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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내란 청산”(군사 쿠데타 잔당 숙청)은 왜 중요한가

윤석열이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일으킨 친위 군사 쿠데타가 실패한 지 1년이 다 돼 간다.

즉각적인 대중 저항이 일어나 윤석열이 탄핵되고, 그가 ‘수거’하려던 정적 이재명이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내란 청산”은 순조롭게 되고 있지 않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 한 달도 안 돼 윤석열을 뺀 쿠데타 수뇌부인 국방장관·육군참모총장·수방사령관·방첩사령관 등이 구속됐지만, 내란죄를 다투는 민간 재판, 군사 재판 모두 (노상원 빼고) 단 한 명도 구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이미 구속된 자들은 혐의가 명백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유죄 판결이 지연되는 셈이다.

특별검사 수사팀이 세 개나 출범해 그 기한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 수사 성과는 미흡하다.

내란 특검은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과 전 국가정보원장 조태용 둘만 새로 구속했을 뿐이다.

드론작전사령관 김용대 등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윤석열이 계엄 명분을 만들려고 실행한 평양 무인기 수사는 철저히 이뤄지지 못했고, 평양 무인기 작전에 중요 구실을 했던 합참 작전본부장 이승오는 이적죄 혐의가 무혐의 처분됐다.

군사 쿠데타 잔당들은 국힘과 함께 우파 결집을 추구하며 숙정에 저항하고 있다 ⓒ이미진

수사가 부실했을 수도 있기는 하지만, 구속영장 심사를 전담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가 수사 방해자 구실을 톡톡히 했다. 대법원장 조희대와 법원행정처장 천대엽이 임명한 재판부다.

이 와중에 김건희 특검만 불충분하게나마 성과를 냈는데, 이는 과거 박근혜 정권 퇴진의 귀결이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청산으로 축소된 것처럼 내란 청산도 그렇게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왜 민주당의 “내란 청산”은 단호하지 못한가

정부와 민주당은 내란 청산을 과감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동력은 떨어지고, 정치적 부담은 더 커진다.

민주당은 ‘책임 있는’ 집권당으로서 기업 이윤 회복을 위한 불확실성 해소와 정치 안정이라는 자본주의 국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 한다. 정치·경제 권력자들은 경제·안보 위기 심화 때문에 새 정부가 본연의 임무에 치중하길 원한다.

이재명 정부가 그 임무에 충실했기 때문에, 한미 협상 팩트시트 발표 후 대기업들과 이재명 대통령의 간담회에서 화기애애한 덕담과 상호 협력 방안들이 오갔다.

민주당이 국힘과 공모하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의 쿠데타는 민주당 정치인들도 제거 대상으로 삼았고, 국힘은 극우의 중심이 돼 내란 청산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친기업 행보는 협치가 아니라, 자신들이 국힘보다 더 “실용적”임을 놓고 기업주들에게 경쟁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내란 청산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일관되지 못하다. 조희대 탄핵, 내란 (특별/전담) 재판부 설치 등이 거론됐지만 실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친윤 검사들을 요직에 남겨 두고 그들과 검찰 개혁을 거래하려다가 대장동 항소 포기 이후 그들과 국힘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제 법을 바꿔 고위 검사 징계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그 결과는 불투명하다.

“내란 청산”이 쉽지 않은 진짜 이유

내란 청산 문제에서 좌파들의 시각은 단일하지 않다.

진보당은 내란 청산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민주당과 협력해 해결할 일이라 보고 민주당의 미적거림을 비판하는 것을 조심한다.

정의당·노동당 등은 애당초 윤석열의 쿠데타가 어처구니없는 일탈이고 조기에 실패한 만큼 내란 청산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없다고 본다. 심지어 ‘내란 청산’ 구호가 민주당이 계속해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사용하는 정쟁의 소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내란 청산 과제는 중요하다.

현직 대통령이 좌파를 “척결”할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스스로 기획·지휘한 친위 쿠데타에 국가의 억압 기관 대부분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합참, 수방사·특전사·방첩사 등의 정예 특수 부대들, 국가정보원, 행정안전부와 경찰·소방청, 법무부와 검찰, 대통령경호처, 재정경제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 대법원 등.

내란죄 수사가 경찰·검찰이라는 국가의 공식 수사기관들을 통하지 못하고 특별검사에 의존하는 것도 바로 그 기관들의 관리자들이 쿠데타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그 기관들은 선출되지 않지만, 선출된 권력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권력 기관들이다. 상당수는 본디 “반국가 세력 척결”을 목적으로 삼는 기관들이다. 그런 기관의 관료들은 정부 수반이 교체돼도 자본주의 국가의 연속성을 보장한다. 이재명 정부는 그 기관들과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불가피성이 아니라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 기관의 관료들 대부분이 특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금세 풀려나고 혐의를 벗는다.

평양 무인기 작전에 쓰인 드론이 드론작전사령부 창고 화재로 전소됐다는 의혹, 경호처가 관리하는 비화폰 서버 삭제에 국정원이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은 본격 수사 대상도 되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대법관들은 재판권을 계엄사령부에 넘기려는 회의를 열었고,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등은 계엄 통치 지원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합의·발표했다. 그들 모두 지금 무풍지대다.

주류 언론들은 문제의 기관들을 헤집는 것이 국가와 경제 안정에 방해된다며 엄호한다. 최근 정부가 내란 가담 공무원들을 숙정할 TF 운영 계획을 밝히자 사생활 침해 운운하며 극렬 반대하는 것을 보라.

게다가 국힘은 다시 극우화해 극우 세력 전체를 결집하고 있다. 내란 세력은 숙정되지 않기 위해 국힘 등 극우 정치 세력과 우파 결집을 추구하며 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자들이 극우의 성장과 결집 속에서 자리를 지킨다면, 억압적 기관들은 각별히 더 반동을 꿈꾸는 자들의 영향력하에 있게 되는 것이다.

“내란 청산”은 민주당 전유물이 아니고 노동계급의 과제

내란 청산은 국가(기구)를 둘러싼 정치적 민주주의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노동계급에 더 철저한 이해관계가 있다.(민주당은 자본가 계급에 안정적 기반을 두려 애쓰므로, 노동계급에게 유리하게까지 상황을 끌고갈 진정한 이해관계가 없다.)

진정으로 내란 청산을 하려면, 어떤 기관들은 해체해야 하고 어떤 권력자들은 퇴출시켜야 한다. 정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헌정 절차를 (더디게) 따르는 방식으로는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

노동계급은 이윤 시스템에 타격을 가할 잠재력을 발휘하는 투쟁으로 헌정 질서의 안정성을 위협해 요구를 쟁취할 수 있다.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을 결합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좌파 정당인 정의당이 ‘검찰 개혁’에 반기를 든 검사장들에 대한 징계에 반대하며 검찰 편을 들었다. 민주당의 불철저함을 비판하고 투쟁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민주당이 과하다며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선거적 기회주의의 발로일 수 있고, 정의당도 ‘책임성’ 있는 공당임을 드러내려는 것일 수 있다. 어쨌거나 정의당이 내란 청산을 자기 당과 노동계급의 과제로 여기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정치적 민주주의가 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요구와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관점에 따른 실천이기도 하다. 이것은 모종의 경제주의다. 민주적 요구를 민주당의 몫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경제주의 틀 안에 머물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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