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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이재명, 미·일 제국주의에 협력할 태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그간 윤석열의 친미·친일 외교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공식 정치에서 어느 정도 대변해 온 정치인이다.

그는 2023년 일본의 핵 폐수 방류에 반대하는 대중 집회 연단에 올라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고, 지난해 3월에는 중국과 대만 사이의 문제에 한국이 직접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후보 측의 언행에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신이 한미동맹을 불안정하게 할 후보가 아님을 미국과 국내 보수파들에게 보여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5월 8일(미국 현지 시각) 이재명 후보의 외교안보보좌관 김현종이 워싱턴에서 백악관 고위 인사들을 만났다. 김현종은 이 후보가 한미일 관계와 한일 협력을 강화할 의지가 있음을 백악관 측에 전달했다. 조선 등 트럼프 정부가 특별히 관심을 갖는 협력 분야에 대해서도 논의한 듯하다.

김현종은 한일 관계가 19세기 후반 일본의 ‘삿초동맹’처럼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슈번*과 사쓰마번이 공동의 적인 에도 막부를 타도하기 위해 해묵은 감정을 내려놓고 손잡은 것을 한일 관계의 방향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는 바로 미국이 원하는 바다. 미국은 중국이라는 ‘공동의 위협’에 함께 맞서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협력 증대를 지속적으로 주문해 왔다.

한미동맹

이재명 후보가 김현종을 메신저로 백악관에 보낸 것 자체가 시사적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FTA 체결을 적극 주도한 보수적인 통상 관료였다. 노무현 정부와 자본가들은 한미FTA로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 민영화, 노동유연화를 촉진하고자 했다. 그리고 한미동맹을 경제적 측면에서 업그레이드하고자 했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 등 서민의 몫이었다.

이처럼, 이재명 선대위의 외교 정책은 이미 김현종, 위성락, 이종석 등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위성락은 외교부 북미국장이던 2003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다는 외교 각서를 미국에 보낸 장본인이었다.

이재명은 신자유주의적 ‘한미FTA의 전도사’로 불렸던 김현종을 외교안보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선대위는 외교·안보 기조를 “한·미·일 협력을 기초로 한·중 간 전략적 협력을 확대한다”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조선일보〉 4월 30일 자). 이는 위성락이 언론에 자주 하던 말과도 부합한다. “미국이 우리를 3시로, 중국이 9시로 잡아당긴다면 우리는 1시 반 정도에 있어야 한다.” 차기 정부 외교 정책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관리”하려 애쓰되 기본 방향은 한미동맹을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재명 자신도 한미동맹 강화에 타협할 의사를 거듭 밝혀 왔다. 그는 지난 2월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한미일 3국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며, 미국이 한미동맹에 관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민주당은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 및 세계평화·번영의 핵심축”임을 밝히는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그 결의안에는 민주당이 국힘과 타협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빠지고 “북한의 비핵화” 지지가 들어간 데다가 트럼프 정부와의 전략적 협력도 강조됐다.

5월 8일 이재명과의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최태원 SK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유럽연합(EU)’ 같은 경제 연대를 일본과 맺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명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고 화답했다.

실제로 이재명 선대위는 집권 후 한일FTA 추진을 포함한 한일 관계 개선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미국은 한일 관계를 한국이 어느 편에 서는지를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긴다. … 우리가 중국보다 일본과 협력에 먼저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재명 선대위 관계자, 〈매일경제〉 5월 9일 자)

리트머스 시험지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면 미·중 갈등 사이에 놓인 아슬아슬한 길을 걸으며 (사실상 지배계급의 이익인) ‘국익’을 도모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한국 국가가 한미일 협력을 유지·강화하는 동시에 북·중·러 관계까지 잘 관리하는 게 가능할까? 지정학적 갈등이 날로 첨예해져 가면서, 그만큼 한국의 운신의 폭도 좁아져 있다. 또한 트럼프 정부는 주한 미군의 역할을 변경하고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라는 등 한미동맹을 재조정하자고 성화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외교적 기예로 이를 잘 해결하기는커녕, 국제적 갈등과 국내 정치의 첨예한 위기를 피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재명 측이 한미동맹 강화에 타협할수록 국내 정치에서 우파들의 기가 살아날 여지가 커질 것이다. 이미 〈조선일보〉는 이재명의 태도 변화에 주목하면서 한미일 협력에 부정적이었던 과거 발언부터 해명하라고 촉구했다(4월 30일 자 기사).

김현종이 백악관 인사들을 만날 때, 민주당과 진보당 등 5개 야당은 공동선언문을 내어 이재명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복원”해 평화와 주권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재명이 대통령이 돼도 그가 펼칠 “실용 외교”는 진정한 평화 실현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오히려 지정학적 압력에 대응하고 한미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위험과 부담을 노동자 등 서민에게 떠넘기게 될 공산이 크다.

다음 달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더 위험해진 세계 속에서 반제국주의 운동을 건설할 필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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