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사망 그 이후 — 인터뷰① 고 김용균 씨 어머니:
“내 아들의 억울한 죽음, 해결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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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4개월이 지났다. 한 많은 장례를 치르고, 문재인 대통령이 유가족을 청와대에 초청한 지 두 달이 흘렀다. 이른바 ‘김용균 법’이라 불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김용균 씨의 억울한 죽음은 ‘해결 수순’에 올랐다 말할 수 있을까?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노동자 안전과 관련한 토론회, 집회, 세월호 영화 〈생일〉 시사회에 참석하시는 등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원하는 건 진실을 규명해서 그에 따라 안전 조치를 해 달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나라는 당연히 해 줘야 하는 것을 은폐하는지, 서민들이 왜 이렇게 짓밟히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서민을 위해서 일해 달라고 정치인을 뽑은 건데, 왜 기업가들의 돈에 의해서 그 정치가 좌우되는 건지, 왜 기업가들의 말만 들어주는 건지.
대통령께서도 [용균이] 사고 나고 올해 초에 기업가들만 불렀더라고요. 왜 우리 얘기는 안 듣고 기업가들만 불러서 얘기를 듣는지. 우리 서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무시하는 거잖아요.
저는 이번에 진상규명위원회 발족할 때, 국무총리 계신 곳에서 ‘아무리 돈이 중요해도 사람보다 우선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그동안 기득권 세력들이 정치를 해 왔는데, 그 사람들이 하나라도 쉽게 내 주려고 하겠어요? 그렇지만 사람들 죽게 내버려둘 순 없잖아요. 싸워야죠. 가만히 있으면 그 사람들은 여태까지처럼 우리를 바보 취급하고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할 거 아니에요. 제가 여태까지 이렇게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정말 억울해요.
3월 4일 김용균 씨가 일하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다른 하청 노동자가 중상을 입었습니다. 많이 걱정하셨을 것 같은데요. 소식을 접하고 어떠셨나요?
처음에 사고 났다고 했을 때 정말 놀랐어요. 근데 그나마 같이 일하던 동료가 풀코드[비상 정지 장치]를 당겨서 살릴 수 있었다고 들었어요. ‘아, 그래도 용균이가 2인 1조 하게끔 만들어서 그 사람 살았구나. 정말 불행한 일인데 그나마 다행이다.’ 사람 살렸다는 마음에 감격스럽더라고요.
‘용균아, 우리 그래도 벌써 한 사람 살렸어. 이 일을 잘 해 나간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을까? 이게 시발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중간에 멈추지 않고 계속 안전 사회로 한 발 한 발 내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아들[이] 죽었어도, 내가 또 죽는다 해도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김용균 씨 사망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있었지만 김용균 씨의 동료들은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이 됐는데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 우리 아들 죽인 사람들, 강하게 처벌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정말 사력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3일간 국회에] 들어갔는데, 나와서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많이 후퇴된 법안이었어요. [기업 처벌의] 상한선은 있는데 하한선이 없어요. 상한선을 왜 두죠? 그냥 하한선을 높게 해 놓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좀 이해가 안 가는 법이더라고요.
죄 지은 사람들은 기업가들이고 정치인들이잖아요. [그런데] 다 자기들 죄 덮고 가려고 [해요]. 정말 잘못된 나라라고 생각해요. 서민들은 아무 죄도 없는데 왜 당해야 하는지. 돈 없는 죄, 그게 무슨 죄에요. [기업가·정치인들이] ‘너희는 짓밟혀도 된다. 너희는 일회용이다’ 하고 생각하지 못 하게 해야 해요.
저는 제 아들이 그렇게 인간 이하 취급을 받고 찢어져 죽었고, 그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아파요. 근데 우리 아들만 당한 게 아니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나라에 의해서 짓밟히고 죽었다는 게 너무 억울해요. 기업가들, 정치인들 다 어디 구덩이에 집어 넣고 묻어버리고 싶어요, 정말.
저는 나라가 잘 사는 것 원치 않아요. 서민들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제가 원하는 거예요. 안전한 대책을 세워서 같이 잘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힘들게 일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가치부터 인정해 줘야 해요.
가만히 책상 위에서 펜대만 굴리고 현장 확인도 안 하는 정부 기관들, 그런 사람들이 훨씬 더 대우를 받고 살고 있잖아요. 더 떵떵거리고 더 큰 소리 치고 있는데, 실제로는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거잖아요. 이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죠.
바꿀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정말 답답한데, 그래도 내가 시도도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요.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월 5일 김용균 씨 사망 대책 합의가 이뤄졌지만 4월 3일에야 ‘고 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우리 유가족들만 급해요. 정치인들이나 기업가들은 불리하니까 급하지 않아요. 그 사람들은 조사 대상도 최소한으로 [하려고 했어요]. [원청인] 서부발전이나 나라[국가]나 자꾸 축소시키려고 해서 대응하느라 진상규명위원회 [출범이] 좀 늦어졌어요. 마음이 급해도 제대로 되는 게 중요해요. 제대로 된 ‘빨리’를 원하는 거죠.
최근 양승조 충남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일명 ‘기업살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하셨습니다.
우리 사회는 사고 나서 다치고 죽어야만 잠깐 바라볼 뿐이고 사고는 자꾸 반복되잖아요. 기업인들이나 정치인들이 그렇게 해 왔던 거잖아요. 고치지 않고 숨기는 것이 자기들한테 훨씬 이익이니까요.
정말 부당해요. 우리 일반 서민들은 작은 죄를 지어도 다 벌을 받아요. 그런데 기업은 술수 써서 다 빠져 나가고, 실형 받는 사람들이 드물어요. 왜 그 사람들은 큰 위법을 저질러도 벌을 받지 않는지, 아니면 최소한의 벌금만 내는지 모르겠어요.
태안화력이 그동안[2010년부터 2018년까지] 하청 노동자를 12명이나 죽였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게 맞잖아요. 우리 서민들이 기업들도 무서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기업들이] 안전 대책을 세우고 사람을 한 명이라도 안 죽이려고 노력할 테니까요.
저는 서민들도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하고 싶은 거예요.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찾아야죠. 그래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죠. 우리뿐만 아니고 우리 자식들, 후손들도 우리에 의해서 좋게 사는 것, 그게 우리 꿈이잖아요.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시고 계시는데요. 참여하시면서 느끼신 점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회사에[서] 잘리거나 비정규직이라 대우를 못 받기 때문에 처지[를] 개선하고 싶어서 투쟁하시는 분들이에요. 우리 아들도 그랬잖아요. 인간 이하 취급 받고는 못 살겠으니까 대통령 만나자고. 저는 우리 용균이 하고 따로 떨어뜨려서 보고 싶지 않아요. 다 연관돼 있는 거죠.
제가 힘이 된다면 연대하러 가고 싶어요. 우리 용균이 죽고 나서 사람들이 엄청 도와줬어요. 그 사람들한테 저도 빚진 거예요. 그래서 내가 그 사람들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나, 나도 사회에 뭔가를 해야 되겠구나 이런 마음이 많이 들더라고요. 서민들이 짓밟히고 있는 이 사회에서 내가 이렇게 많이 도움 받았기 때문에 절대로 외면할 수 없어요.
저는 유가족이니까 알아서 정부에 맞서 싸우고 있어요. 근데 누구라도 다칠 수 있고 환경이 안 좋아질 수 있어요. 이 나라의 부조리를 바꾸려면 유가족만 나서서 해결될 게 아니잖아요. 나 한 사람이라도 합류하고 큰 소리를 내야 해요. 부당함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나라가 바뀐다고 생각해요.
바꾸려면 절실해야 해요. 절실하지 않고 그냥 대충하면 안 바뀌어요. 왜냐면 기업가나 정치인들은 하나도 손해 안 보려고 해요. 그 사람들과 싸우려면 대충해서는 맨날 져요. 절실하게 모두 큰 목소리를 내야만 나라가 바뀔 수 있어요. 안 될 것 같아도, 끝까지 함께 뭉치면 할 수 있어요.
저는 세월호 운동이 대통령[을] 바꾸는 걸 보면서 알게 됐어요. 근데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죠. 지금 거의 안 바뀌었잖아요. 기득권 세력들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다음에는 대통령을 바꾸더라도 그 후속 대책에 우리 서민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동안 계속 싸웠잖아요. 황상기 어르신(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 씨 아버지), (제주도 음료 공장에서 현장 실습 중 사망한) 이민호 군 아버지 등도 가만히 계시지 않았잖아요. 이렇게 불의를 바꾸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져 왔고, 우리 용균이도 한 목소리 냈기 때문에 헛된 싸움이 아니었던 거죠. 안 바뀌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바꾸고 있는 거잖아요.
민주노총 등 연대하시는 분들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죽은 사람들이나 우리 유가족들이나 다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묻혔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싸워 주신 분들 때문에 우리가 힘 있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죽을 때까지 연대해서 끝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라[국가]는 우리가 손놓으면 어느 순간 우리를 옥죄고 들어와요. 반복해서 봤기 때문에 우리들 다 알고 있잖아요. 저는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들을 어딜 가나 할 거예요. 여러분들도 우리 못지 않게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용균 씨 사고를 보면서 또래 청년·학생들이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추모 집회에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그 청년·학생들에게도 한 말씀 해 주세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갈 때 제대로 된 교육이 없어요. 사회에 나가면 어떤 걸 주의해야 하고, 어떤 권리를 찾아야 하고, 안전 교육이 얼마나 돼야 하는지. 사회에 나가면 본인 위험한 줄도 모르고 일을 하게 돼 있어요. 결국 사고가 나야 ‘아, 여기가 위험한 곳이구나’ 한다고 용균이 동료들이 말하더라고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 내 권리를 찾을 수 있는지 [알려 줘야 해요]. 민주노총 같은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사회에 나오기 전에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부당한 대우에 항의도 하고, ‘나 이거 위험해서 못 하겠다’ 해도 해고 안 당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노동조합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세상을 바꾸려면 ‘옆에서 누가 해 주겠지’가 아니라 ‘내가 아니면 절대 못 바꿔’ 하는 생각으로 다같이 한 목소리를 내야만 해요. 그래야 사회가 바뀔 수 있고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련 강연회 소개
세계 노동절을 맞이해 고 김용균 어머니와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듣는다: 청년 노동자의 죽음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화두
★ 연사: 김미숙(고 김용균 님 어머니), 이태성(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 일시: 4월 29일(월) 저녁 7시
★ 장소: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서관) 307호
★ 공동주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꿈꾸는고래,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가나다 순)
★ 문의: 010-8826-3951, 010-7113-3328
★ 고 김용균님의 죽음을 기억하고 문제의 원인을 고민하는 대학생 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