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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
민주당의 실패가 트럼프의 귀환을 가능케 하다
아래로부터 강력한 저항이 중요하다

극우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을 선언했다. 이는 미국과 전 세계의 극우·파시스트를 크게 고무할 것이다. 거리·캠퍼스·일터에서 강력한 저항이 일어나야 한다.

트럼프는 선거인단 수뿐 아니라 총득표에서도 카멀라 해리스를 앞설 듯하다.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민주당 후보보다 더 많이 득표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대선과 같이 치러진 총선에서도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 자리를 빼앗았고, 하원 다수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는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래 세 번째로 행정부와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공화당 대통령이 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는 (2020년 대선 때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왼쪽으로부터의 반발을 단속하면서 트럼프에 대한 공포를 자극해 ‘중원’ 표를 뺏겠다는 전략을 취했지만, 해리스 표는 2020년 바이든이 얻은 표보다 1000만 표 가까이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결과는 바이든-해리스의 민주당과 그들이 대변하는 정치(인종 학살 지지, 친기업, 이주민 공격)가 낳은 것이다. 그들은 극우에 맞선 방벽이 되기는커녕 극우가 귀환할 길을 닦아 줬다.

아래로부터 저항이 더 강화되고 급진화돼 트럼프와 극우에 맞서야 한다 ⓒ출처 Team Trump

바이든 정부는 미국 사회를 위기에서 구출하고 사회 양극화를 봉합하겠다고 약속하며 취임했지만, 재임 4년 내내 사회 위기와 양극화가 모두 심해졌다.

생계비 위기가 극심해졌고, 대중의 분노가 깊어졌다. 그 분노의 일부는 노동자 투쟁으로 발전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중요한 파업들이 잇달아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또 바이든 정부하의 미국 제국주의는 우크라이나·중동·아시아 세 전선에서 (한계를 드러내면서도) 전쟁, 학살, 지정학적 긴장을 키웠고, 이는 다시 국내 정치 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을 재선 가도에서 끌어내린 것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대중 운동의 압력에 밀려 재선을 포기한 것은 베트남 전쟁 당시 린든 존슨 이후 처음이다.

인종 학살 지원에 대한 반감은 이번 투표 결과에도 반영됐다. 무슬림 인구가 많은 격전주인 미시간주의 디어본에서 해리스는 고작 27.5퍼센트를 득표한 반면, 대(對)이스라엘 무기 수출 중단을 공약한 녹색당의 질 스타인은 22퍼센트를 득표했다(트럼프는 47퍼센트 득표). 그리고 같은 미시간주에서 하원의원에 출마한 팔레스타인계 의원 라시다 틀라입은 75퍼센트를 득표해 낙승했다.

대중의 분노와 환멸이 컸기 때문에 해리스는 임신중지권 방어 후보를 자처하고도 표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대선과 같은 날 미국 10개 주에서 임신중지권 보호 주법 제정을 두고 치러진 주민투표 결과를 보면, 트럼프가 승리한 애리조나·몬타나·플로리다 주에서도 임신중지권 보호 지지가 과반을 얻었고, 해리스가 승리한 메릴랜드·콜로라도·뉴욕 주에서도 임신중지권 보호 표는 해리스 득표율보다 5~15퍼센트포인트 많았다.

이는 미국 대중이 우경화해서 해리스가 진 게 아니고, 해리스와 민주당이 미국 대중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중이 봤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편,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극우적으로 뒤틀어서 반사 이익을 얻었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당선하면 임기 내내 그랬듯 중산층을 붕괴시킬 것이라며, 그 분노를 극우 선동으로 뒤틀어 자신은 “미국의 국경과 위대한 가족을 지킬 것”이라고 유세했다.

그럼으로써 트럼프는 대중이 겪는 고통의 책임을 진정한 범인인 지배계급(그 자신도 일부인)이 아니라 민주당 등 “리버럴 엘리트”와, 무엇보다 차별받는 이민자 집단에게로 돌릴 수 있었다. 이는 미국의 극우 운동을 고무하고 결집시켰고, 그 극우 운동은 이질적인 집단들을 트럼프 표로 모으는 중심축 구실을 했다.

반면 해리스는 트럼프에 맞선 방벽을 자처하면서도, 극우의 역겨운 인종차별에 맞서기는커녕 그 자신이 인종차별 공격을 했기 때문에, 트럼프의 의제 설정을 사실상 돕는 구실을 했다.

저항

백악관에 귀환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겠다”고 하지만 미국이 처한 위기와 모순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기업 감세로 투자를 촉진해 중산층을 잘살게 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애초에 그런 기조의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에 대중의 생활고가 극심해졌다. 또 트럼프가 공약대로 대중국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 (자본가들 사이에서 긴장을 빚을 뿐 아니라) 소비재 물가 인상을 촉진해 대중의 생계비 위기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또,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역시 미국 패권의 약화가 낳는 모순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빠르게 끝내겠다고 공약했지만, 전쟁 결과가 러시아와 중국에 미칠 영향을 볼 때 이는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또, 트럼프는 굳건한 이스라엘 지지자이고 바이든보다 자신이 이스라엘을 더 잘 지원할 수 있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모험을 계속 지원할수록 트럼프는 미국 제국주의가 세 전선에서 허덕이는 상황을 타개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내가 취임하기 전까지 가자 전쟁을 끝내라”(〈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고 촉구한 것은 이를 의식한 것일 수 있다.)

요컨대 트럼프 역시 미국이 처한 중첩된 위기에 대한 해법이 없다. 위기가 심화될수록 트럼프는 극우 운동을 더한층 부추기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에 맞서, 또 기층의 극우 운동에 맞서 강력히 저항해야 한다.

미국의 운동은 그럴 잠재력이 있다. 인종 학살 공범 바이든의 정치 생명을 끝낸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최근 보잉과 항만 노동자들이 투지를 발휘하며 승리를 거둔 파업들이 그 중요한 사례다.

트럼프가 2016년 11월 첫 당선 첫날부터 임기가 끝날 때까지 대중 저항에 직면했듯 이번에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또 그런 저항은 더 강화되고 급진화돼야 한다. 지난 8년 동안 국제적으로 극우가 전진하는 시기에 이는 특히 중요하다.

이번 선거는 그런 저항이 민주당과 협조하는 전략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래로부터 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 줬다.

돌아온 트럼프에 맞선 투쟁을 키우는 과정에서 혁명적 대안이 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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