들은 트럼프의 지휘 아래 전국적 수준에서 임신중지 제약이 강화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성차별주의적 증오의 물결을 타고 낙승을 거둔 것일까? 이런 설명은 확실히 그럴듯해 보인다. 트럼프의 개인적 이력을 보면 그가 특별히 끔찍한 여성 혐오자라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유죄 판결을 받은 강간범이자 상습적으로 여성을 추행한 인물이며 뼛속까지 성차별주의자다. 그는 여성이 자신의 몸을 통제할 권리를 도로 후퇴시키려 하고, 자신의 딸이 얼마나 성적으로 매력적인지 얘기한다.

일론 머스크의 정치활동위원회는 해리스를 “누구나 아는 C로 시작하는 단어”라고 칭하는 광고를 냈다. 이것이 “공산주의자(Communist)”를 뜻했을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여성 비하하는 단어 Cunt라고 널리 받아들여진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집회를 이용해 낸시 펠로시, 카멀라 해리스, 리즈 체니 같은 여성 정적들에게 여성 혐오적 욕설을 퍼부었다.

트럼프의 유세에서 군중은 해리스의 이름이 언급될 때 “나쁜 년”이라고 외쳐 댔다.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 JD 밴스는 해리스를 가리켜 “자식을 갖지 않고 고양이나 키우는 여성”이라고 조롱했다. 그럼에도 최소한 7300만 명이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그리고 여성 투표자의 44퍼센트가 트럼프를 백악관에 입성할 인물로 택했다.

민주당의 오판

해리스는 조 바이든이 2020년에 얻은 것보다 여성 표를 훨씬 적게 얻었다. 여성들은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에 투표한다고 삶이 나아질 거라고 믿지 않았다.

선거 직후에 해리스를 변호하는 자들은 해리스의 패배가 그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그가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느라 분주했다.

재외 민주당 당원 모임 대변인인 샤론 마니타는 이렇게 주장했다. “여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여성을 깨어 있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문화 속에서 자란 사람은 그런 문화에 따라 투표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같은 여성에게 투표하거나, 심지어 임신중지권이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투표 요인이라고 본 것은 민주당의 오판이었다. 민주당은 여성들이 자신의 더 넓은 정치적 신념을 위해 그리고 계급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투표할 가능성은 보지 않았다.

자유주의 언론은 트럼프를 지지한 여성들을 “캐런”이라고 부르며 매도했다. “캐런”은 백인 특권층 여성을 모욕하는 말이다. 그리고 낙담한 민주당 칼럼니스트들은 패배의 책임을 트럼프 지지 여성들에게 돌리고, 훈계하듯이 그들을 “나약한 자매들”이라고 불렀다.

트럼프의 승리로 여성의 진짜 역할이 집 안에서 밥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역겨운 여성차별주의자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직장에 다니고, 공과금을 내고, 어느 정도의 사회적 평등을 기대하는 여성들도 트럼프를 지지했다. 성차별이 미국 사회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고, 의심할 바 없이 트럼프의 역겨운 캠페인에 영향을 줬고, 사람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국을 제압하기에 충분히 강한 남성 지도자가 되겠다고 행세했다. 그는 여성 혐오를 이용해, 힘을 잃은 남성들이 자신이 강하다고 느끼게 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여성의 40퍼센트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그 여성들은 다른 여성에 비해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관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더 컸다. 그러나 그들 또한 남성 유권자들과 마찬가지로 경제 성장과 치안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사람들은 모순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일부 여성들은 페미니즘이 “과도”했다는 주장에 수긍하면서도 여전히 어느 정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권리를 요구한다.

어떤 여성들은 “젠더 광신자”라는 허구적 위협에서 전통적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데 수긍하면서도 집 밖에서 일하며 적절한 보수와 노동조건 개선을 원한다.

임신중지권 확대에 투표

해리스의 패배를 두고 미국이 너무 성차별적이라 여성 대통령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너무 조야하다. 이는 임신중지권을 개선하기 위해 엄청난 사람들이 투표했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났다. 특히 일부 주에서는 같은 날 치러진 선거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면서도 그랬다.

임신중지법에 대한 주민투표가 열 개 주에서 실시됐다. 2022년 공화당이 장악한 대법원은 임신중지법이 전국 수준이 아닌 지역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주민투표를 실시한 10개 주 중 7개의 주에서 판결에 근거해 인정되던 임신중지권이 법으로 [더 강력하게] 보장되거나 전보다 개선됐다. 여성이 선택할 권리를 지키고자 했던 활동가들이 몇몇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

미주리주에서는 약 52퍼센트의 지지로, 임신중지를 거의 전면적으로 금지하던 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임신 전 기간에 걸쳐 법적 제한 없이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생겼다. 콜로라도주에서는 62퍼센트가 투표해 임신중지를 택한 여성에게 재정 지원을 보장하기로 했다.

뉴욕주에서도 약 62퍼센트의 지지로, 그 누구도 “성적 지향을 포함한 성별, 젠더 정체성, 젠더 표현, 임신, 재생산 의료서비스”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법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법은 뉴욕주에서 임신중지권을 현재 수준보다 더 강화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일부 좌절도 있었다. 네브래스카주 유권자들은 임신 24주까지 임신중지권을 확대하자는 제안을 부결시키며 임신 12주 후의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을 유지하기로 했다. 사우스다코타주에서는 약 60퍼센트의 지지로 산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임신중지 시술을 중범죄로 규정할 조치가 유지됐다.

임신중지권에 찬성하는 다수파가 가장 큰 패배를 겪은 곳은 플로리다주다. 활동가들은 임신 24주까지 임신중지를 보장하는 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싸웠다. 현재로서는 임신 약 6주까지만 임신을 중지할 수 있다.

이 운동은 57퍼센트의 지지를 얻으며 명백한 다수를 이뤘지만 그 정책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60퍼센트가 필요했다.

공화당의 강경 우파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샌티스는 법적 협박, 경찰의 위협,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배정된 주 자금을 이용해서 승리를 거뒀다.

계급 문제

해리스는 임신중지권을 대선을 좌우할 쟁점으로 만들려 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지지하면서도 번영에 대한 트럼프의 거짓된 약속에 투표했다.

미국 재생산권 활동가들은 임신중지권을 위한 투쟁이 기본 서비스, 의료 서비스, 보육, 교육, 주거를 위한 싸움과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이런 싸움을 주도하기를 거부했다.

진지한 선거 분석이라면 계급 문제와 결합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가계 예산을 여성이 관리하고 있고, 그들은 치솟는 생계비와 하락하는 임금 때문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여성은 남성만큼이나 노동계급의 일부이며 같은 중압감에 시달리고 비슷한 희망과 꿈을 품고 있다.

진정한 질문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다. 〈아틀란틱〉 잡지의 소치틀 곤잘레즈는 2016년 트럼프 취임식 맞이 시위가 여성을 소외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해리스에게 투표한 남성들에게 상냥하게 대하는 “부드러운 일상 생활의 외교”를 펼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런 비관주의를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17년의 전 세계적 “여성 행진”을 재현하는 것이 훌륭한 출발이 될 것이다. 당시 5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트럼프와 그 정권의 여성 혐오에 맞서 함께 행진했다.

당시의 운동으로 등장한 단체는 이번 선거에서 악필 등으로 신원 확인이 안 된 우편 투표자에게 다시 투표하라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

이것은 틀린 방향이다. 더 많은 대중 저항이 필요하고 선거 과정에는 덜 집중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확실한 패배 후에는 더 그렇다.

우리는 자기 목숨이 걸린 것처럼 항의하고, 파업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중 일부에게는 실제로 목숨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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