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군사 쿠데타(미수) 1년:
“청산”은커녕 극우 소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동자 연대〉 구독
12월 3일 친위 군사 쿠데타(미수) 1년을 앞두고 극우 국힘이 장외 투쟁에 나섰다.
11월 22일 부산과 울산을 시작으로 12월 2일 경기도 용인까지 이어지는 9차례 장외 집회의 명분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이지만, ‘내란 청산’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물타기하려는 계산이다.
매주 주말에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여 온 전광훈은 12월 6일에도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전광훈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부지법 폭동을 “국민저항권의 발동”이었다며 지금 더 큰 저항을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쿠데타 직후에도, 대선 직후에도, 심지어 지금에 와서도 그저 시간이 지나면 극우는 ‘비상식적’이고 ‘무식’해 곧 소멸할 것이라는 ‘상식적’ 전망이 많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선거와 제도개혁만으로 그들을 저지할 수 없다.
무엇보다 극우의 지도적 정치 조직 국힘이 공식 정치 무대와 언론에서 활개 치다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반사이익을 얻어 공식정치의 세력관계가 변하기라도 하면, 상식도 그에 따라 점차 변할 것이다. 트럼프의 국제 질서 재편 시도가 낳는 제국주의 역학 변화도 극우에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블랙코미디가 된 재판
블랙코미디가 돼 버린 윤석열 재판도 극우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
판사 지귀연은 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을 구인하지 않은 채 이례적으로 10차례 넘게 궐석재판을 진행하더니 윤석열이 출석하기 시작한 뒤로는 그의 기일 연장 신청을 모두 받아주고 있다. 급기야 1월 중순까지 기일을 잡았고, 언제 끝낼지도 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구속 만료 전까지 1심 선고를 못 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윤석열보다 먼저 구속된 김용현의 변호인들도 구속만료 시점까지(12월 24일) 시간을 끌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하상, 권우현은 잃을 게 없다는 태도로 노골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 심지어 한덕수 재판에까지 찾아가 행패를 부리다가 판사에 의해 감치됐다.
외환죄 등으로 추가 기소하면 윤석열 등을 추가 구속할 수 있다지만, 악명 높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죽하면 이들을 피하기 위해 주말이나 휴일 당직 판사에게 신청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군사 기밀’에다가 군 장성들의 사기까지 고려한 극도로 소심한 특검의 수사가 구속의 필요성을 얼마나 입증했을지도 미지수다. 무인기 도발에 헬기 근접 비행, 포격 준비까지 혐의는 무성했지만, 이 혐의로 구속된 자는 한 명도 없다.
조희대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여론조사꽃’의 조사에 따르면, 조희대 사법부가 내란 재판을 방해하고 있다는 의견이 60퍼센트를 넘었다. 같은 조사에서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60퍼센트가 넘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가 소속 조합원 4,3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78퍼센트가 조희대 사퇴를 지지했다.
물론 법원이 윤석열을 풀어 주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진관 판사처럼 조희대·지귀연과는 다른 상식을 가진 판사들도 있다.
무엇보다 대중이 지켜보고만 있다고 해서 사기가 떨어진 것이 아니다. 자칫 윤석열을 석방했다가 극우와 내란 청산파 대중 모두 거리로 나설 텐데, 정치·경제 권력자들 모두 그다지 반길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물이 차오르듯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윤석열 석방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언급하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벌써 몇 차례나 말로만 반복한 터라 언제 실제로 이뤄질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이재명 정부가 뒤늦게나마 만든 ‘헌법존중·정부혁신 TF’가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런 불안감의 반영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국정 안정을 중시하느라 활동 시한은 1월까지로 못 박고, 수사나 처벌보다는 인사에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절제”를 거듭 강조했다. 국가 기관들의 안정을 고려한 것일 게다. 이재명 대통령도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국정 안정을 강조했다.
그럴수록 숙정과 처벌은 점점 어려워지는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쿠데타 동조 세력들이다.
촛불행동이 주도해 매주 열리는 법원 앞 집회에도 참가자가 늘고 있다. 다시 수천 명이 참가하는 집회로 성장했다. 특별재판부 설치와 조희대 탄핵을 강조해 요구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민주당의 미적거림에 불만들을 토로하고 있다. 조희대 사법부 하에서 법원이 스스로 만드는 전담재판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서둘러 조희대(와 지귀연)를 탄핵하고 국회가 임명하는 특별재판부, 특검 전담영장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아래로부터의 목소리가 훨씬 더 커져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민주당은 중도를 잡아야 한다며 더 엉거주춤해질 것이다. 반면 국힘 장동혁은 극우가 이끄는 우파 결집을 추구하고 있다. 대중 투쟁이 재개되지 않는다면, 진보 측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을 수 있는 구도가 될 수 있다.
쿠데타 1년을 맞아 촛불행동은 3일 오전 국힘 당사 앞 기자회견에 이어 토요일인 6일 국회 앞에서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기록기념위원회’(비상행동)도 12월 3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