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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운동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의 재집권과 중동 정세,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이스라엘은 지난 한 해 동안 가자지구에서 인종 학살을 강화하고, 레바논으로 인종 학살을 확대했으며, 이란을 향해 정권 교체를 위협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이스라엘은 더 자신감을 얻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지난해 12월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가 몰락한 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보면, 이런 사태 전개로 이란과 러시아는 손해를 봤다. 알아사드 정권은 이란의 핵심 동맹이었다. 러시아는 시리아를 중동·북아프리카 진출 기지로 이용하고 있었다.

반면 하마스는 시리아 독재 정권의 전복을 옳게도 환영했다. 2012년에도 당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2024년 7월 31일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됐다)는 시리아 봉기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하마스는 지금까지 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잔혹함은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인종 학살 논리 자체에서 비롯한다. 이스라엘에게 전쟁은 일시적 상황이 아니라 존재 이유다. 80년 동안 중동에 터를 잡은 식민 정착자 국가는 전쟁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이스라엘이 인종 학살을 멈추지 않는 더 직접적인 이유는, 가자에서 실현 가능한 “최종 단계”(엔드게임)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군대는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결정적으로 분쇄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세계 지배자들은 이스라엘이 적대 세력들을 약화시킬 수 있을지언정 완전히 파괴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스라엘 정부의 주요 인사들, 특히 군 장성과 정보기관 수장들은 가자지구 영구 점령을 원하지 않는다. 상시적 저항 소탕 작전을 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전 총리 에후드 올메르트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당국(PA)이 아랍 국가들과 협력해 하마스를 배제하고 가자지구를 재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팔레스타인 당국이 가자지구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전혀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팔레스타인 땅을 더 차지할 필요성과 이스라엘 내 극우 정치세력의 영향력 증대로 인해 인종 학살과 전쟁의 위험성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나홀로 가는”) 전략의 모순

미국의 헤게모니가 쇠퇴하고 중동에서 이스라엘을 비롯한 지역 강국들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열쇠다.

중동에서 미국의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이 쇠퇴하면서(물론 군사적으로는 물러나지 않고 있다) 공백이 생겼고, 아류 제국주의 국가들이 더 공세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많아진 것이다.

동맹들을 강압적으로 줄 세우려는 트럼프 ⓒ출처 이스라엘 총리실

가령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심각한 타격을 줬고, 이는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촉발시키는 데 일조했다.(물론 시리아 대중이 독재 정권을 약화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구실을 했다. 2011년 혁명이 잔혹한 반혁명적 전쟁으로 진압됐는데도 대중 동원이 10년 넘게 지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했다. 바이든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 사이에는 겉보기보다 연속성이 많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러시아·이란을 상대로 벌인 지정학적 대결 정책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훨씬 더 충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수행할 공산이 크다.

특히 트럼프는 나토와 중동의 우방들을 못마땅해한다. 트럼프는 취임 2주 만에 수십 년 동안 유지돼 온 미국의 위선적인 “두 국가 방안”을 폐기하고, 가자지구 인종청소와 서안지구 합병을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트럼프는 그 흔한 “테러와의 전쟁” 같은 명분조차 내세우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는 유럽·아랍 동맹들의 반대 입장을 완전히 무시했다. 아브라함(이브라힘)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을 강화시키려 했던 자신의 기존 정책마저 뒤집었다. 트럼프는 자기가 앉아 있는 의자의 다리를 제 손으로 잘라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나홀로 가는” 전략을 추구하지만, 동맹 네트워크는 그리 쉽게 뒤집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제국주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동맹 관계에 크게 의지해 왔다. 이제는 아랍 국가들의 협력이 없이는 그 어떤 가자지구 계획도 실질적으로 관철시킬 수 없다.

그래서 아랍 국가들이 미국이 아닌 다른 강대국들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 속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영향력을 행사해 동맹국들이 자신의 뜻에 따르도록 강요한다. 동맹국들이 돈을 더 많이 내고 순순히 줄을 서게 하려는 것이다.

윤석열과 그 지지자들은 트럼프에게 SOS를 치고 최상목 권한대행 내각도 트럼프 정부에 줄을 대려고 안달한다.

안타까운 것은, 차기 집권을 노리는 이재명도 트럼프의 비위를 거스를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의 대북 대화 노력을 지지”하고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와 만나, 가자 휴전을 두고 “평화 체제로 복귀한 것을 축하”한다고 덕담했다. 또, 이스라엘과의 안보·경제 협력을 약속했다.

이스라엘의 패퇴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인종 학살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중동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이스라엘은 전지전능해 보일 수 있다. 지난 16개월 동안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반대하는 운동에 참가해 온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쉽지 않은 물음에 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세계에서 가장 군사화된 국가인 이스라엘을 물리칠 수 있는가? 80년 동안 이스라엘을 지원해 온 미국을 물러나게 할 수 있는가? 러시아·중국 같은 강대국들, 부패한 아랍 정권들이 이스라엘의 범죄 행위를 지켜보기만 하는 상황은 달라질 수 있는가?

우선, 우리는 국제적인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일정한 성과를 거뒀음을 지적해야 한다. 예컨대,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의 재판이 보여 주듯이,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은 심화됐고 대중 여론도 이스라엘에 대해 비판적으로 크게 바뀌었다.

그러나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편의 잠재력을 온전히 가동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큰 잠재력이 있다. 그 힘은 아랍 노동자와 빈민들에게 있고, 그들의 힘은 거리와 일터에서 표출될 수 있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향한 길은 아랍 혁명의 부활에 있다.

그러나 이집트 문턱에서 자행되는 인종 학살이 1년 넘게 방송되고 있음에도 이집트 노동자와 빈민들은 아직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용감한 저항 운동과 연대하지 못하고 있다. 엘시시의 폭압적인 독재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거리와 일터를 투쟁 공간으로 되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전쟁이 한창인 탓에 군사적 해결책에 이끌리기 쉽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좌절 소식에 환호한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 저항을 단호하게 지지한다. 그러나 전사들의 끈질긴 무장 저항만으로는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은 이스라엘과의 끝없는 전쟁이라는 악순환에 빠져 있고, 유일한 탈출구는 아랍 혁명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스라엘 국가가 만에 하나 전쟁에서 패배한다손 쳐도 혁명이 없으면 그 국가를 해체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혁명은 특히 이집트 정권에 맞서야 한다. 특히, 이집트 정권이 가자지구 봉쇄에 적극 가담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자국 운동과 조직을 철저하게 탄압하고 있기 때문에도 그렇다.

가자 전쟁이 중동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1948년 나크바에 비견될 만하다. 나크바의 여파로 당시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에서 위기가 촉발됐다. 그래서 또 다른 전쟁, 더 잔혹한 전쟁이 벌어질 위험도 있다. 중동 지역에는 혁명의 가능성과 야만의 위험이 공존한다.

아사드 정권의 급속한 붕괴,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기도 등 급변 사태가 빈번해지고 그만큼 세계 체제의 불안정성이 급증하고 있다.

또, 중동 지역의 전쟁은 점점 더 다른 지역의 군사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을 러시아·중국·북한과 함께 “적대국들의 축”으로 규정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건설

지난해 10월 가자 학살 1년을 맞아 벌어진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집회에 2000여 명이 참가했다. 하지만 글로벌 차원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초반에 비해 규모가 준 상태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 세대”라고 불리는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제국주의의 본질과 제국주의에 맞서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가자 인종 학살은 서방의 자유주의적 제국주의의 정당성에 심각한 위기를 촉발시켰다. 운동의 규모가 부침을 겪을지라도 운동의 이 효과는 오래 지속될 것이다.

노동자연대는 2023년 10월 7일 이래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끈질지게 건설해 왔다. 우리 단체는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와 그 뒤 윤석열 탄핵 운동이 전개되는 상황에서도 두 전선 모두에 대처해 왔다.

〈조선일보〉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각각 민주노총과 노동자연대라는 두 좌파가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2월 17일 자). 하마스의 민간인 살해를 놓고 둘이 갈렸다고 나름 날카롭게 지적했다.

민주노총을 언급한 것은 의아하지만, 〈조선일보〉 기사의 주된 보도 대상은 노동자연대다. 국내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이 심각한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노동자연대 같은 극좌파를 악마화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흠집 내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제적 맥락도 있다. 영국·독일 등지의 정부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탄압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최근에 서방 지배자들은 이스라엘 지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등 아랍 국가들을 상대로 성공적으로 군사 공격을 하고 트럼프가 재집권한 상황에 고무된 것이다.

세계적인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2월 16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이미진

한국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규모는 서구에 비해 크게 작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주목할 만한 팔레스타인 연대 동원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는 이 운동을 통해 비혁명가들과 공동 행동을 통해 운동을 발전시키는 법, 즉 공동전선 전술을 실전에서 익히고 있다.

우리는 공동전선 전술을 구사해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생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쿠데타 기도의 충격으로 오랜만에 학생운동이 부활했다. 대학생들의 의식이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들의 정치적 관심은 높아졌다.

이런 기회를 붙잡아 거리에서도 연대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새로운 사람들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동참시켜야 한다. 운동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려면 새로운 사람들이 꾸준히 충원돼야 한다. 또, 그들이 운동 과정에서 실질적 구실을 할 수 있도록 민주적으로 활동을 조직해야 한다.

적절한 때에 지역으로 ‘찾아가는 집회’를 열고, 번화가에서 유인물을 반포하고, 마스지드를 방문해 이주노동자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노동조합 속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구축할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이런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레닌이 말한 “대중의 호민관”인 조직을 건설해야 한다. 레닌은 이렇게 말했다. “그[천대받는 대중의 호민관 - 김인식]는 폭정과 차별이 어디서 나타나든, 어떤 계층이나 계급의 사람들이 폭정과 차별에 시달리든 간에 그것에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 이 기사는 2월 15일 노동자연대 대의원협의회에서 한 발제에 기초한 것이다.

전쟁과 혁명의 가능성이 공존한다. 2011년 이집트 혁명 ⓒ출처 호쌈 엘 하말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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