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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극우 팔레스타인 윤석열 탄핵 운동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당면 국제 정세의 핵심 쟁점들

오늘날 극우의 부상은 세계적인 현상이며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그에 따라 세계 지배계급들이 급격히 우경화하고 있다. 양차 대전 사이 시기(1920년대와 30년대) 극우는 유럽에 국한됐던 데 반해, 오늘날 극우의 부상은 세계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그때에도 1920년대 중반 중국 혁명과 반혁명으로 나타난 양극화와, 파시스트 부분이 있었던 일본 군부를 보면 오늘날과 비슷한 역학을 발견할 수 있다.

극우의 부상

이는 특히 두 가지 요인이 결합된 결과다. 첫째, 2008년 세계 경제 공황으로 시작된 체제의 심대한 구조적 위기.

둘째, 그 후 일어난 대규모 반란들. 나라와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국제적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반란은 2011년 아랍 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의 세계적 반란 물결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운동들이 패배한 결과로 파시즘 등 극우가 부상했다고 강조한다. 고전적 파시즘이 부상한 배경이 독일 혁명의 패배였던 것은 맞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이렇다 할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배계급의 처지에서도 상황은 그저 뜻대로 되고 있지만은 않다. 2008년 세계 경제 공황이 낳은 2011년의 반란과, 2019년의 반란 때문이다. 또, 팬데믹 동안에도 거대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일어났다. 이 운동들은 기존 노동자 운동이 보여 주지 못했던 대중적 투쟁성을 보여 줬다. 따라서 극우의 부상에 대항하는 흐름과 대안이 아예 없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현재 세계 지배계급들의 우경화와 국가 탄압 강화를 이해하려 할 때 단지 경찰과 군대로 노동자 대중을 탄압한다는 이유로 그 정부를 파시즘으로 규정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많은 부르주아 정부들도 탄압에 기대기 때문이다. 기존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좀 더 권위주의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지배를 추구하는 정치인들도 많다.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자 그람시(1891-1937)가 강조한 바를 알아야 한다. 그람시는 지배계급의 지배가 단지 강압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람시는 지배계급의 헤게모니가 강압뿐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지배를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국가 탄압 강화를 촉구하고 자극하는 극우 세력들은 오히려 스스로를 기성 권력층의 수호자로 내세우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부패한 자유주의적 기성 권력층에 대한 반대자를 자처하며, 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을 이주민과 난민을 향한 인종차별로 돌린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는 파시즘을 단순한 야만적 탄압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는 (파시즘이라는) 특정한 반동적 운동이 집권에 성공한 결과로서 국가가 탄압을 자행할 때 그것을 파시즘 국가로 본다.

파시즘은 준군사적인 대중 운동의 성격을 띠며 의회 밖에서 사람들을 동원한다. 그것도 사이비 혁명적 언사를 통해 그렇게 한다. 이러한 고전적 형태의 파시즘이 오늘날 극우 내에서 우세한 것은 아니다. 아직은 그렇다. 그러나 인종차별적 극우 정당들이 파시스트 정당으로 변모하는 사례들이 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바로 그런 사례다. 그 당은 원래 유로화·신자유주의 반대자들이 주도한 정당이었지만 이제 파시스트 정당이 됐다.

극우의 전진이 특별히 여성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있다. 물론 극우는 여성에게 커다란 위협을 제기할 것이다. 그러나 가족 문제를 놓고 첨단을 걷는 극우는 현재 여성의 권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트랜스젠더를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와 밀레이가 그런 사례다. (여기에 교황청도 가세했다.) 그들은 전통적 가족을 위협하고 전복하는 경향에 맞서는 세력을 자처한다.

한편, 이슬람 혐오도 거의 모든 극우의 공통 주제다. 이슬람 혐오는 서방 제국주의가 중동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가운데 지배계급 이데올로기의 핵심이 됐다. 유럽에서 이슬람 혐오에 맞서는 것은 노동계급의 상당수를 방어하는 문제다. 이슬람 혐오는 비단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도의 힌두 국수주의 극우 정권인 모디 정부도 이슬람 혐오를 바탕으로 무슬림을 탄압하고 있다.

따라서 극우에 맞서는 데서 이슬람 혐오에 맞서는 것은 핵심적인 과제다. 그것은 일각의 주장처럼 어떤 무슬림 정체성을 지지하는 것과 아무 관련 없다. 게다가 ‘무슬림 정체성’은 결코 단일한 게 아니다.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이슬람 파시즘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튀르키예의 에르도안도 이슬람 파시스트가 아니라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자로 봐야 한다.) 이란 정권은 진정한 혁명의 실패를 바탕으로 등장한 반혁명적 정권이다. 그들은 지정학적으로 위험한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는 태도와 책략을 취해야 했고, 그 때문에 현재 서방 제국주의에 의해 가혹하게 처벌받고 있는 처지다.

파시즘 등 극우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민중전선은 극우를 물리칠 수 없다. 민중전선은 극우의 위협을 받는 신자유주의적 부르주아 세력, 심지어 그다지 자유주의적이지도 않은 일부 부르주아지와 손을 잡는 좌파의 전략인데, 그들은 정치적 위기를 부른 장본인이자, 대중의 생활수준을 하락케 한 자들이다. 민중전선이 아니라 대중적 공동전선으로 인종차별과 극우에 맞서고 이민자와 난민을 방어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독재 정권인가?

트럼프가 미국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권위주의적 독재로 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통령이 막대한 권한을 갖는 닉슨 시절로의 회귀(“제왕적 대통령”)를 바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의 노선이 닉슨 시대와 똑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지금은 그때와 맥락이 다르고, 무엇보다 트럼프는 진짜 파시스트들의 성장을 고무하고 있다.

트럼프 연합은 상이한 세력으로 이뤄져 있다.

첫째, 전통적인 공화당 부르주아지로 그들은 감세와 규제완화, 노동조합에 제약 부과하기 등을 바란다.

둘째,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등의 거대 기술기업 소유주들로 그들은 전통적인 공화당 부르주아지가 바라는 것에 더해, 미국 국가가 자신들을 (예컨대 유럽연합의) 규제 시도로부터 보호해 주기를 바란다.

셋째, 스티브 배넌 같은 진짜 파시스트들이 트럼프 연합에 똬리 틀고 있다. 스티브 배넌은 머스크를 증오하는데, 머스크가 외국인 숙련 노동자 유입을 옹호하기 때문이다. 그는 체포·구속적부심사 제도를 중단시켜 “불법” 이주민 1천만 명을 강제 추방하기를 바란다. 게다가 배넌은 부자 증세를 바라고, 빈곤층에 영향을 미칠 긴축을 반대한다.

배넌은 공화당 입당 전술을 구사하는 파시스트라고 할 수 있다. 배넌은 공화당의 틀 안에서 파시스트 대중 운동을 건설하려 하고 현재 꽤 성과를 내고 있다.

얼마 전 머스크가 트럼프와 불화를 빚으며 몰락하고, 트럼프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대대적인 이주민 추방에 나선 것은 트럼프 연합 안에서 배넌 세력이 우세해졌음을 반영한다. 다만, 그들은 그 추방을 수행할 거리 군대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주방위군 등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LA 항쟁의 판돈은 매우 크다. 우리는 저항 운동이 성장하고 더 강력해져서 국가의 공격을 물리칠 수 있기를 바라고 거기에 일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저항과 같은 노동계급 투쟁은 전면적으로 확대되기만 한다면 극우를 패퇴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기존 질서에 맞서는 좌파적이고 국제주의적인 대안이 있음을 보여 줄 수 있다.

6월 23일 시카고의 반트럼프 시위. 노동계급 전체로 확산되는 것이 극우를 물리칠 최상의 길이다 ⓒ출처 Paul Goyette (플리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그리고 팔레스타인

어떤 좌파는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이스라엘, 이란,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모두 제국주의로 뭉뚱그린다. 이런 견해는 세계 제국주의 질서의 위계를 무시하는 것이다.

진정한 세계적 수준의 제국주의 강대국은 미국과 중국 둘뿐이다.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은 비교적 작고 비교적 약한 제국주의 국가들로, 세계적 수준에서 경제적·정치적·군사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려는 야심이 있지만, 실제로는 어느 정도까지만 그렇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이란,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중동의 지역 강국들로서 주요 제국주의 강대국들에 의해 만들어진 틀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이런 국제 질서의 위계를 간과하는 것은 오류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두 제국주의 강대국의 충돌로 보는 것은 정치적으로 잘못이다. 그 공격은 두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중동 쟁탈전이 아니다. 미국 제국주의의 지원을 받는 식민 정착자 국가가 이란을 공격해 서방 제국주의의 중동 지배력을 재확립하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보면, 팔레스타인 문제는 연속혁명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은 영웅적이지만, 그들 혼자서는 식민 정착자 국가 이스라엘을 패배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제국주의 국가들의 후원을 받고 있고, 아랍 정권들도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아랍 사회 혁명의 도움을 받을 때 이스라엘과 제국주의를 물리칠 수 있다.

그런데 연속혁명에 관해 얘기하려면 그 출발점으로서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을 명시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 구체적 대안으로서 비종교적 단일 민주 국가에 대한 명시적 지지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팔레스타인인 민족 자결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중동 사회주의 연방”을 주장하는 좌파들이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결권을 분명하게 지지하지 않고 중동 사회주의 연방을 대안으로 제시한다면, 그 안을 팔레스타인 해방 지지의 전제 조건으로 거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조건적 지지가 아닌 것이다.

비종교적 단일 민주 국가라는 대안을 놓고 그것이 식민 정착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선주민과 식민 정착자의 동등한 권리야말로 식민 정착자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다. 비종교적 단일 민주 국가하에서 동등한 권리 누리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 정착자는 그곳을 떠나야 할 것이다.

유럽의 재무장과 유럽 지배자들의 혼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대한 환상과 달리, 서유럽의 자유주의 국가들이야말로 유럽에서 가장 전쟁을 부추기고 있는 국가들이다.(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막대한 군비 증강 계획으로 나타나고 있다.

막대한 군비 증강 계획은 당장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군비 증강의 전략적 목적을 두고 유럽 지배자들은 깊은 혼란에 빠져 있다. 미국의 안보 제공을 대체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보조하기 위한 것인가?

나토는 트럼프와 합의하기를, 국방비를 국내총생산의 5퍼센트로 늘리기로 했다. 이것은 트럼프를 달래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 지배계급들은 미국에 계속 의존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은 그들에게 커다란 위기가 아닐 수 없는데, 그들은 그동안 안보를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70년 동안 역사적으로 그들은 가장 불안정한 중동을 미국이 통제하는 것에 의존해 왔다.

이처럼 유럽의 재무장은 유럽 지배계급들의 심각한 위기를 반영한다.

유럽 좌파가 재무장에 맞서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지만, 밀접하게 연결된 다른 문제들과 연결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의심의 여지 없는 가장 강력한 동원 쟁점이다. 미국 제국주의의 하위 파트너라는 영국의 지위 때문이다.

재무장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구체적으로 무엇일지와 관련해,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다. 가령 팔레스타인, 더 넓게는 중동에서 벌어지는 학살을 자국 정부가 돕는 문제를 나토나 군비 증강 문제와 연결시킬 수 있다. 영국 정부는 키프로스에 있는 대규모 군사 기지를 이용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돕고 있다. 또, 나토가 서방 제국주의의 세계적 동맹으로 발전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로서 이스라엘이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나토 회의에 옵서버로 참석하고 있다. (올해는 이재명 대통령 대신에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그러므로 유럽 좌파로서는 나토 회담 등을 직접 겨냥한 행동도 필요하지만, 재무장 문제를 계급적 차원에서 제기할 수도 있다. 지배계급이 군비를 늘리면서 복지 지출을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매우 명시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이것은 계급적 방식으로 전쟁 반대를 제기할 기회를 준다.

이러한 간접적인 경로(중동 문제와 연결시키기, 계급적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군사주의에 맞서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한편, 어떤 유럽 좌파들은 개별 국가의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애국주의를 부추기고 전쟁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게 그들이 내세우는 이유다.

그러나 유럽연합이야말로 결성 직후부터 (유고 연방의 해체를 부추겨 발칸 반도에서) 전쟁을 촉발하는 데서 핵심 구실을 했다. 또, 유럽연합이 강요한 긴축은 극우를 성장시킨 핵심 요인의 하나였다.

유럽연합이 애국주의에 맞선 보루라는 등의 엉터리 주장을 많은 좌파가 받아들인 탓에, 긴축에 따른 고통에서 극우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유럽 좌파가 당장 유럽연합 해체를 요구하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럽연합에 대한 국제주의적 반대는 필요하다. 예컨대 그리스 부채 위기 때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이 그리스의 유럽연합 탈퇴를 요구한 것은 애국주의로의 후퇴가 아니라, 유럽연합의 위기를 촉발해서 유럽 다른 곳의 노동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오늘날 유럽연합이 서방 제국주의에서 하는 구실, 유럽연합이 극우 부상에서 한 구실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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