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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들의 해고 바람 — 경영 악화에 대비한 사용자들의 선제공격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빅테크 기업들의 해고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 해고 관련 뉴스를 보도하는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해고 뉴스가 나오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테슬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애플, 시스코, SAP, 소니, 이베이, 페이팔 등이 상당한 인원 감축을 발표하고 있다.

가장 최근 소식으로는 지난 4월 25일 구글이 핵심부서에서 200명을 해고하고 “미국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인도와 브라질 등”에서 새로운 팀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2023년 1월에도 전 세계 인력의 6퍼센트에 해당하는 1만 2000명을 줄인 바 있다.

4월 15일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 둔화를 이유로 인해 직원의 10퍼센트인 1만 4000명을 해고했다. 4월 4일 애플은 애플카를 준비하던 프로젝트팀을 해체하면서 614명을 해고했다.

4월 3일 아마존은 판매, 마케팅 및 글로벌 서비스 부문 노동자 수백 명을 해고했고, 3월 말에는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그냥 걸어나가면 무인결제가 되는 방식) 기술에 기반한 상점에서 철수하면서 관련 인원을 모두 해고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초 2만 7000명을 해고한 바 있다.

3월 25일 델(Dell)은 6000명을 해고했는데,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 대량 해고이다.

빅테크 기업의 대량 해고는 왜 벌어질까?

레이오프 창업자 로저 리는 “테크 기업들이 코로나19 당시 과도하게 채용한 인원을 조정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반쯤 맞는 말이다.

팬데믹 때 재택 근무가 늘어나고 온라인 상의 쇼핑과 사교 활동이 급증하자, 테크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대폭 늘렸다. 2019년 말부터 2023년까지 아마존, MS, 구글, 메타, 애플은 총 90만 명을 채용해 이들의 총 고용 인원은 216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보다 71퍼센트나 늘어난 수치였다.

미국 연준이 경기 침체를 우려해 2021년까지 금리를 낮게 유지하자 스타트업 기업들도 자금을 손쉽게 끌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2022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금리가 오르자 신생 벤처기업들은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거나 사업을 줄였다.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은 이런 사태를 극적으로 보여 줬다. 그리고 이때부터 빅테크 기업에서 해고가 확산됐다.

대표적 사례는 메타(페이스북의 새 이름)다. 팬데믹 동안 메타는 직원 수를 거의 두 배인 8만 명으로 늘렸지만 2022년 11월에 1만 1000명을 해고했고, ‘효율성의 해’로 정한 2023년에 다시 직원 2만 명을 해고했다. 세탁, 마사지, 음식 및 피트니스를 무료로 제공했던 직원 복지는 과거지사가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빅테크 기업이 “순이익을 개선하라는 투자자들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면 TCI 펀드운용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에게 인원 감축과 수익성 개선을 위한 조치를 요구했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노동력이 너무 많다는 불만을 듣고 있다.

12 대 3 7대 빅테크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그들을 제외한 S&P 493 기업의 4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확대]

그런데 빅테크 기업들의 해고 바람은 단지 현재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옆의 그림은 S&P 500대 기업 중 7개 빅테크 대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나머지 493개보다 4배나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 2023년에 매출과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기업(애플, 테슬라, 메타)뿐 아니라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린 기업들(엔비디아, 구글, MS) 모두 인원 감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수익성과는 큰 관계 없이 모든 빅테크 기업들이 해고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 구글의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는 “우선순위(인공지능)에 투자하기 위한 역량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선택(감원)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지금 테크 기업들은 모두 인공지능(AI) 개발과 그를 활용한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AI에 대한 투자는 벌써부터 ‘돈 먹는 하마’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AI를 탑재한 클라우드 서비스든, 오픈AI의 챗GPT가 붐을 일으킨 생성형AI든 광고 효과 외에 그 자체의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AI가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외에 자체의 ‘먹거리’를 개발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런데도 막대한 돈이 투자되고 있어 AI 열풍이 “닷컴 버블을 닮아 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미국 경제 지표들은 경기 후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

가장 최근의 지표로는 4월의 비농업 고용이 17만 5000건 증가해 시장 예상치 24만 3000건이나 전월인 3월의 30만 3000건보다 크게 못미친다. 실업률도 3.9퍼센트로 2022년 1월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5퍼센트를 넘긴 지도 이미 1년이 넘었다. 높은 금리는 수익성이 낮거나 차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켜 지속적인 사업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지금까지 실적이 좋았다 할지라도 경기후퇴가 예상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인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경영 악화에 대비해 노동자들을 선제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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