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해방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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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학살 1년이 된 지금, 이스라엘은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대는 마침내 레바논 국경을 넘어 지상전을 개시했다. 그전 2주 동안은 레바논을 폭격해 1000여 명을 죽였다. 그중에는 하산 나스랄라 등 레바논 정당 헤즈볼라의 간부들도 다수 포함됐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분쇄하지 못하자,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침공해 자신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음을 과시하려 한다.
그럼으로써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자행해 온 인종 학살과 미국 등 서방의 인종 학살 지원을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전쟁도 규탄해야 한다.
만약 이스라엘 군대가 레바논에서 패퇴당한다면 팔레스타인 연대 투쟁에 유리한 정세가 조성될 것이다.
물론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헤즈볼라보다 훨씬 막강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에서 반드시 이길 거라는 보장은 없다.
레바논 전쟁에서도 미국 등 서방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 가자 전쟁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하산 나스랄라 피살을 “정의로운 일”이라며 축하했다.
매스 미디어는 공포에 질려 피난 가는 레바논인들과, 이스라엘의 폭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헤즈볼라를 반복해서 보여 준다.
그러나 이것이 그림의 전부는 아니다. 레바논인들은 이스라엘의 전쟁에 맞서 광범하게 단결하고 있다. 다양한 커뮤니티의 자원 봉사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남부에서 피난 온 난민들을 돕고 있다. 난민을 맞이하고, 난민에게 거처할 곳을 내주고, 헌혈을 하고, 음식을 나눠 주고 있다.
그래서 종단과 종파에 따라 분열해 있는 레바논 정당들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반대하고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계속되다
팔레스타인인 자신의 무장 저항과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평범한 사람들이 시온주의와 제국주의에 맞서 투쟁할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 줬다.
물론 이 운동은 1960년대 후반부와 1970년대 전반부에 일어난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의 규모와 영향력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당시 반전 운동을 통한 청년들의 급진화는 노동계급의 전투성이 상승하는 맥락 속에서 이뤄졌다. 특히,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지에서 그랬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과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가한 압력 때문에 서방 정부들은 커다란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에서조차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1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물론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미국·영국 등에 비하면 불가피하게 규모가 작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제 여론 조사를 보면, 한국은 가자 전쟁 개전 후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장 크게 늘어난 나라였다. 이것은 유례 없는 일이라는 논평이 뒤따랐다.
그래서 대중의 정서와 실제 행동 사이에 격차가 있다. 주되게는 팔레스타인인들과 한국인들의 접촉이 서구에 비해 덜한 것과 관련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한국인 다수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소수이지만, 다수를 대표하는 소수다!
이슬람 혐오 반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대한 서방 정부들의 핵심 공격 무기 하나는 이슬람 혐오다.
서방 정부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을 테러리스트이자 유대인 혐오자로 비방하고, 무슬림을 악마화해 왔다. 서구 좌파의 대부분은 이런 공격에 별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기회주의적으로 타협했다.
한국 정부는 서방 정부들처럼 노골적으로 이슬람 혐오를 부추기거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탄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법무부와 국가정보원 같은 기관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참가하는 미등록 난민과 이민자들을 색출해 내려는 비열한 짓을 하려 한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지키려면 난민과 이민자를 방어하고 이슬람 혐오를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이 점에서 조금이라도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면 팔레스타인 연대 투쟁을 일관되게 지지할 수 없게 된다. 세계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직후, 한국의 좌파들은 대부분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납치와 살해 사실 때문에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확실하게 지지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망설였다.
이런 주저와 망설임에는 이슬람주의와 그 팔레스타인 정당 하마스에 대한 편견이 작용했다. 하마스가 이슬람 국가를 지향하고(2017년에 강령에서 삭제했는데도), 성차별적이고 성소수자 혐오를 하고 있다는 편견을 가지다 보니, 하마스 지지가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무지막지한 가자 인종 학살이 시작되고 대다수 사람들이 이스라엘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자, 그들은 하마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은 채 이스라엘의 공격만 반대하는 식으로 행동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 운동을 흠뻑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식민 점령과 인종 학살에 맞선 처절한 투쟁의 산물이다. 이렇게 하마스를 민족 해방 운동 지도부로 인정하고 그다음에 그들의 전략을 평가해야 한다.
이렇게 접근하면 하마스와, 같은 이슬람 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 왕가가 완전히 다른 물질적 토대 위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는 민족 억압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자국 대중을 억압적으로 지배한다.
따라서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은 이슬람 교리에 따른 행동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 하려는 이스라엘 국가와 시온주의 정착자들에 맞선 전쟁 행위였다. 이스라엘이나 서방 정부들이 매도하듯이 “테러 행위”가 아니었다.
우리는 억압받는 민족의 저항을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 그 저항의 정치가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사상에 바탕을 두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저항의 핵심적 동력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 전쟁에 맞선 저항의 핵심적 동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보자.
팔레스타인 해방에는 세 기둥이 있다.
첫째 기둥은 팔레스타인인들 자신의 영웅적 저항이다.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은 다양한 저항을 해 왔다. 대규모 시위, 반란, 파업을 벌였다. 또, 지금 이 순간에 이스라엘 군에 맞서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 무장 투쟁은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영웅적 용기만으로는 이스라엘군을 패퇴시킬 수 없다. 이스라엘의 군사력이 막강할 뿐 아니라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째 기둥인 인접국들의 노동자·농민 반란이 반드시 필요하다.
2023년 10월 7일 직전에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간의 관계 정상화 추진이 절정에 달했었다. 그러나 지난 1년 새 이 프로젝트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중동 대중의 분노가 미국·이스라엘과 협력하는 중동 정권들로 향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년 새 아랍 청년들이 급진화됐다. 시온주의를 반대하고 이스라엘과의 타협을 반대하는 급진적 청년들이 크게 늘어났다.
가령, 최근 요르단 하원 의원 선거에서 무슬림형제단의 방계 조직인 이슬람행동전선이 138석 중 31석을 차지했다. 이슬람행동전선은 2020년 선거에서 10석을 얻었었다. 무슬림형제단이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주도하면서 인기가 올라간 것을 반영한 결과다.
이집트에서는 독재 정권이 저항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지만, 물이 끓는 냄비 뚜껑을 너무 오래 닫아 두면 넘칠 수 있다.
팔레스타인 해방의 셋째 기둥에 대해 얘기하겠다. 서방과 한국 같은 친서방 국가들 내에서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다. 미국 등 서방의 권력자들이 인종 학살의 공범이고 윤석열 정부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은밀히 편들고 있기 때문에 서방(과 친서방) 국가들에서의 저항은 중요하다.
미국 등 서방의 이스라엘 지원을 중단시킬 수 있다면, 시온주의 국가 이스라엘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여전히 인종 학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이 세 기둥의 결합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전략에 의존하려 해서는 안 된다. 가령, 지역 강대국인 이란 정권은 팔레스타인 해방에 도움을 주는 세력이 아니다. 이란은 팔레스타인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헤즈볼라를 위해서도 실질적인 행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노동계급도 팔레스타인 해방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없다. 물론 이스라엘 내에서도 시위와 심지어 파업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종 분리 체제 자체와 시온주의와 대결하는 데까지는 결코 나아가지 않는다. 이스라엘 사회의 성격상 그럴 수도 없다.
현재 이스라엘 국내 반네타냐후 시위는 인질 석방을 위한 일시 휴전을 요구할 뿐 인종 학살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결국 시온주의와 제국주의에 맞선 저항은 팔레스타인·중동·서방의 대중 자신의 투쟁 프로젝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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