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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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토요일 프랑스 곳곳에서 수만 명이 신자유주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퇴진을 요구하는 약 70건의 시위를 벌였다.
7월 초 총선 이후 두 달간 이어진 교착 상태 끝에, 마크롱은 우익 중진 정치인 미셸 바르니에를 총리로 임명했다. 바르니에는 마린 르펜과 조르당 바르델라의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연합(RN)의 지지가 있어야만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다.
파시스트들이 누가 총리가 될지 말지를 결정하고 프랑스 정부를 감독하게 된 것이다. 바르델라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연합 없이는 무엇 하나 이뤄질 수 없다.”
이번 토요일 시위는 장뤼크 멜랑숑의 정당 ‘불복하는 프랑스’(LFI)가 주최했다. LFI가 속한 선거연합 신민중전선(NPF)은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얻었지만 과반 의석을 얻지는 못했다. 마크롱은 신민중전선 측 후보를 총리로 임명하기를 거부했다.
멜랑숑은 마르세유에서 열린 행진에 참가해 이렇게 연설했다. “이 정부는 패배자들의 연합입니다.” 이 시위 전 멜랑숑은 지금이 “괴물들이 설치는 시간”이라고 썼다. “역사의 쓰레기통이 굶주렸던 모양이다. 저물고 있는 세력의 지도부 아래로 패배자들이 뭉쳤다.”
바르니에는 9월 21~22일 주말에 장관 후보자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 명단은 바르니에가 속한 보수 정당인 공화당의 정치인들과 마크롱의 선거연합인 EPR에 소속된 정치인들로 짜여 있을 것이다.[이 글이 발표된 이후인 22일(현지 시각), 공화당 정치인들이 장관직 다수를 차지하고 마크롱 측도 일부 주요 직책에 오른 명단이 발표됐다.]
이 정부의 목표는 긴축을 관철시키고 가뜩이나 이민자·무슬림에 적대적인 수많은 법률을 더한층 가혹하게 개악하는 것이다.
거론되는 내각 인선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가 있다. 예컨대 바르니에가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로랑스 가르니에를 가족부 장관에 임명하려 한다는 소식에 분노가 쏟아졌다. 가르니에는 동성 결혼에 반대하고,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데에 반대했던 자다.
그러나 바르니에가 직면한 문제는 몇몇 장관직 인선보다 더 심각하다. 바르니에가 과연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고, 그렇다고 경제난을 더 끌 수도 없다. 바르니에는 프랑스의 재정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신자유주의적인 유럽연합은 프랑스가 재정 준칙을 위반했다며 공식적인 시정 절차에 들어갔다.
프랑스경제인협회(MEDEF) 회장은 “마크롱 취임 이래로 추진해 온 공급 중시 정책의 유지를 보장하라”고 프랑스 정부에 요구했다. 프랑스 기업주들은 기업 감세, 정년 연장 개악, 실업수당 삭감, 이민자 마녀사냥을 바란다. 바르니에는 이를 이뤄 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언론에 유출된 바르니에의 예산안을 보면 핵심 서비스 예산을 최소 100억 유로[15조 원] 긴축하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전쟁, 군 장성, 국내 억압 기구를 위한 예산은 증액할 것이다.
다음 달 바르니에는 자기 정부를 지지하도록 파시스트들을 구슬리는 동시에, 마크롱과의 동맹도 유지하려 애쓸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합, 마크롱과 야합한 자들 중 일부는 언제든 바르니에를 버리겠다고 마음 먹을 수 있다. 그러면 더한층의 정치 위기가 시작될 것이다.
한 번은 바르니에의 통치력이 너무도 취약해 보인 나머지 그 자신이 사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마크롱은 한 번 더 도전해 보라고 바르니에를 설득했다.
노동자들이 독립적으로 투쟁을 벌이는 것이 사활적이다. 프랑스 노총 CGT는 10월 1일 하루 파업·시위 일정을 잡았다. 이 행동은 지금 꼭 필요한 무기한 총파업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 지도부는 면피성 행동 이상을 벌일 계획이 없다.
대중 동원이 시급하다. 국민연합을 저지할 방벽이 되겠다던 선거 연합 신민중전선은 마크롱 지지자들의 당선을 도왔다. 그리고 그자들이 지금 파시스트들의 힘을 키워 주고 있다.
LFI는 의회에서 마크롱 탄핵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안이 탄핵을 막게끔 돼 있는 온갖 헌법적 절차를 모두 거쳐서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시피 하다. 탄핵이라는 초점은 운동이 의회 내 다툼에 몰두하도록 만들었다.
9월 7일 마크롱의 반민주적 폭거를 규탄하는 첫 번째 행동이 벌어져, 프랑스 전역 150여 개 도시에서 30만 명 넘는 사람들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 21일 시위는 그보다 규모가 작았다.
마크롱에 맞서, 또 프랑스의 식민 통치에 맞서 거리와 일터에서 항쟁을 벌일 때다. 프랑스령 식민지인 마르티니크와 카나키(누벨칼레도니) 모두에서 빈곤과 식민 통치에 맞서 새로운 투쟁의 물결이 일고 있다.
9월 10일 목요일 프랑스 경찰은 카나키에서 두 명의 남성을 사살했다. 프랑스가 카나키를 병합한 것을 기억하는 국경일을 고작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카나키 독립을 요구하는 정당들의 연합체 FLNKS은 프랑스 경찰이 “야만적이고 수치심을 주는 방식”으로 이들을 진압하다 이것이 “즉결 처형”으로 이어졌다고 규탄했다.
프랑스 정부의 유권자 등록법 개악으로 지난 5월에 소요가 시작된 이래로 현재까지 카낙인 13명이 살해당했다. 선주민 카낙인들은 유권자 등록법 개악이 독립을 향한 그들의 노력을 무산시킬 것이라고 성토했다.
바르니에 정부는 취약하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공세에 나서야 한다. 유럽 전역에서 파시스트들이 위기에서 득을 보며 성장하고 있다. 좌파가 너무 약하고 소심하기 때문이다. 긴축에 반대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투지를 발휘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