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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가자 학살을 강화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이스라엘

이스라엘이 3월 18일(이하 현지 시각) 짧았던 가자 휴전을 파기한 지 40일이 지났다.

이스라엘은 휴전 파기 후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인 2000여 명을 살해했다.

대량 학살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가자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봉쇄로 하루하루 생지옥을 견디고 있다. 이스라엘은 8주째 가자를 전면 봉쇄하고 있다. 가자지구 내 구호 물품과 의료용품 재고가 바닥나고 필수 식재료 가격이 치솟고 있다. 200만 명이 넘는 가자 주민들을 집단적 고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봉쇄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 ⓒ출처 UNRWA

지금 이스라엘군은 난민 텐트를 정조준해 폭격하고 굶주린 가자 주민들이 쉴 새 없이 피난하도록 만들고 있다.

세계 최강의 전쟁 기계 하나가 이런 인종 학살을 1년 반 넘게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는 네타냐후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지지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런 전략은 건물 잔해 속에서 게릴라전을 벌이는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을 분쇄하지 못하고 있고, 이스라엘인 인질을 되찾는 데서도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예멘 폭격

트럼프 정부의 예멘 공격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미군은 3월부터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세계 최빈국 예멘의 시장과 제빵소 등을 폭격하고 있다.

예멘 폭격은 미국 정부가 나라 안팎으로 인간의 고통과 생명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위에 세워져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미군은 4월 17일 홍해 연안의 라스이사 항구를 폭격했다. 최소 80명이 숨지고 150명 이상이 다쳤다. 4월 19일에는 수도 사나의 파르와 시장 등을 폭격했다. 4월 28일에는 예멘 북부 사다에 소재한 아프리카 이주민 수용 시설을 폭격해 68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부상당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예멘 공격은 홍해와 수에즈 운하의 해상 안보를 놓고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후티는 미국·이스라엘의 군함과 상선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4월 18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100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미국·이스라엘의 공격 격화에 맞서 가자와 함께한다”고 외쳤다. 또, “미국의 침략”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할 “절대적 권한”을 후티에게 위임했다.

4월 18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100만 명이 모인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출처 Yemen News Agency SABA

미국의 예멘 폭격은 트럼프의 애초 중동 전략에 따른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트럼프 정부가 여러 측면에서 거듭 공격을 받아 감당하기 쉽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태에 처해 있음을 보여 준다.

트럼프는 애초 아브라함(이브라힘) 협정으로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를 도모한 지난 임기 때의 프로젝트를 이어가려 했다. 이를 통해 “복잡한 중동 문제에 휘말리”(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것을 피하고 중국에 집중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홍해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스라엘의 중동 재편 시도가 트럼프의 전폭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게다가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연거푸 스캔들에 휘말렸다. 지난달 채팅방에 실수로 기자를 초대해, 예멘 군사 작전을 논의한 ‘시그널 게이트’를 촉발한 뒤, 이제는 그 계획을 가족에게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화당에서도 헤그세스 해임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헤그세스를 두둔했다. “그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관세 문제로 타격을 입은 터라 국방 문제에서까지 약점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예멘을 무자비하게 폭격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자 한다.

네타냐후의 인종 학살도 본질적으로는 트럼프와 다를 바 없는 모순에 부딪혀 있다. 물론 네타냐후가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아랍 나라들을 공격할 때마다 매스미디어는 그를 “승자”로 보도한다. 가자 학살을 지속하고 서안지구 정착자들의 폭행·방화·살해를 용인함으로써 네타냐후는 극우 정치 세력을 연정에 잡아 뒀다.

그러나 네타냐후의 출구 전략 부재는 이스라엘 내부의 분열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고 있다. 네타냐후는 신베트(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네타냐후는 신베트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대응에 “비참하게 실패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자 신베트 국장 로렌 바르는 네타냐후가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을 감시하라고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네타냐후와 정보기관의 갈등은 사법부로 번졌다. 사법부는 네타냐후의 신베트 국장 해임을 보류시켰다. 게다가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7개의 전선”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의 불만을 달래고 이스라엘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스라엘은 단 하나의 전선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네타냐후의 잔혹함은 이스라엘 내 극우 동맹들은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아랍 국가들과의 협력 가능성은 거의 닫히고 있다.

엇박자

한편, 네타냐후와 트럼프는 이란과 시리아 문제를 두고 뜻밖의 엇박자를 내고 있다. 트럼프가 가자 학살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분쟁 지역들이 하도 많고 트럼프의 공언들이 통제 불능의 문제들을 연쇄적으로 발생시키는 탓이다.

첫 번째 엇박자는 이란 대응 문제다. 네타냐후는 이란을 공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란과 대화를 시작했다. 트럼프는 전임 오바마 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협정(핵심 내용은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이다)에서 미국을 탈퇴시킨 장본인이다.

그랬던 트럼프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트럼프 정부 내부에도 갈등이 있다. 이란과 협상하자는 쪽도 있고 네타냐후와 입장을 같이하는 쪽도 있다.

두 번째 엇박자는 시리아 문제다. 이스라엘은 아사드 몰락 후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튀르키예와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튀르키예의 시리아 개입을 저지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에르도안은 내 친구다. 강하고 아주 똑똑하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반대하는데도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물론 네타냐후와 트럼프 둘 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기꺼이 더 많은 피를 부를 자들이다. 오직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유지되고 확대될 때만이 이 학살자들을 저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벌어진 모로코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는 기쁜 소식이다. 4월 18일과 20일 모로코 도시 카사블랑카와 탕헤르에서 F-35 전투기 부품을 이스라엘로 운송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머스크(세계 2위의 해운 회사) 선박의 입항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카사블랑카 항만 노동자들은 하역 작업을 거부했다.

탕헤르에서는 1500여 명이 컨테이너 항구 인근 도로를 따라 행진했다. 시위대는 “민중은 그 선박의 입항 금지를 원한다,” “모로코 바다에 인종 학살 무기는 안 된다”를 외쳤다. 모로코 내에서는 이스라엘과의 군사·무역·정치 관계를 단절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이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과 국제 연대 운동의 압력 때문에 이스라엘은 미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빠져 있다.

물론 이스라엘은 인종 학살을 더욱 강화하면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이스라엘 문화체육부 장관 미키 조하르는 X에 이렇게 올렸다.

“가자지구에는 어떤 인도적 지원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 ... 모든 인질이 가자에서 돌아올 때까지 테러를 일으킨 자들에게는 지옥불만 쏟아져야 한다.”

이스라엘 국가는 팔레스타인인의 삶을 지상의 지옥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이 테러 국가가 해체될 때까지 계속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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