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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했지만:
다수가 임신중지권 강화에 투표하다

이번 주민 투표로 미국 10개 주 중 7개 주에서 임신중지권이 확대됐다. 미주리주의 캠페인 모습. ⓒ출처 Abortion Action MO

도널드 트럼프는 법정에서 강간범임이 드러난 자이고, 연쇄 성폭행범이고, 노골적인 성차별주의자다. 트럼프는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후퇴시키려 하고, 자기 딸의 매력에 관해 떠들어 댄다.

그는 선거 유세를 그와 대결하는 여성 정치인들(낸시 펠로시, 카멀라 해리스, 리즈 체니)에게 여성 혐오적 발언을 쏟아 내는 기회로 삼았다. 그러더니 바로 지난주에는 “여성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여성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7000만 명 넘는 유권자가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했고 여성 유권자는 약 44퍼센트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에게 투표하는 것은 여성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은 여성의 진정한 역할이 집에서 밥하고 애나 낳는 것이라고 여기는 모든 징글맞은 성차별주의자들에게 커다란 승리다.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를 찍은 여성들은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을 찍은 여성보다 적었다. 재외 민주당 당원 모임 대변인인 샤론 마니타는 이렇게 주장했다. “여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여성을 깨어 있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문화 속에서 자란 사람은 그런 문화에 따라 투표하기 마련입니다.”

“미디어도 문제입니다. 특히 우익 미디어를 보면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여성상을 보게 됩니다.”

성차별은 미국 사회에 깊게 뿌리박혀 있다. 그러나 해리스는 미국 사회가 그저 여성 대통령을 뽑기에 너무 성차별적이어서 패배한 것이 아니다.

미국인들이 그렇게 성차별적인 것이 사실이라면, 유권자들은 임신중지 접근성을 개선하는 법에 찬성 투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대선 투표일에 공화당을 지지한 주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11월 5일 화요일 10개 주에서 임신중지 관련법에 관한 주민 투표가 열렸다. 그 투표들이 중요했던 것은 2022년 연방 대법원의 판결로 임신중지 관련법이 연방이 아니라 지방 수준에서 결정하도록 됐기 때문이다.

10개 주 중 7개 주에서 임신중지권 관련 기존 판결을 법제화하거나 개선했다. 여기에는 여성의 선택권을 방어하려는 활동가들에게 유의미한 여러 승리가 포함돼 있다.

승리

미주리주에서는 유권자의 약 52퍼센트가 임신중지 (사실상의) 금지를 폐기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제 임신 기간에 대한 법적 제한 없이 임신중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헌법으로 보장된다.

콜로라도주에서는 약 62퍼센트의 유권자가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을 위한 자금 지원을 보장하는 데 찬성했다.

뉴욕에서는 약 62퍼센트의 유권자가 임신중지권 강화를 지지했다. 통과된 개정안에는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성 표현, 임신 여부, 임신 결과, 재생산 건강과 자율성”을 근거로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임신중지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이는 임신중지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널리 이해되고 있다.

반면, 네브래스카주에서는 유권자들이 12주 이내 임신중지권 인정을 24주로 확대하자는 제안을 물리치고 현행법을 유지시켰다.

사우스다코타주에서는 유권자의 약 60퍼센트가 산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경우가 아니면 임신중지 시술을 중범죄로 규정하는 조처를 유지시켰다.

임신중지권을 지지하는 다수가 가장 큰 패배감을 느낀 곳은 플로리다주였다. 활동가들은 임신 24주 이내 임신중지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분투했다. 그러나 임신 6주 이내로만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현행법이 유지됐다.

57퍼센트로 과반의 지지를 얻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60퍼센트의 지지가 필요했다.

강경 우파인 주지사 론 드샌티스가 이끄는 공화당 내 꼴통들은 그 개정 시도를 좌절시키는 운동에 약 1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 패배는 플로리다주 거주 여성뿐 아니라 미국 남동부 지역 전체에 재앙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22년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사실상 폐기한 이래 많은 절박한 여성들이 플로리다주로 몰려들었다. 지난해 플로리다주에서는 약 8만 4000건의 임신중지 시술이 이뤄졌는데 이는 2020년보다 12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드샌티스는 “우리는 임신중지 관광지가 되고 싶지 않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임신중지 수술은 호화로운 휴가나 크루즈 여행이 아니다. 여성의 생명을 구하는 의료 서비스이다.

전국적인 투표 결과는 여성이 단일 쟁점으로 지지 후보를 택하는 게 아님을 부분적으로 보여 준다. 해리스는 노동계급 여성에게 이로운 진정한 변화를 제안하는 대신 임신중지권 방어를 위한 소심한 공약으로 표를 얻으려 했다.

그다음

선거에 관한 어떤 만만찮은 분석도 계급 문제를 분석에서 분리시켜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가계 예산은 여성이 운영하고 있으며, 여성은 생계비 상승과 임금 하락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여성은 단지 임신중지 시술의 피술자나 성적 괴롭힘의 피해자가 아니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노동계급의 일원이며 같은 압박을 받고 비슷한 희망과 꿈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같은 학대범은 남성과 여성을 불문한 모든 유권자에게서 거부당해 마땅하다.

여성들이 자신의 물질적 이해관계를 거스르는 후보를 뽑았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투표한 모든 노동계급 남성들 역시 자신에게 이롭지 않은 후보를 뽑은 것이다. 그들도 임신중지권 후퇴에서 득을 보지 못한다.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그다음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2017년 트럼프의 취임식 때처럼 전 세계적인 시위가 일어날 것인가?

당시 여성 행진에는 최대 500만 명의 시위대가 트럼프와 그의 정권의 여성 혐오에 맞서 행진했다.

똑같은 꼴통이 두 번째 임기를 지내게 됐다는 것은 하루 행진이 아무리 인상적일지라도 그 자체로는 트럼프에 저항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런 행진은 일회적 행동이 아니라 향후 저항의 발판이 돼야 한다. 우리는 자기 목숨이 걸린 것처럼 항의하고, 파업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중 일부에게는 실제로 목숨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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