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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신규 유입·불법고용 반대” 요구의 부적절함에 대하여

정부가 다양한 부문에 이주노동자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자 노동운동 내에서 이를 반대하는 주장이 많이 나온다.

11월 4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국가를 필리핀 외에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다음 날 민주노총은 “이주 가사관리사 확대 계획 즉각 중단[하라는]” 논평을 냈다.

11월 5일에는 국토교통부가 건설업 형틀목공, 철근공, 콘크리트 타설 등의 기능공 직종에 이주노동자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내년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이주민 중에서 재외동포 비자(주로 조선족) 소지자만 해당 업종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데, 이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건설노조가 이 계획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11월 7일 ‘현 정부의 이주노동자 고용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 토론회를 민주당 박해철 의원실과 공동 주최했다.

그 토론회에서 송미령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사무국장은 “6개월 [필리핀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종료 뒤 사업을 중단하고 실태조사와 중장기 계획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무계획적 외국인력 도입은 내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출뿐더러, 직업에 대한 인식을 저하시키고, 내외국인 간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근거였다.

안승복 한국건설산업연맹 조직실장도 “미등록 이주노동자처럼 저임금 외국 건설인력 고용이 증가하면서 … 내국인 노동자 고용의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11월 18일 서울시가 외국인을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채용하는 방안을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다고 밝히자,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청년 일자리 보호에 역행하는 서울시의 외국인 버스 기사 채용계획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환영하라 노동계급의 고용과 임금 수준은 단결과 저항에 가장 크게 좌우된다 ⓒ〈노동자 연대〉 자료 사진

노동조합들이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에 반대하는 것은 내국인 고용과 임금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해당 부문의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 저임금, 열악한 조건 등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자리 감소나 임금 하락은 사용자들이 경제 상황 악화에 대처하려고 노동자 몫을 점점 줄여 온 탓이지, 이주노동자 증가 때문이 아니다. 지금 한국에서 노동소득분배율(총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몫)은 1990년대 이래로 하락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그래서 여러 조사·연구들도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고용과 임금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거나 없고 있어도 아주 미미하다고 보고한다.

무엇보다 고용과 임금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저항하느냐에 따라 가장 크게 좌우된다. 경제 상황이 나빠도 투쟁과 연대로 일자리를 지키고 임금을 올릴 수 있음을 최근 미국의 보잉이나 항만 노동자 투쟁이 보여 준다.

사용자들은 어떻게 인종차별과 이주민 유입을 결합시키는가?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에 반대하는 노조 조직들은 이주노동자 차별에 반대하며, 이미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조직하겠다고 한다.

예컨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등이 속해 있는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조직하고 처우 개선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한다. 11월 7일 한국노총 토론회를 알리는 보도자료의 제목은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이주노동자 노동인권 보장하라!”였다.

건설 노조들도 이주노동자 “불법” 고용을 반대하는 것이지 이주노동자 고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절충적 입장은 이미 들어온 이주노동자 또는 “합법” 이주노동자의 처우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내국인 노동자들에게도 해롭다.

사용자들과 그 언론들은 이주민들이 ‘일자리·세금 도둑’이라고 비난하고 ‘잠재적 범죄자’라고 공포 섞인 편견을 조장하는 동시에, 노동력이 부족하다며 더 많은 이주노동자를 유입시킨다.

겉보기에 모순돼 보이는 이 두 가지는 모두 자본주의의 핵심적 필요를 반영한다. 하나는 이윤 창출에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저항할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사용자들과 그 언론들은 ‘좋은 이주민’과 ‘나쁜 이주민’을 구분하는 식으로 두 가지 필요를 결합시킨다.

젊거나 숙련과 기술이 있는(따라서 정부와 사용자들이 교육·훈련·돌봄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적고 기업의 이윤 활동에 당장 도움이 되는) 이주민은 ‘좋은 이주민’으로 분류된다. 반면, 주로 이주민 자신의 필요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은 ‘나쁜 이주민’ 취급받는다. 대표적으로 미등록 이주민이나 난민이 이 범주에 해당된다.

“불법” 이민자를 대규모로 추방하겠다고 위협하는 트럼프조차 이런 이간질 언사를 사용한다. 그는 2016년 대선 출마를 앞두고 출간한 《불구가 된 미국》(이레미디어, 2016)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이민정책은 대단히 단순하다. 우리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오는 일을 쉽게 만드는 것이다. 반면에 범죄자와 다른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오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불법이민을 방치하는 것은 합법적으로 오기 위해 몇 년 동안 기다리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다른 모든 사람에게 불공정한 일이다.”

그러나 “불법” 이주민에 대한 공격은 인종차별을 조장해 모든 이주민에게 해롭다.

어떤 이주민의 외모만 보고 “불법”인지 “합법”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금은 “합법” 체류자이지만 장차 체류 기간을 넘겨 머물려 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만연해진다.

불법 이주민 비방은 사람들이 모든 이주민을 잠재적 위험으로 의심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나쁜 이주민’에 대한 규제는 ‘좋은 이주민’을 통제하는 데도 유용한 것이다.

또한 트럼프의 부상이 보여 주듯이, 이런 인종차별 정서가 먹혀 들면 전반적인 정치 지형이 우경화돼 내국인 노동자들에게도 해롭다. 지금 트럼프는 부자 감세와 공무원 대량 해고를 예고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의 수급 조절에 관여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면 지배자들이 ‘좋은 이주민’과 ‘나쁜 이주민’을 구별해 이주민을 통제하고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일에 일조하게 된다.

따라서 이주민의 처우 개선에 일관되려면 그런 구분 자체에 도전해야 한다. 즉, 국경 통제에 반대하고 모든 이주민의 유입을 무조건 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