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 폐쇄를 요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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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주의 거짓말 퍼트리는 것은 ‘진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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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월요일 아침, 서울대학교 개교기념식이 열리는 서울대 관악캠퍼스 글로벌공학교육센터 앞이 시끌벅적했다. 서울대의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이하 센터) 설립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인 것이다.
서울대 당국은 2023년 10월 13일 센터를 설립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인종 학살을 시작하던 때였다. 심지어 서울대 당국은 올해 6월 18일에 센터 개소식까지 열었다. 서울대 학내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포스터를 훼손했던 이스라엘인 음대 교수가 축하 공연을 했다.
항의 시위를 주최한 서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은 “서울대가 어느 편에 서기로 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규탄했다.
“[센터는] 시온주의 역사관을 정당화하고, 친이스라엘 프로파간다를 퍼뜨리고, 이스라엘 사회를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기관으로서 즉각 폐쇄돼야 한다.”
학생들은 저마다 다양한 구호가 적힌 팻말을 만들어 들었다.
“시온주의 거짓말 퍼트리는 것은 ‘진리’가 아니다.”(서울대의 교훈 ‘진리는 나의 빛’을 꼬집은 구호)
“COLONIAL SNU is BACK”(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점령에 복무한 경성제국대학 시절로 회귀한 것이냐는 뜻이 담긴 구호)
“NO Place for ZIONISM here”(이곳에 시온주의가 설 곳은 없다)
수박 공동의장 이시헌 씨는 이렇게 말했다.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수박 회원들을 비롯해 많은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 우리는 구호를 외치며 유홍림 총장을 맞아 줬습니다.”
참가자들은 유홍림 총장을 향해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유홍림, You can’t hide! You’re supporting genocide!”(“유홍림 총장 당신은 숨을 곳이 없다! 당신은 인종 학살을 지원하고 있다!”는 뜻. 지난 학기 세계를 휩쓴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운동의 구호를 서울대에 맞게 번안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 자금 출처 공개하라”는 구호도 외쳤다.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과 시온주의 단체인 ‘더펠로우십코리아’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더펠로우십코리아는 이스라엘 지지 시위를 조직하고 구 소련 지역의 유대인을 팔레스타인으로 정착시키는 일에 재정 지원을 해 온 시온주의 단체 더펠로우십의 한국 지부입니다. 이에 수박이 이스라엘교육센터 운영과 재정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청했지만 학교 당국은 거부했습니다.”(수박 회원 이시헌 씨)
학생들은 건물 외벽에 “학살 국가 이스라엘 거부한다”, “시온주의 옹호 센터 폐쇄하라” 하는 구호가 적힌 기다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팔레스타인인 유학생이자 수박 공동의장인 주마나 씨는 간밤에 가자지구의 알아크사 병원을 폭격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한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규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서울대 당국이 “이스라엘의 다문화 정책 및 교육, 평화 교육 등을 배워야 한다”며 센터 설립 취지를 밝힌 것을 비판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고 있는 데다가 레바논까지 침공한 마당에, 이스라엘로부터 무슨 ‘평화 교육’을 배운단 말입니까?”(이시헌 씨)
“이스라엘의 교육을 연구하는 게 과연 대학의 본연의 가치와 함께할 수 있을까요?”(한국외대 동아리 왼쪽날개의 서성원 씨)
개교 기념식이 진행되는 내내 학생들은 쉬지 않고 구호를 외쳤고, 항의 시위는 두 시간 넘도록 계속됐다.
이시헌 씨는 이날 시위가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300미터 떨어진 건물에서 수업 듣던 제 친구도 구호 소리가 엄청 잘 들렸다고 했어요.
“총장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또 시위를 하자고 제안한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 구호를 외치며 총장을 기다렸고 그를 쫓아가며 구호를 외쳤습니다.
“관심과 주목을 많이 받은 효과적인 행동이었고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의 문제점을 계속 알리면서 다음 행동을 준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