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밟고 가라”더니 부하들 탓하는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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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쿠데타 미수 1년을 기해 발표한 옥중 메시지에서 “나를 밟고 가라”며 극우 지지자들을 고무하고 선동했다. 1년이 지나도 그 포악함이 여전하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자신의 명령을 따른 이들이 고통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모든 책임은 군 통수권자였던 제게 있다”고 했다.
그러나 거창한 옥중 메시지가 무색하게도 윤석열은 법정에서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해 왔다.
11월 27일 내란 재판 공판에서 윤석열은 증인으로 출석한 전 서울경찰청장 김봉식에게 국회 봉쇄를 경찰이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 내린 것 아니냐”며 책임을 떠넘겼다.
11월 20일 공판에서는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등 정치인 체포 시도의 책임을 “방첩사령관이란 놈,” 즉 여인형에게 떠넘겼다. 여인형으로부터 체포할 정치인 14명의 위치 추적을 요청받았다고 증언한 전 국정원 제1차장 홍장원 증인신문에서 윤석열은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방첩사령관이란 놈이 수사의 ‘시옷’ 자도 모르고, [내가]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인데 도대체 이런 거를 여인형이한테 시키고, 여인형이가 대통령 지시받아 이런 거를 증인한테 부탁한다는 건 연결이 잘 안 되지 않습니까?”
홍장원은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냐고 윤석열을 꼬집었다.
“수사의 ‘시옷’ 자도 모른다”고 여인형을 비난했던 윤석열은 11월 27일 공판에 여인형이 출석하자 태도가 바뀌었다. 27일 공판에서 특검이 여인형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윤석열의 영상을 틀자 윤석열과 윤석열 변호인단의 윤갑근은 다급하게 “재판장님”을 부르며 수습하려 했다.
그 와중에 여인형은 상부 지시 없이 체포할 정치인들의 위치 확인을 요청했느냐는 특검 측의 질문에 대해 “저는 지시받는 입장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해 삼청동 안가 모임에서 윤석열이 계엄을 말할 때, “속으로 ‘군 통수권자이신데 계엄에 대해 어떤 상황이고 훈련이 준비돼 있는지를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우두머리와 행동대장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팀킬
11월 19일 한덕수 공판에서 윤석열은 김용현에게도 책임을 전가했다. 민주당 당사, 언론사 등에 군을 보내려는 김용현을 자신이 말렸다는 것이다.
“시간은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국방장관이] 무슨 뭐 ‘여론조사 꽃, 민주당 당사, 무슨 언론사에도 병력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선관위 관련해서 여기도 확인할 게 있습니다’ 라고 얘기를 했는데, 제가 ‘거기는 민간 기관이라 안 된다, 그리고 군을 조금 투입하라고 했는데 뭐 이렇게 여기저기 보내려 하냐, 하지 마라’ 하고 잘랐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직후, 지하 벙커에서 국회에 500명 정도 병력을 투입했다는 김용현에게 “거봐, 부족하다니까. 1000명은 보냈어야지”라고 말했다.(김용현 보좌관의 재판 증언)
윤석열은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폐기 혐의에 대해서는 한덕수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윤석열은 파면 전 헌재 탄핵 심판 때도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겼었다.(관련 기사: 본지 534호, 잡아떼기, 말 바꾸기, 둘러대기: 찌질하고 한심한 윤석열)
2월 4일 탄핵 심판 변론에서 윤석열은 선관위 병력 출동에 대해 부하들이 “각자 정해진 매뉴얼대로 하다 보니까 저나 장관이 생각한 것 이상의 어떤 조치를 준비했을 수는 있다”며 책임 전가를 했다.
요컨대 윤석열은 쿠데타의 기획과 실행을 지시했으면서도 쿠데타 과정에서의 주요 혐의를 부하들의 자체 판단, 단독 행동으로 만들고 자신은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윤석열은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담화에서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 …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법정에서는 자신의 지시를 따른 부하들을 탓하며 자신은 책임에서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특전사 1공수여단 소속 군인 A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말 바꾸고 책임을 전가하는 윤석열 등을 이렇게 꼬집었다. “동원할 때는 자기들 마음대로 동원해 놓고 그 사람들 상처를 다 입혀 놓고 ‘별일 없었어’ 하면 끝입니다.”
“윤 어게인”을 외치는 극우들은 이토록 비겁한 자를 지도자로 칭송하고 따르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변호인 측은 윤석열의 부하 탓하기를 “빨리 무죄를 받아서 부하들을 살리는 길”이라는 황당무계한 궤변으로 옹호하고 있다. 그 말을 믿는 충직한 극우 지지자들도 있겠지만, 윤석열의 구차함에 실망한 자들도 있을 것이다.
전광훈의 잡아떼기
서부지법 폭동의 배후 중 하나인 전광훈은 서부지법 폭동을 “국민저항권”이라고 찬양하면서도 자신은 연관성이 없다며 서부지법 폭동과 선을 그었다.
11월 18일 경찰 출석 전 기자회견에서 전광훈은 “우리는 [집회를] 7시 반에 종료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적부심 청구가] 기각되자 그다음 날 새벽 3시경에 사람들이 창을 깨고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사랑제일교회도 성명을 내어 서부지법 폭동과 선을 그었다.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두 명이 서부지법 폭동에서 주요 구실을 했는데도 말이다.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들 중에는 감형을 위해 “우발적인 범행,” “중대한 잘못,” “철없이 행동” 등을 속죄하는 내용의 반성문을 수십 장씩 제출한 이들이 있다. “계몽”된 지 몇 달도 안 돼 ‘국민저항권’의 신념을 내다 버린 것이다.
그렇게 반성문을 내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고서는 극우 활동을 지속하는 비열한 자들도 적지 않다.
극우 세력은 “반국가세력 척결”의 기치 아래 단결하면서도 끊임없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저마다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그러면서 때로는 서로 선을 긋거나 분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극우의 비열함과 꾀죄죄함을 보고 방심해서는 절대 안 된다. 저들은 정치적 반대자 수천·수만 명을 학살하려고 했던 자들이다. 또한 그 시도를 맹렬히 지지하고 그들 자신이 폭동을 일으켰던 자들이다. 지금 민주당의 좌고우면 속에서 세력 균형이 자신들에게 좀 더 유리하게 변하면 저들은 가차없이 그 발톱을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