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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이스라엘은 가자 시위를 인종 학살 정당화에 활용하고 있다

3월 18일 이스라엘 전투기가 가자지구 폭격을 재개해 며칠 만에 팔레스타인인 800여 명을 학살했다. 이스라엘이 학살을 재개한 지 7일째 되던 3월 25일, 가자 북부 베히트 라히야에서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이스라엘의 잔혹한 학살과 폭력이 중단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들은 “전쟁을 중단하라,” “우리는 살고 싶다,” “우리는 먹고 싶다,” “우리는 죽기를 거부한다” 등을 외쳤다. 시위 영상을 보면, 팻말 문구의 필체가 동일인의 것임을 알 수 있다.

행진 도중에 한 시위 참가자가 “하마스 나가라”를 외치자 그 주위에 있던 일부 사람들이 따라 외쳤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외치지 않았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재빨리 “하마스 나가라”를 외치는 장면을 포착했다. 그들은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이 효과를 내고 있고, 팔레스타인인 주민과 하마스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중동 같은 보수 언론뿐 아니라 〈한겨레〉, 〈경향신문〉 같은 자유주의 언론도 이를 받아들였다. 매스 미디어는 하나같이 “하마스 반대 시위”라고 제목을 뽑았다. 침소봉대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전쟁 선전에 동조한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절박하고 분열되며 모호한 팔레스타인인 시위 이미지를 이용해 ― 또 과장해 ― 군사 공격을 정당화하는 한편, 팔레스타인인들이 이 고통을 자초했음을 그들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재개가 노린 바이기도 하다. 즉,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의지를 꺾고 하마스에 항복을 강요해 이스라엘과 미국이 설정한 조건 — 무장 해제와 정치 무대에서의 퇴장 — 을 받아들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제시하는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다. 지난 1년 7개월 동안 그랬듯이 인종 학살을 계속 당하거나 아니면 “느린” 학살을 당하거나.

“느린” 학살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의 난민촌에 가두고 해외로 강제 이주시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자발적’ 이주 사무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 트럼프가 제안했던 것과 유사한 방안이다. 그리 되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에 있는 원래 자기 마을로 영원히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자 공격을 확대하는 것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취약함의 표현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미 실패한 수단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스라엘과 미국은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다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평화 중재자”를 자처했지만, 지금 예멘·시리아·레바논 등 중동 전역으로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친미적인 아랍 정권들은 전쟁이 대중 반란을 촉발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협상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휴전을 복원하기 위해 새로운 제안을 했다. 하마스는 매주 5명의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첫 주가 지나고서 휴전 2단계를 이행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보장하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대가로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는 일정도 포함됐다(로이터 통신, 3월 24일자).

미국과 하마스는 이 제안에 동의했지만, 이스라엘은 아직 응답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 7개월의 가자 인종 학살 경험은 미국의 “보장”이나 아랍 정권들의 구상을 신뢰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아랍 정권들은 팔레스타인인의 민족자결권과 자유가 아니라 대미 관계, 자국민의 분노 통제하기에 압도적 관심이 있다.

이스라엘 내부의 갈등에도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네타냐후 사퇴와 휴전 연장을 요구하는 시위대는 인질 석방을 요구할 뿐이다. 그들은 이스라엘 국가가 가자지구를 폐허로 만들고 서안지구에서 정착촌을 확대하는 것을 지지한다. 이스라엘의 식민 정책과 점령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파괴, 공간의 붕괴, 행정력의 와해에도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인들은 지난 17개월 동안 기적에 가까운 연대와 저항을 보여 주고 있다.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도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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