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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97차 서울 집회·행진:
말로만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 정부들을 규탄하다

팔레스타인 연대 97차 집회 참가자들이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점령 작전을 규탄하고 있다 ⓒ이미진

8월 23일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의 97번째 서울 집회가 경복궁 인근 열린송현녹지광장 입구에서 열렸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서 점령 작전을 시작하며 인종 학살을 키우는 것에 대한 분노와 규탄이 터져 나왔다.

사회를 맡은 연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얄라 연세’ 회원 임재경 씨는 집회를 시작하며, 인종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당장 보이콧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재명 정부가 가자지구 상황 악화를 “우려”한다고 논평을 낸 것이 면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을 제재하기 위해 [말뿐 아니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많습니다. … [예컨대] 이스라엘과 무기를 사고팔지 않으면 됩니다.”

실질적 행동 없이 말로만 유감을 표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도 했던 일이라고 임재경 씨는 꼬집었다.

또 임재경 씨는 “이스라엘의 학살이 지속된다면 이스라엘과의 단교를 비롯한 외교적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한 “어느 국내 진보 정치인”의 발언이 사태에 심각성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벌써 6만 2000명이 죽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1만 명 또는 2만 명 더 죽어야 이 이스라엘과 단교하는 것입니까? … 지금 당장 이스라엘을 보이콧하라!”

8월 23일 오후 서울 경복궁 인근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주최 97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참가자들이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규탄하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97차 집회에서 <노동자 연대> 신문 이원웅 기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첫 발언자는 본지의 이원웅 기자였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계속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짚었다.

“저항을 멈추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인종청소에 직면할 것입니다. 지금 이스라엘은 전쟁 이후 청사진의 하나로서 남수단 등으로 가자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스라엘 정부를 이끌고 있는 이스라엘 극우의 오랜 강령입니다.”

또, 최근 국내 많은 좌파들이 이스라엘 국내 시위에 환상을 갖는 것에도 일침을 놓았다.

“이스라엘에서 일어나는 시위는 인종 학살에 반대하는 시위가 아닙니다. … 그들은 이스라엘 포로만 무사하다면, 이스라엘 군인만 덜 죽는다면 인종청소를 기꺼이 지지할 것입니다.”

이원웅 기자는 그런 환상이 정치적으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시위에 기대를 거는 것은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연대에서 더 멀어지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제 하마스는 저항을 멈추라’고 압박하는 책동에 놀아나기 쉽게 만들 뿐입니다.

“진정한 희망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그리고 그들의 편에서 함께 저항하는 국제 연대 운동에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97차 집회에서 카이스트 졸업생 와식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내일 오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의 국제심포지엄 참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이미진

다음 발언자는 카이스트 졸업생 와식 씨였다. 그는 모교인 카이스트에 이스라엘 테크니온공과대학과의 교류·협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연서를 발의했다. 카이스트는 내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에 테크니온공과대학을 초청해 국내외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비판을 받고 있다.

“연서를 조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우리의 호소를 가볍게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그림의 전부는 아닙니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정말 헌신적으로 연서 조직을 도왔습니다. 또한 한국 곳곳의 학자와 연구자들, 카이스트의 교수들, 심지어 스페인·오스트레일리아 등 각국 심포지엄 참가자들이 우리의 대의에 공감해 기꺼이 연서에 동참했습니다.”

그는 종파주의적으로 단결을 거부한 일각의 태도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우리 학교 내 다양한 집단들을 하나의 우산 아래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인권을 위한다는 사람들이 인종 학살과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는 것보다 ‘정치적 올바름(PC)’과 당파주의를 더 중시하는 실태를 발견했습니다.”

사회자는 내일 아침 9시 30분 국립중앙박물관 매표소 앞에서 재한 팔레스타인인과 함께하는 항의 기자회견이 열린다고 알리며 동참을 호소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97차 집회에서 공무원 노동자 권정환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다음 발언은 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전 사무처장 권정환 씨였다. 권정환 씨는 한국 정부가 여러 층위에서 이스라엘과 협력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서울시·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이스라엘과의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및 이스라엘과의 교류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학살 국가 이스라엘과 협력 단절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팔레스타인 연대 97차 집회에서 프랑스인 삼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마지막으로 발언한 프랑스인 삼 씨는 유럽 지도자들의 위선을 비판했다.

“마크롱은 프랑스와 영국 정부가 평화를 너무 사랑해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기로 결심했다고 우리가 믿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 정부들이 이스라엘·이집트와 수백만 달러어치의 군수품 계약을 체결하고, 이슬람 혐오와 인종차별, 팔레스타인에 대한 거짓말을 퍼뜨리면서 거기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말은 믿기 어렵습니다.

“소위 두 국가 ‘방안’이라는 것은, 이스라엘 정권이 우리 눈앞에서 학살을 저지르면서도 멀쩡히 존재할 수 있게끔 이스라엘을 비호하는 또 다른 술책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시온주의 프로젝트를 설계한 자들의 공허한 말들을 더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제재와 완전한 금수 조치입니다.

“이스라엘 정권의 협력자들은 우리가 그들을 믿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팔레스타인의 해방, 저항의 힘, 그리고 시온주의와 제국주의를 뒤흔들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97차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규탄하고 있다 ⓒ이미진

발언을 모두 들은 후 참가자들은 인사동길과 종로-시청을 거쳐 이스라엘 대사관 앞으로 행진했다.

인사동길에서는 행진에 합류한 사람들로 대열이 크게 불었다. 그중 한 명인 러시아인 알렉스 씨는 가자지구에서 너무도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이런 행진을 만나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행진 참가자들이 건네는 팻말을 받아 사진을 찍거나, 엄지를 들어올리는 등 연대의 인사를 보내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이른 시위대는 대사관을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인 후 행진을 마무리했다. 주최측은 다음 주에도 토요일 오후 4시에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린다고 알리면서, 10월 12일 일요일 오후 2시에 열릴 가자 전쟁 2주기 전국 집중 행동을 널리 알리고 적극 참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처음 집회에 참가한 송아란 씨는 전쟁이 악화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 제재나 무기 수출 금지 등은 하지 않고 말만 하는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발언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송 씨는 전쟁 2주기를 맞아 열리는 10월 12일 전국 집중 행동에도 참가할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중단하고, 관계를 끊으라는 요구가 어느 때보다도 큰 울림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더욱 키워야 할 때다.

8월 23일 오후 서울 경복궁 인근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주최 97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참가자들이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규탄하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97차 집회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 대형 깃발을 흔들며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규탄하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97차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다 ⓒ이미진
서울 도심을 지나던 관광객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 대열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97차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다 ⓒ이미진
“이스라엘 대사관 한국에서 나가라!” 팔레스타인 연대 97차 집회 참가자들이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점령 작전을 규탄하고 있다 ⓒ이미진
가자 점령 반대 팔레스타인 연대 97차 집회 참가자들이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점령 작전을 규탄하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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