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현대중공업노조 사무국장의 반론에 답한다: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 반대는 인종차별에 문을 열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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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가 11월 27일 발표한 성명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진보당 소속) 발언 유감: 인종차별 언사만 사과할 게 아니라 이주노동자 유입 환영해야 한다’에 대해 김동엽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무국장이 반론을 보내 왔다.
김 사무국장은 김종훈 구청장이 인종차별적 언사를 해 논란이 됐던 11월 24일 ‘울산시는 무분별한 조선업 외국인 고용 50퍼센트 확대 중단하라!’ 기자회견에 참석했었다.
김 사무국장은 노동자연대 성명이 “이주노동자 쿼터 확대에 대한 우려를 ‘인종차별’로 단정”한다며,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의 본질은 인종이나 국적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사용자의 저임금 고착화 전략과 그로 인해 내·외국인 노동자 모두가 고용불안에 놓이는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주노동자 유입(쿼터) 확대가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한다며,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조건 개선 없이 “무분별하게 쿼터를 확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만 비용절감 효과를 주고 내외국인 모두에게 더 큰 불안정성을 만드는 구조”를 낳는다는 것이다.
우선 노동자연대 성명은 김 구청장의 발언이 인종차별적이라고 비판했지,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 반대가 곧 인종차별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둘 사이에 만리장성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주노동자 유입이 내국인 노동자에게 해롭다며 반대하면 그들에 대한 반감과 인종차별적 편견이 자라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혼란의 핵심은 이주노동자 유입을 ‘저임금 구조 고착화’의 원인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 조선업의 변천에서도 이 점이 드러난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조선업 사용자들은 인건비를 줄이려고 하청 노동자를 확대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를 거치며 다단계 하청이 전형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미 2002년부터 사내하청 노동자 수가 정규직 노동자 수를 추월했다. 2000년대 후반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 수주가 급증했지만, 사용자들은 정규직이 아니라 ‘물량팀’ 등 하청 비정규직을 늘렸다.
이 기간 동안 이주노동자 수는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저임금 구조 고착화의 책임은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있는 것이다. 또한 이주노동자가 유입되지 않는다고 해서 다단계 하청으로 인한 저임금 구조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님을 보여 준다.
더욱이,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를 반대하는 논리대로라면, 조선업 사용자들이 비정규직을 늘려 나갈 때 그런 일자리에 취직하려는 노동자들에게 저임금 고착화의 책임을 돌리며 취업을 막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만약 그랬다면 당장의 생계를 위해 비정규직으로라도 취직해야 하는 노동자들과 분열과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올바른 대응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단결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사용자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다. 특히,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를 이주노동자라고 적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국적, 민족, 인종이 다르다는 것, 즉 자국민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 말고 무엇이 남는가? 이것은 배타적 민족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조선업을 비롯해 한국에 오는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동남·중앙아시아 출신으로 기존에 인종차별의 대상이 돼 왔던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를 자신의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기게 된다면 그들에 대한 반감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고, 이를 바탕으로 온갖 오해와 편견에 기반한 “인종이나 국적에 대한 감정”이 자라나기 십상이다.
“인종이나 국적에 대한 감정”
김 사무국장은 반론에서 “’인종 감정’이 아니라 생활 기반 붕괴에 대한 현실적 우려”라며 다음과 같이 이주노동자들을 탓한다. “통학로가 위험해지고 있다,” “지원은 그대로인데 인구만 폭증한다,” “상가 공실이 많아져 동네가 비어간다,” “단기간 머물다 가니 지역 경제가 더 악화된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그야말로 인종차별이거나 완전히 모순투성이다.
외국인 범죄율이 내국인보다 낮은 게 객관적 사실인데도, 이주노동자가 늘어 치안이 불안해졌다고 주장하는 게 현실적 우려인가?
이주민 인구가 “폭증한다”는 것도 상당한 과장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울산 동구의 내국인은 약 17만 5,000명에서 15만 1,000명으로 2만 4,00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주민은 약 6,200명에서 1만여 명으로 4,000명가량 증가했다. 서구에서도 이주민 수를 과장하며 내국인을 대체하고 있다는 두려움을 조장하는 것은 인종차별의 단골 메뉴로 쓰인다.
이주노동자가 증가하고 있어서 문제라면서, 다른 한편 그들이 단기간 머물다 가서 문제라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후자가 문제라면 아예 울산 동구를 떠난 한국인들은 왜 탓하지 않는가?
“실제 주민들의 호소”라는 명분으로 이런 후진적 의식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좌파 정치인/활동가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지난 4월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전광훈이 이끄는 자유통일당 소속의 후보 이강산이 혐중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원 추방 등의 공약을 내걸고 30퍼센트 넘게 득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만큼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니 좌파가 이강산과 자유통일당의 혐중, 이주민 배척을 존중해 줘야 하는가?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시장에서 서로 경쟁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노동자들은 사용자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 그러나 부분적인 단결만으로는 노동시장에서의 경쟁이 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을 개개인으로 원자화시키고 서로 경쟁하도록 부추길 뿐만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기성세대와 청년 등 다양한 노동자 집단 간의 분열도 의식적으로 부추긴다. 인종과 국적이 다른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도 그런 이간질 메뉴의 하나다.
그런데 고약하게도 12월 1일 김종훈 구청장은 ‘조선업 청년 고용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사회, 기업, 정부의 공동 행동을 제안했다. 같은 노동계급인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청년을 대립시키고, 한국인 노동자들과 사용자·정부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는 듯이 호도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킨다며 유입을 막거나 그 수(쿼터)를 조절해야 한다고 좌파 정치인/활동가가 주장하는 것은 지배자들이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것을 용이하게 해, 김 사무국장이 대안으로 주장하는 “내·외국인 모두가 존중받는 구조”를 만들 힘을 약화시킬 것이다. 근시안적인 선택인 것이다.
좌파는 이주노동자 유입을 무조건 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