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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제국주의와 극우의 위협에 직면한 국제 상황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고 그것이 각국의 국내 정치에도 파장을 낳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냉혹한 제국주의적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백악관을 방문해서 당한 수모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트럼프는 약소국을 존중한다는 겉치레를 내던지고 젤렌스키를 대놓고 압박했다. 제국주의자들이 이전까지는 밀실에서나 하던 짓을 대놓고 한 것이다.

공공기관 대규모 긴축을 상징하는 전기톱을 일론 머스크(가운데)에 선물한 아르헨티나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오른쪽) ⓒ출처 Elon Musk (X 트위터)

트럼프가 러시아와 협상을 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래로 특히 가까워진 러시아와 중국의 동맹에서 러시아를 떼어놓으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희생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제국주의 전쟁이고, 우크라이나가 그 전쟁에서 서방의 대리인 구실을 했다는 본지의 주장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지의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참혹한 희생 끝에 말이다.)

중동에서는 가자지구에서 학살이 일시 중단됐지만 이스라엘은 구호 물자 반입을 차단해 가자지구를 교살하려 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시리아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최근 튀르키예 국가가 쿠르드인 운동과 좌파 활동가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하는 동시에 오랫동안 중단돼 있었던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는 것도 이런 요동치는 중동 정세를 배경으로 한다. 가자와 시리아 상황이 불안정하다는 것에 더해, 튀르키예 지배자들은 이란과 전쟁을 벌일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고, 그것이 현실이 되기 전에 쿠르드인 운동을 잠재우려는 것이다.

따라서 중동에서 충돌은 다시 벌어질 것이다. 그에 대응하는 운동이 벌어질 가능성을 예상해야 한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마르크스주의적 제국주의론은 복잡하고 때로는 비이성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틀을 제공한다. 혁명가들이 마르크스주의 전통에 굳건하게 근거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트럼프의 재선과 급변하는 지정학적 정세는 극우의 성장을 자극하고 있다.

예컨대 이번 총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측근 일론 머스크는 독일의 파시스트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함을 밝혔다. 트럼프의 부통령 JD 밴스는 뮌헨 안보 회의에서 유럽 정부들을 비난하는 연설을 하고 AfD 당대표와 만나기도 했다.

물론 머스크와 밴스의 지원 사격으로 AfD가 이번 총선에서 애당초 예상되던 것보다 훨씬 많은 표를 얻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AfD는 이번 독일 총선에서 21퍼센트 가까이 득표했고 그전 총선보다 득표수를 두 배로 늘렸다.

독일 사회민주당(SPD)은 3위로 밀려났다. 서구의 또 다른 노동계급 대중 정당이 쇠락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지배계급은 미국의 안보 보장이 흔들릴까 봐 불안해하며 군사비 지출을 늘리며 강한 유럽을 주장하고 있고, 독일 사민당도 여기에 부응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AfD는 신자유주의적인 외양에서 탈피하여 더 국수주의적인 사회 정책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이는 AfD를 더 위험한 세력으로 만들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로 독일에서는 보수 정당이 주도하고 사회민주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이 들어설 공산이 크다. 이는 AfD가 권력자들에 맞서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하기 좋은 환경이 될 것이다.

독일 외에도 극우 부상이 국제적 현상임을 보여 주는 사례가 세계 도처에서 확인된다. 아르헨티나의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가 그런 사례다.

캐나다에서는 트럼프식 반이민 정치를 추구하는 보수당이 집권당이던 자유당을 오른쪽으로 견인해 왔다. 한편, 트럼프의 관세 위협 등으로 중도좌파 정당과 노동조합 관료 사이에 국민적 단결과 노사정 합의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폴란드 총리 도널트 투스크는 2019년까지 유럽의회 의장을 지낸 중도 인사이고, 지금도 국제 무대에서는 트럼프와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정치에서는 부쩍 트럼프를 흉내내고 있는데 이주민 범죄자 대규모 추방을 발표하거나, 폴란드판 일론 머스크를 임명해 공공기관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그렇다.

한국

그러나 극우가 단연 가장 멀리 나아간 곳의 하나는 바로 한국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의 극우는 극우가 전진한 서구 나라들에 비하면 덜 두드러졌다. 그러나 심화되는 위기 속에서 대통령 자신이 쿠데타 기도를 감행함으로써 한국의 상황은 급속도로 첨예해졌다.

3월 1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전광훈 주도 탄핵 반대 집회 ⓒ이미진

윤석열과 극우에 맞선 투쟁에는 지정학적 함의가 있다. 윤석열이 미국 제국주의를 확고하게 지지해 온 만큼, 반윤석열 운동의 승리는 동아시아에서 미국 제국주의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윤석열 탄핵 절차는 현재 헌재의 인용을 남겨 두고 있다. 그러나 헌재가 윤석열을 파면할지 여부는 결코 확실하지 않다. 국민의 다수(60퍼센트)가 파면을 지지하지만, 헌재는 결코 국민에 책임지는 민주적 기관이 아니고 엘리트들로 이뤄진 보수적 국가 기관이기 때문이다. 3월 1일에 열린 탄핵 반대 집회는 10만 명이 모인 탄핵 찬성 집회보다 3~4배가량 컸다. 이렇듯 상황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유주의자들과 온건 좌파는 이런 상황을 초현실적이거나 일탈적인 것으로 여기지만, 이는 오류다. 한국의 정치 구조가 새롭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의 쿠데타를 계기로 위로부터의 극우 운동과 아래로부터의 극우 운동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고, 그것이 공식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국민의 일부도 빠르게 우경화하고 있다.

따라서 헌재의 탄핵 인용 여부나, 탄핵이 인용될 시 조기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정치 양극화는 더 첨예해질 것이다.

현재 윤석열에 맞서 민주당이 사실상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민중전선이 형성돼 있다.

극우는 주요 도시와 대학 캠퍼스를 순회하며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그 운동은 한국에서 파시즘으로 발전할 배아를 품고 있다.

혁명가들은 이런 극우 집회들에 맞서 맞불 집회를 제안하고 있다. 반면, 개혁주의자들과 민중전선 지도부는 이런 맞불 집회에 동의하지 않고, 그런 집회를 건설하려는 노력을 외면하거나 때로는 어깃장을 놓기까지 한다.

그러나 맞불 집회를 건설하는 사람들은 집회를 건설하면서 기층에서 지지를 확인하고 있다.

경종

혁명가들은 극우의 위험성에 관해 앞장서서 경종을 울리며 최대한의 공동전선이 필요함을 주장해야 한다.

반면, 서구의 일부 좌파들은 이번 독일 총선에서 좌파당의 표가 는 것에 주목하며 AfD의 전진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

동시에, 극우의 부상을 보면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마비돼서도 안 된다. 그리고 일부 좌파들이 ‘노동자들이 원자화, 보수화됐다’고 비관하며 자신들의 우경화를 정당화하는 주장과도 논쟁해야 한다. 그런 비관론은 주류 개혁주의자들뿐 아니라 급진 좌파의 일부가 공유하기도 한다.

혁명가들은 현 상황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데에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단지 선거 결과를 가지고 노동계급이 패배했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맞서 싸우는 것이 가능하고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또, 민중전선 전략에 대한 분명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민중전선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가령 미국에서 트럼프와 극우에 맞서 민주당을 포함한 범민주 세력이 단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엄청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민주당이 트럼프에 맞서는 데서 형편없는 전력을 보여 줬는데도 말이다.

프랑스 신민중전선의 경험은 민중전선이 운동을 막다른 골목으로 이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프랑스의 급진 좌파 정당 ‘불복종 프랑스’는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는 사회당까지 포함한 신민중전선을 결성하고, 지난 총선 결선 투표에서 극우에 맞서고자 중도우파 대통령 마크롱과 선거에서 제휴했다. 그러나 마크롱은 총선에서 극우를 견제하는 데 좌파를 써먹은 뒤 좌파를 버리고 우파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신민중전선에서 사회당을 떼어 내는 데 성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부를 구성했다.

혁명가들은 공동전선을 통해,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지 않으면서도 민중전선 전략의 문제점을 명료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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