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시리아 아사드 정권 붕괴의 국내적 역학과 국제적 역학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순식간에 무너진 것을 두고 좌파 측에서는 두 가지 반응이 있었다. 그중 우세한 반응을 명료하게 드러낸 사람은 타리크 알리다. “현재 시리아에서 벌어진 일은 커다란 패배다. … 지리전략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승리다.” 이와 대비되는 소수의 입장을 나타내는 사람은 시리아계 사회주의자 조세프 다헤르다. “미국도 이스라엘도 모두 이 상황에 개입하고 있지 못하다.” 둘 다 잘못된 견해다.

오늘날은 최강 제국주의 열강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대이고, 중동에서는 지역 강국들까지 그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그런 만큼 정치적 격변은 국내 요인과 지정학적 요인이 모두 작용한 결과이기 십상이다.

때로는 두 요인이 같은 방향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한국에서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소추안이 대중의 압력으로 통과된 것은 대중 운동과 좌파의 승리이자, 미국의 중국 포위 구상에 일부 패배를 안긴 것이다. 때로는 한 요인이 다른 요인을 압도한다. 예컨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러시아와 대리전을 벌인다는 지정학적 차원이 우크라이나인들의 국민적 투쟁이라는 국내적 차원을 집어삼켰다.

시리아의 경우, 지정학과 국내 상황의 관계는 무척 복잡하다.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의 성명이 지적하듯, 아사드의 몰락은 “국내 요인과 국외 요인이 맞물린” 결과였다. 국내적 차원에서는 아사드 정권이 탄압과 부패로 썩어 문드러진 탓에 이슬람주의 운동인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이하 HTS)이 단숨에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완전한 붕괴 상황입니다. 온통 폐허입니다.” 다마스쿠스주의 새 주지사인 HTS의 무함마드 가잘이 지난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아사드와 그 도당은 2011년 혁명에 의해 타도되느니 차라리 시리아를 파괴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10년 동안 시리아 경제 규모는 절반으로 줄었다.

공직자 급여는 월 25달러[약 3만 6000원]로 줄었고 이는 부패의 확산을 부추겼다. HTS가 진격하자 병사들은 정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임무를 버리고 달아났다. 한편 아사드도 그들을 버렸다. 아사드는 자신의 총리에게도 알리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또한 시리아 정부 자금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를 러시아 은행으로 빼돌렸다.

아사드는 권력을 부지하기 위해 늘 지정학에 기대 왔다. 그가 내전에서 승리했었던 것[2010년대 중반 — 역자]은 러시아, 이란, 레바논 시아파의 이슬람주의 운동인 헤즈볼라의 군사적 지원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지정학이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신경이 쏠려 있다. 아사드가 모스크바로 날아가 도움을 청했을 때 블라디미르 푸틴은 거절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다헤르의 주장과 달리 미국과 이스라엘이 중요해진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아사드가 약화된 채로 권좌를 지키길 바랐을 것이라는 지적은 아마 진실일 것이다. 중동 전체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일말의 예측 가능한 요인으로 남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바이든 정부의 지지 아래) 레바논을 침공하고, 관련해서 이란도 공격한 것은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는 데에 일조했다. 헤즈볼라는 크게 약화됐고 이란은 더 이상의 충돌을 기피하게 됐다. 아사드는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금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는 재빨리 이스라엘군에게 명령을 내려 골란고원 장악력을 공고히 하고, 시리아 영토를 더 점령하고, 아사드 정권의 군사 시설을 파괴하도록 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장관 토니 블링컨은 미국이 바라는 중동 “질서 재편” 방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각종 회담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 외에 또 다른 주요한 지역 강국은 튀르키예다. 튀르키예는 HTS가 공세에 나설 수 있게 했다. 튀르키예와 동맹국 카타르의 정보기관 수장들은 아사드 몰락 후 가장 먼저 수도 다마스쿠스를 찾은 인사들에 속한다.

그러나 이런 약탈자들 사이에서도 시리아 대중이 자신의 힘을 드러낼 여지가 있다. ISIS와 알카에다에서 기원한 HTS는 스스로를 국민적 세력으로 내세우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HTS는 사회적 기반이 거의 없고, 그래서 온갖 정치 세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느라 고군분투하게 될 것이다. 시리아 북부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는 각종 쿠르드 운동은 중요한 세력인데, 튀르키예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은 자신의 커진 영향력을 이용해 그 운동들을 분쇄하려 들 것이다.

따라서 시리아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시리아 대중에게 투쟁을 위해 조직할 기회를 열어 준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