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혁명적 사회주의자가 말한다:
아사드 독재 정권 몰락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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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인 혁명적 사회주의자 가야스 나이쎄는 바샤르 알아사드의 몰락으로 아래로부터 투쟁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열렸다고 전한다.
시리아에서 수십 년간 잔혹하고 억압적인 독재를 편 아사드 정권이 몰락했다. 2000년에 하페즈 알아사드가 사망한 이래로 시리아를 통치해 온 하페즈의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는 12월 8일 일요일 아침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도망쳤다.
이슬람주의 무장 단체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열흘 전 아사드 정권을 상대로 전격전에 나섰다. HTS는 시리아 북부 도시 알레포를 장악한 후 수도 다마스쿠스를 향해 남진(南進)했다.
오랫동안 계속됐던 시리아 내전이 다시 불붙었다. 아사드 정권이 일으킨 내전 때문에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대중 혁명은 피로 물들었고, 서로 경쟁하는 제국주의 강국들이 시리아에 개입했다.
시리아인 혁명적 사회주의자 가야스 나이쎄는 아사드의 몰락이 “시리아 역사의 일대 사건”이라고 전했다.
“많은 기회와 숱한 위험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런 기쁜 일이 벌어지기까지 정말이지 긴 시간이 걸렸고 또 무수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저 권위주의적인 아사드의 살인 독재 정권이 사라졌으니 기쁩니다. 하지만 두려움도 있습니다. 이 변화의 주체가 우리가 원하는 세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HTS와 그것이 대변하는 세력에 대한 두려움이 큽니다.”
“변화의 주체” HTS는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이끄는 단체로,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아 아사드를 타도했다. 대규모 대중 저항이 아사드를 끌어내린 것이 아니다.
튀르키예의 레제프 에르도안 정부는 아사드 정권을 약화시키고 역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HTS를 지원했다. 에르도안은 경제적 이득도 얻고자 했지만, 또 자결권을 위해 투쟁하는 쿠르드인들을 시리아와 튀르키예에서 더 쉽게 공격하기를 바라기도 했다.
HTS는 놀라운 무력으로 아사드 정권을 타도했는데, 이로써 아사드 통치의 허장성세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나이쎄는 이번 전투가 벌어진 맥락과, 아사드가 이토록 빨리 몰락한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첫째, 시리아 사람들은 모두 오랜 내전으로 기진맥진했고 아사드 정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상황은 악화일로였습니다. 경제가 매년 나빠지는데 정권은 사람들의 최소한의 필요도 충족시키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사드는 시리아 내에서 제대로 된 사회적 기반이 전혀 없었습니다.
“둘째, 아사드의 주요 후원자들인 러시아와 이란이 약화됐습니다.” 나이쎄는 2015년 아사드 정권을 구하려고 개입했던 러시아가 “지금은 우크라이나에 발목이 잡혀 있어서 그때처럼 아사드를 도와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란도 처지가 그다지 좋지 않아요.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의 전쟁으로 이란의 역내 영향력이 크게 약화됐습니다. 그래서 지역 강국들이 아사드 정권을 돕지 못하고 오늘 그의 몰락을 방치한 것입니다.”
시리아 내전 동안 미국·러시아·이란·튀르키예 등 서로 경쟁하는 제국주의 강대국들과 지역 강국들은 저마다 시리아에 개입했었다.
나이쎄는 앞서 시리아를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각축장이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그 세력들 간 긴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지정학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이스라엘·튀르키예·미국·러시아는 자신들이 참여하는 과도 통치 계획이 수립되기를 바랄 겁니다.
“그건 시리아 사람들의 바람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많은 시리아 사람들은 HTS가 앞으로 하게 될 일과 HTS가 맺을 합의에 반대할 겁니다.”
HTS가 2011년 시리아 혁명의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리아 혁명 당시 오랜 빈곤과 독재에 대한 분노가 대중 시위로 분출했고, 2011년 3월이 되자 거대한 세력들이 국가 탄압에 맞서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이에 대응해 아사드 정권은 혁명을 피로 물들이려고 잔혹한 종파 간 내전을 일으켰다. 아사드가 일으킨 내전은 대중 투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서로 경쟁하는 제국주의 강대국들은 내전을 빌미로 시리아에 개입했다.
나이쎄는 HTS가 민중 혁명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HTS는 시리아 내에 사회적 기반이 없습니다. HTS는 시리아에서 가장 곤경에 처한 사람들로 대원들을 충원하지만, HTS는 대중 조직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이쎄는 아사드 정권 몰락으로 평범한 시리아인들이 아래로부터 투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열렸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HTS에 반대합니다. 그럼에도 HTS 때문에 사회적·정치적 투쟁의 기회가 열린 것도 사실입니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HTS는 현재 시리아의 운명을 좌우할 유일한 세력이 아닙니다. 지금 이 시기에 민중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아사드 정권의 몰락으로 시리아인들이 다시 투쟁할 수 있는 전망이 열렸고 새로운 권위주의 정권 수립에도 맞설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민중의 정치적·사회적 필요를 쟁취하려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의 가능성에 시리아의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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