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문제는 미국 대선에 어떤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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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진 것은 그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기 때문이고, 또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입장 때문이다.
지난 한 해 가자지구를 위해 거리로 나선 수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랍인과 무슬림 유권자들은 카멀라 해리스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지원하는 것에 염증을 느꼈다.
미시간주(州) 디어본은 미국에서 아랍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그곳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47퍼센트, 해리스는 28퍼센트, 녹색당의 질 스타인은 22퍼센트를 득표했다.
4년 전 조 바이든이 74퍼센트를 득표했던 그곳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민주당을 심판하겠다는 의지가 컸음을 보여 준다.
‘미국-이슬람 관계 협회’가 지난달 무슬림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42.3퍼센트가 스타인을 선호했고 41퍼센트는 해리스를 선호했다. 일부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했지만, 당연하게도 9.8퍼센트에 불과했다.
미시간에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인 활동가 라일라는 대선에서 어느 후보에게도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투표하지 않을 것입니다. 해리스든 트럼프든 누구도 폭격을 중단시키겠다고 분명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레바논계 미국인 나딘 역시 비슷한 얘기를 했다. “누가 당선하든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는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둘 다 이스라엘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보내자는 입장입니다.
“물론 임신중지권 문제에서 일부 차이가 있지만, 내 표를 얻기에는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아요.
“저는 상·하원 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을 찍을 생각이지만 대선만큼은 아닙니다. 트럼프는 분명 끔찍한 자이지만, 민주당이 이스라엘 문제에서 취한 입장 때문에 도저히 민주당을 찍을 수 없습니다.”
해리스는 이러한 팔레스타인 지지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선거 유세 중 시위대가 “우리는 인종 학살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끼어들자 해리스는 되레 이렇게 큰소리쳤다. “이봐요, 트럼프가 승리하길 바란다면 그렇게 하시든가요. 그런 게 아니라면, 제 말을 막지 마시죠.”
민주당은 스타인에 투표하는 것이 트럼프에 투표하는 것이라는 TV 광고를 내보내 사람들을 겁주려 했다.
때때로 해리스는 유권자들을 회유하려고 자신이 전임자 조 바이든보다 덜 호전적일 것이라는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미시간 연설에서 해리스는 온건한 전쟁 반대 입장처럼 보이려고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되면, 모든 권한을 동원해 가자 전쟁을 끝낼 것이다.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고, 가자지구의 고통을 끝내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이 존엄과 자유, 안전, 자결권을 누리도록 보장하겠다.”
8월에 해리스를 만난 ‘지지 후보 없음’ 운동(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 지지를 거부하고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요구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운동)은 해리스에게서 이스라엘로의 무기 수출 중단을 검토할 의사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해리스가 무슬림과 아랍인 유권자들과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다음 날 국가안보보좌관 필 고든은 해리스가 무기 수출 중단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서둘러서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리스는 미시간 유세에 전 대통령 빌 클린턴도 동원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살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언해서 분노를 샀다.
그리고 해리스는 미국 부통령에 재임하는 내내 이스라엘의 중동 전쟁을 일체 지원해 왔다.
해리스의 계산은 친팔레스타인 표를 잃더라도 친이스라엘 표를 붙잡고, 권력자들에게 더 신뢰할 만한 인물로 여겨지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시간에서 나온 투표 결과는 팔레스타인 지지 후보에 투표하려는 유권자층의 열망이 컸음을 보여 준다.
스타인은 이스라엘로 무기 수출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말했고 가자지구에서의 즉각 휴전을 요구했다.
지난 9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했을 때 스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불과 며칠 만에 이스라엘은 레바논인 수백 명을 무차별 폭격과 테러 공격으로 살해했습니다. 네타냐후의 인종 학살과 토지 강탈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합니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하원의원 라시다 틀라입(디어본도 그녀의 선거구에 속한다)은 77퍼센트라는 엄청난 지지율로 이번에 4선에 성공했다.
틀라입은 이른바 ‘스쿼드,’ 즉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던 좌파적인 여성 민주당 의원 4인방의 일원이었다.
틀라입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해 해리스와 바이든 둘 다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상반기에 미국을 휩쓴 학생들의 캠퍼스 점거 운동을 지지했다.
틀라입은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라는 구호를 옹호하며 그 구호는 “해방, 인권, 평화 공존의 염원을 표현한 것이지 죽음, 파괴, 증오와는 무관하다”고 옳게 주장했다.
바이든의 초대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미국에 왔을 때, 틀라입은 “인종 학살 유죄”라는 팻말을 들었다.
틀라입의 인상적인 득표는 민주당에 환멸을 느낀 미시간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에는 투표하지 않고 하원 의원 선거에만 투표한 것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틀라입은 민주당 내에서 극소수에 속한다. ‘스쿼드’의 나머지 3명, 아이아나 프레슬리, 일한 오마,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해리스를 지지했다.
녹색당에 투표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스타인은 0.4퍼센트를 득표했다. 이는 스타인 때문에 해리스가 질 것이라는 위협이 거짓이었음을 보여 준다. 스타인이 받은 표가 모두 해리스에게 갔더라도 득표율 차이는 미미했을 것이다. 스타인이 출마하지 않았더라도 미시간 같은 경합주가 민주당 쪽으로 기울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와는 별개로, 스타인의 득표는 미국 선거 제도하에서 제3당 후보가 돌파구를 내기가 극히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리고 각국의 녹색당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녹색당은 집권에 가까워질수록 자본가들의 이해관계에 적응하라는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다. 녹색당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기보다는 사용자와 노동자를 중재하려 든다.
미국 노동계급이 진정한 변화를 이루려면 선거적 책략에 의존할 수 없다. 기층에서 팔레스타인인 인종 학살과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조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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