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 무슨 계획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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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승리 선언 후 24시간도 안 돼서 세계 10대 부자의 부가 640억 달러[약 90조 원] 늘었다. 트럼프 임기가 시작하기도 전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트럼프와 트럼프가 장악한 의회가 내년에 기업 세금을 대폭 감면해 주리라는 기대에 미국 주식시장 주가가 역대급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감세는 기업의 수익을 크게 늘려 줄 것이다.
2022년 9월 당시 영국 총리 리즈 트러스가 자금 조달 대책 없이 대폭 감세를 약속했을 때에는 부유한 투자자들이 파운드화를 팔아 치워 영국 연기금이 파산할 뻔했다.
미국은 경우가 다르다. 국제 무역과 결제망의 막대한 부분이 달러화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달러화는 기축 통화 지위를 갖고 있고 국제 금융시장의 요동으로부터 미국 정부를 어느 정도 보호해 준다.
달러화에 대한 잠재적 위협은 브릭스 국가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을 기반으로 달러화와 경쟁하는 국제 결제 통화를 신설하려는 계속된 시도에서 온다. 현재 여러 중동 산유국이 이런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위안화는 달러화와 대등하게 겨루는 수준에 근접이라도 하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다. 세계 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3퍼센트도 안 된다.
한편, 연방 정부의 부채가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다. 현재 미국 연방 정부 부채는 35조 달러가 넘는데, 이는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래 최저였던 1974년의 네 배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부채 규모도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경제 성장이 탄탄하게 계속된다면 세수가 증대할 것이고, 금리가 비교적 낮게 유지된다면 이자 부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 성장과 저금리라는 조건이 충족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채권 수익률(채권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금리)은 트럼프 당선 이후 이미 올랐고, 인플레이션이 재개되면 더 상승할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고 예측할 만한 타당한 이유들이 있다.
트럼프가 공약한 경제 정책에서 감세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고율의 수입 관세다. 트럼프의 주요 경제 고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저서 《공짜 무역은 없다》[국역: 《자유무역이라는 환상》(마르코폴로)]에서 미국 제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면 보호무역주의 장벽으로 미국을 둘러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수입 품목에 20퍼센트 이상의 관세가 매겨질 것이라는 얘기가 떠들썩하게 나온다. 이 관세는 미국이 현재 적대적 경쟁국으로 간주하는 중국만이 아니라, 유럽·캐나다·멕시코에서 수입된 상품들도 대상으로 할 것이다. 멕시코산 자동차에 500퍼센트 관세를 매기자는 제안도 있다.
관세는 수입 상품 가격을 높이고 미국산 상품의 가격 인하 압력을 낮출 것이다. 수입 상품을 대체할 미국산 상품이 있다면 말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도 공약했다. 트럼프는 연준이 물가 상승과 부채 증대에 겁먹고 금리를 올려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연준에 대한 통제 강화는 금융시장을 훨씬 더 겁에 질리게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든 안 되든 트럼프는 완강한 정치적 반발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관세는 세계 무역과 세계경제 성장도 둔화시킬 것이다. 특히 관세가 보복성 무역 전쟁을 촉발하면 더욱 그럴 것이다. 미국은 경제 규모 덕분에 세계 나머지 경제에서 벌어지는 일의 영향을 영국처럼 국제 무역에 더 의존적인 나라들보다 덜 받는다.
트럼프노믹스의 보호무역주의는 영국과 유럽에 대체로 악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국제 무역 둔화는 미국 경제 성장에도 반작용할 것이다.
트럼프의 정책 전반에는 물가 상승을 촉발할 또 다른 요소가 있다. 트럼프는 미국 내 수많은 미등록 이주민을 단속·추방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이주민들은 초착취, 저임금,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취약한 처지에 있다.
이들을 노동 시장에서 제거하면 미국 경제가 최대 7퍼센트 위축되고 임금·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확실치 않다. 의회와, 중국에 사업적 이해관계가 있는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노믹스의 가장 극단적인 부분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좋기로는, 수많은 미등록 이주민을 추방한다는 악랄한 계획이 현실성 없는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극적인 경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상·하 양원은 트럼프를 위해 그런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가장 확실한 예측은, 경제가 심하게 요동칠 것이고 그중 좋은 변화는 하나도 없으리라는 것이다. 그것이 이 썩어 빠진 체제 전체에 대한 노동계급의 저항을 촉발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