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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은 그저 승자이기만 한가?

이스라엘은 승자를 자처하고 있다. 매스미디어도 ‘저항의 축’이 심각한 타격을 입어 이스라엘이 “최대 승자”가 됐다고 보도한다.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그런 상황처럼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독재자 아사드가 몰락하자마자 시리아 영토 안쪽 골란고원을 점령했고, 수도 다마스쿠스를 폭격했다. 12월 26일에는 예멘의 주요 도시들에 있는 공항, 발전소, 군 시설 등을 공습했다. 임시 휴전 중인데도 레바논을 계속 폭격하고 있다.

가자 상황의 처참함은 형언할 길이 없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을 시작한 이래 가자지구 인구는 6퍼센트 감소했다. 10만여 명이 가자지구를 떠났고, 5만 5000여 명이 사망했다(2024년 12월 31일 팔레스타인 중앙통계국의 발표).

최근 카말 아드완 병원의 참상은, 이스라엘의 가자 인종 학살이 시작된 지 450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충격적이다.

카말 아드완 병원은 가자지구 북부의 마지막 병원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2월 27일(이하 현지 시각) 약 350명의 환자와 의료진이 있는 카말 아드완 병원을 급습했다. 그리고 병원에 불을 지르고 폐쇄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환자와 직원을 밖으로 끌어내 옷을 벗기고 몇 시간 동안 추위에 떨게 했다. 또, 다쳤거나 아픈 팔레스타인인들을 눈을 가리고 묶어 놓은 뒤 구타했다(알자지라, 2024년 12월 28일 자).

후삼 아부 사피야 병원장이 건물 잔해들 사이를 지나 이스라엘 탱크를 향해 홀로 걸어가는 장면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암울하게 보여 줬다. 아부 사피야는 그 뒤 잔혹한 고문으로 악명 높은 스데 테이만 기지에 수감된 것으로 추정된다.

후삼 아부 사피야 카말 아드완 병원장이 이스라엘 탱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이후 그는 납치됐다

그다음 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의 병원 두 곳(알아흘리 병원과 알와파 병원)을 추가로 파괴했다.

크리스마스 기간에도 이스라엘군의 학살은 계속됐다. 12월 26일 가자지구의 기자 5명이 방송국 차량을 주차시켜 놓고 그 안에서 잠들었다가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다.

고향에서 쫓겨난 난민들이 머물고 있는 텐트촌에서는 이스라엘군의 폭격뿐 아니라 굶주림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60일간 휴전과 인질 교환 협상에서 자신의 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인종 학살을 지속하고 있다.(1월 20일 트럼프의 취임식 전까지 하마스와 휴전 협정을 맺을지는 불확실하지만 말이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접한 필라델피 회랑과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넷자림 회랑에 군대를 계속 주둔시키고자 한다. 가자지구 북부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넷자림 회랑의 면적은 46제곱킬로미터로, 가자지구 전체 면적(360제곱킬로미터)의 13퍼센트를 차지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끊임없이 새로운 조건을 내놓으며 임시 휴전을 방해한다고 비난했다.

정치적 측면

그러나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이스라엘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레바논·시리아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지만 전쟁에서 이기지는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휴전 압력은 하마스뿐 아니라 네타냐후도 받고 있다. 헤즈볼라도 패배하지 않았고 이란도 패배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지원하는 바람에 외교적·정치적 역풍을 맞았고,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린 아랍 세계에서의 영향력이 크게 손상됐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과 인종 학살을 경험하면서 아랍 대중의 의식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최근 21개 아랍 나라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오늘날 팔레스타인 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1960년대 말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1960년대 말에는 이집트·시리아·요르단 등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재앙적 패배를 당하자(1967년 제3차 중동 전쟁 또는 6일 전쟁), 팔레스타인의 독자적 무장 투쟁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각성시키기 시작했다. 이런 무장 투쟁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은 또다시 아랍의 난민으로 부각됐다.

16개 아랍 나라에서 실시한 또 다른 여론 조사에서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팔레스타인인뿐 아니라 모든 아랍인의 문제라는 데에 92퍼센트가 동의했다. 이는 그 조사가 시작된 201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집트·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알제리·수단·모로코 등지에서 특히 높았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은 시리아 아사드 독재 정권의 붕괴로 아랍 대중의 분노가 폭발할까 봐 두려워한다. 이스라엘의 서방 후원국들과 아랍 동맹국들도 마찬가지로 불안해한다.

아사드가 몰락한 직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헤르지 할레비와 신베트(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정보국장 로넨 바가 카이로에서 이집트 고위 관리들을 만났다. 이집트 측이 시리아 상황과 지역 불안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요청한 것이었다.

“〈마리브〉[이스라엘 일간지]의 군사 특파원 아비 아시케나지는 시리아의 여진이 다른 두 인접국, 즉 이집트와 요르단에 미칠 영향을 이스라엘 안보 기관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활동가 아베드 아부 셰하데는 그 이유를 다음같이 설명했다. “중동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거대한 움직임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을 위해 의지하는 권력 구조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미들 이스트 아이〉, 2024년 12월 12일 자)

서방 지도자들의 위선적인 중동 평화 구상은 결코 믿어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존재하는 한, 중동 평화는 고사하고 가자 전쟁의 영구 휴전도 없을 것이다.

올해에도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지속·확대해 이스라엘을 국제적으로 더한층 고립시켜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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