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평 〈노무사 노무진〉:
일터에서 스러져 간 노동자들에 대해 기억하고 말하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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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 노무진〉의 핵심 줄거리이자 주목할 만한 특별함은 전태일 보살이 노무사 노무진에게 노동자 원혼을 소개하고 노무진이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파헤친다는 것이다.
웹툰과 드라마 〈DP〉 시리즈의 원작자, 각본가인 김보통 작가가 각본을 썼고 임순례 감독이 연출했다. 전체 10화 가운데 현재 4화까지 방영됐다.
1화에서 화염에 휩싸인 청년 전태일이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장면이 나오고 2화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3~4화는 종합병원 간호사의 사연이 나온다.

계속해서 노동자들의 사연이 나올 것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전체 산업 재해 사망 노동자는 매년 2,000명 안팎이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한 명만 일하다 죽어도 언론과 국가는 엄청난 호들갑을 떨 것이다.
그러나 청년 노동자 김용균 씨가 끔찍하게 희생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2일, 2차 하청업체 노동자 김충현 씨가 또다시 기계에 끼여 죽었다.
김충현 씨도 홀로 작업을 해야 했다.
한국서부발전(원청)과 한전KPS(1차 하청)의 해명은 드라마 2화와 완전히 똑같다. 노동자가 “임의로 작업하다가 죽었다”는 것이다. 역시 거짓말이다.
김용균 씨가 7년 전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몸통과 머리가 분리됐을 때 5시간 만에 발견됐다. 그때조차 회사는 작업을 중단시키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서부발전 법인과 당시 사장 김병숙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충현 씨는 달력에 6월 3일 대선 날짜를 표시해 두고, 그날을 기다리며 책 《이재명과 기본소득》을 읽었다. “일하다 죽는 나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이재명 정부가 답할 차례다.
행정력을 강화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하면 될 일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본가들과 국가는 이윤에 별 기여 없는 노력을 결코 거저 하지 않는다. 반드시 투쟁이 필요하다.
기업 고위 경영자 39명과, 사이코패스 등 정신 장애로 판정돼 폐쇄 병동에 감금된 중대 범죄자·혐의자 768명의 정신 상태를 비교한 연구가 있다.
기업 고위 경영자들이 연극성(피상적인 매력·불성실·자기 본위·조작), 자기애성(과장·공감 능력 결여·착취·독선), 강박성(완벽주의·일 중독·경직·완고·독재 성향)에서 더 높은 점수가 나왔다.
게다가 자본주의의 착취는 갈취와 다르다. 이윤 획득 자체가 착취다. 즉, 공식적이고 합법적이고 구조적이다. 착취는 자본주의의 심장 박동과 같아 노동자의 희생은 ‘콜래트럴 데미지(부수적 피해)’다.
원칙적으로 법이 자연인(개인)과 법인(기업)을 처벌할 수 있지만, 실제로 법이 기업을 처벌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게다가 법이 사회 구조(체제)를 처벌할 순 없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과 착취에 대한 진정한 처벌과 보상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끝내는 혁명이다.
〈노무사 노무진〉은 노동 문제를 다루는 선한 의도가 돋보이지만, 내용은 무난하고 원만하다. 이런 점은 현 정세와도 관련 있을 것이다. 쿠데타가 저지되고 구정권이 물러났지만 쿠데타 세력이 숙정되지 않고 극우가 급진하고 성장한 상황. 반년간 집회와 시위가 치열했지만 사태 전개에 결정적으로 노동계급 투쟁이 등판하지 않은 상황.
이런 상황의 영향은 최근 영화 〈신명〉의 깜짝 흥행에도 있다. 투쟁까지 소강되자, 반윤·반우파긴 해도 삼풍백화점부터 이태원 참사까지 인신 공양 주술로 설명하는 담론이 주목을 끌 수 있었다.
〈노무사 노무진〉은 임순례 감독이 동물권 보호 시민단체 카라의 이사 시절에 노조를 탄압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볼 만하다. 금토 밤 9시 50분 MBC-TV에서 방송된다. OTT에서 다시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