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여성, 살인 혐의로 6년 구형:
임신중지권 방치가 문제다. 여성을 처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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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 검찰이 임신 36주에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던 20대 여성에게 살인 혐의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해당 병원장과 수술 집도의에게도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법의 공백을 악용해 생명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임신중지권의 방치(“공백”)로 인해 여성이 겪은 고통과 참담한 상황을 비극적으로 보여 준다.
해당 여성은 임신 24주에 임신 사실을 인지했고, 직후 임신중지를 시도했지만 방문한 병원들에서 수술을 거부당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브로커를 통해 후기 임신중지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냈고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금 그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로에 놓였다.
검찰은 해당 여성이 궁지에 내몰린 상황을 외면했다. 그러면서 태아의 사산 방법을 확인하지 않은 것 자체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몰아갔다.
그러나 이 여성은 살인자가 아니라 임신중지권 방치와 정부의 지원 부재로 인한 피해자다.
만약 임신중지권이 온전히 보장됐다면, 임신중지가 지연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도 의정부시 한 모텔에서 20대 여성이 홀로 출산한 후 신생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여성을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도 진즉 임신중지를 시도했지만, 병원에서 거절당하고 결국 고립된 채 홀로 출산했다고 한다.
수많은 여성들이 이런 궁지로 내몰리는 동안 대체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 역대 정부들이 임신중지권을 방치해온 탓에 임신중지가 지연돼 고통을 겪는 여성들이 왜 살인자로 내몰려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오직 여성만이 임신의 지속과 중단을 결정할 자격이 있다. 임신중지는 여성의 기본권으로 존중돼야 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로 뒷받침돼야 한다. 후기 임신중지도 (무엇보다 여성 본인에게 부담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선택했다면 존중돼야 한다.
해당 여성을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재판부는 해당 여성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 여성의 요청으로 임신중지 수술을 한 의료진을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도 부당하다.
출산만 강요하는 정부의 ‘위기 임신’ 상담
최근 ‘성적 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이하 셰어)’는 성명에서 ‘위기 임신’에 처한 여성을 지원한 사례 하나를 밝혔다.
그에 따르면 정부가 운영하는 ‘위기 임신 상담센터 1308’에서 임신중지를 결심하고 상담을 의뢰한 여성들에게 출산·양육·입양을 반복해 설득하며 임신중지에 대해 지원은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셰어가 지원한 여성도 그런 과정 속에서 임신중지 시기가 크게 지연됐고, 결국 상담을 포기하고 임신중지 가능 병원을 홀로 찾아 나서야 했다.
정부가 ‘위기 임신’을 지원한다면서 만들어 놓은 상담 체계가 오히려 임신중지 시기만 늦춰 여성들을 더욱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꼴이다.
출산을 강요하는 상담 내용과 방식은 전면 수정돼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여성들의 임신중지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을 바탕으로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절한 의료기관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임신중지는 불법이 아니므로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임신중지에 대한 상담과 의료서비스 등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이조차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된 먹는 임신중지약 도입도 좌우 눈치만 보며 미적거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임신중지권을 국정 과제로 선정했지만 개선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민주당 의원 일부가 임신중지권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민주당 자체는 관심도 열의도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들의 존엄이 무시돼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