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미국의 반(反)트럼프 저항 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ICE OUT! 미국 현지에서 전한다:
야만적인 이민 단속과 확대되는 반(反)트럼프 저항

다음은 2월 12일 같은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한 발제와 토론 정리를 글로 옮긴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서 노골적인 국가 폭력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운동 때부터 강력한 반(反)이민자 정책을 내세웠고, 이제는 이주민 단속을 명분으로 미국 주요 도시에서 공포 정치를 펴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LA에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대거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8월에는 워싱턴 DC에 주방위군을 배치하고, 10월부터는 시카고, 볼티모어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이 활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도 뉴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의 모습을 보셨을 것입니다. 복면을 쓰고 총으로 무장한 남성들이 시내를 돌아다닙니다.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과 국경순찰대원들의 모습 ⓒ출처 Chad Davis (플리커)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의심되는 사람이면 영장도 없이 일단 체포하고 봅니다. 주로 행인의 인종에 기반해서 자의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아주 인종차별적입니다. 이것을 ‘인종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이라고 부릅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 시민권자도 강제 억류를 당합니다. 실제로 트럼프 취임 직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이 미국 시민을 강제로 억류한 사례가 170건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은 학교와 종교 시설, 심지어 병원까지 습격합니다.

지난달에는 심지어 5살 꼬마 아이를 미끼로 이용해서 일가족을 체포한 사건도 있었죠. 이렇게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에게 잡힌 미등록 이주민은 구금 시설로 보내지는데요, 처우가 워낙 비인간적이라서 구금 도중에 사망한 사람도 지금까지 서른 명이 넘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은 5살 아이를 이용해 가족을 체포하고 아이까지 연행해갔다 ⓒ출처 컬럼비아 하이츠 공립학교

정말이지, 이민세관단속국의 야만성은 극에 달했습니다. 최소한의 합법성과 민주주의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올해 초 미니애폴리스에서 러네이 굿과 알렉스 프레티가 살해당한 것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러네이 굿은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감시단 활동을 하다가 그들과 언쟁이 붙었고, 차에 탄 채 후퇴하려다가 이민세관단속국 요원에 의해 즉결 처형 식으로 총살당했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은 근처에 있던 의사가 그녀를 도우러 오는 것을 막았고, 그들의 차량은 구급차 진입을 가로막았습니다. 심지어 사건 당일 그녀를 추모하러 모인 지역 주민들을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이 위협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저항의 분출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축적돼 왔던 반트럼프 운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지난해 ‘왕은 없다’ 집회와 비교하면 이번 항의 운동은 더 투쟁적이고 템포가 빨랐습니다.

러네이 굿이 살해당한 날, 미니애폴리스 주민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철야 시위를 벌였습니다. 바로 다음 날부터 시카고, 뉴욕, LA, 워싱턴 DC, 애틀랜타, 시애틀 등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벌어졌습니다.

1월 8일 미국 수도 워싱턴DC 시위 ⓒ출처 Geoff Livingston (플리커)

그 주 주말에는 그동안 반트럼프 운동의 주축을 이뤘던 단체들이 ‘이민세관단속국 완전 퇴출 연합’을 꾸려서 전국 집회를 호소했습니다. 하루 만에 1,000곳이 넘는 장소에서 집회가 열렸습니다.

그다음 주인 1월 17일 또다시 전국 집회가 있었고, 일주일 후인 1월 23일에도 전국적 행동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1월 23일 집회의 규모가 굉장했습니다. 이날 미니애폴리스에서는 5만 명 이상이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집회와 함께 “일하지 않기, 등교하지 않기, 쇼핑하지 않기” 셧다운 행동도 벌어졌는데, 미국의 노동운동 언론 〈레이버 노츠〉에 따르면, 이 행동에 미니애폴리스 주민의 4분의 1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1월 23일 미니애폴리스, 5만 명 이상이 행진하다 ⓒ출처 Mike Auger

다음 날인 1월 24일 항의 집회에서 또 다른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다른 시위 참가자를 도우려던 알렉스 프레티를 국경순찰대원이 열 번 이상 총격해 살해했습니다.

트럼프는 강경파 국경순찰대 대장 그레고리 보비오를 경질해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시위대는 또다시 ‘전국적 셧다운’으로 대응했습니다.

1월 30일 전국 행동의 날에는 미국 전역의 300개 도시에서 행진이 벌어졌습니다.

저희 동네에서는 하루에 무려 세 개의 집회가 열렸습니다. 1,000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캠퍼스를 행진했는데요, 지난 몇 년 이래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근처 고등학생 백여 명도 동맹 휴교를 하고 학교 앞에서 집회를 했습니다. 교사들도 점심시간을 틈타 학생들을 지지하러 나왔습니다. 퇴근 시간이 되자, 동네 주민들의 행진도 있었습니다.

학교 주변 식당과 카페들 중에서도 일일 휴업에 동참하거나, 당일 수익금을 미니애폴리스 집회 측에 기부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요즘 MZ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치킨집 ‘레이징 케인즈’에서도 알바생들이 행동에 나섰습니다. 창가에 시위대 지지 손팻말을 걸고 시위대에게 무료 음료를 나눠 줬습니다. 현재 파업 중인 스타벅스 노동자들도 행진에 동참했습니다. 이날 행동으로 제 자신도 크게 고무받았습니다.

시위대의 가장 큰 요구는 이민세관단속국을 몰아내자는 것입니다. “이민세관단속국은 모든 곳에서 나가라”(ICE Out of Everywhere) 구호는 지난해 6월 LA 항쟁 때도 등장했습니다. 그 외에도 “이주민을 환영한다,” “훔친 땅에서 불법인 사람은 없다,” “트럼프 꺼져” 등의 구호를 외칩니다.

이렇게 1월 30일의 전국 행동이 성공적으로 벌어지고 2주가 지난 지금, 운동은 잠시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여전히 미니애폴리스와 주변 도시들, 뉴욕과 LA 등 대도시에서는 항의 운동이 벌어지지만 규모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이 운동이 전진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정권에 맞서는 투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투쟁이 정치화되고 일반화돼야 합니다. 이민자 박해는 트럼프 정권의 핵심 의제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이민자들을 공격하는 이유

운동의 전망과 과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트럼프가 이토록 이민자를 공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여기에 일반적인 이유와 특수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계급은 한 줌이고 노동계급은 압도 다수인데요, 소수가 압도 다수를 통치하기 위해서 즐겨 쓰는 방법이 분열 지배 전략입니다. 미국 지배계급은 역사적으로 인종을 핵심적인 분열 기제로 이용해 왔습니다. 지배계급은 이주민 차별을 이용해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공공의 적’을 만들어 진정한 위기의 원인을 호도하려 합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인종차별과 이주민 차별이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지금 상황의 특수한 점은, 트럼프가 이민자 박해로 인종차별적 극우 기반을 결집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에 뱉은 역겨운 말들을 몇 가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그는 “불법 이주민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 “내가 볼 때 그들은 짐승들이다,” “내가 선거에서 지면 미국은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공개 석상에서 말했습니다.

트럼프의 극우 레토릭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정학적 불안정과 경기 침체로 겪는 고통과 불안감을 자극하면서 중국, 좌파, 미등록 이주민들이 그 원인이고 이들을 ‘척결’하면 미국의 전성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은 미등록 이주민을 엄청나게 잡아들여 오염된 미국을 청소하는 것이고, 그 일을 정부가 나서서 강경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극우들은 아마도 여기서 자신감과 희열을 느낄 것입니다. 극우의 반이민자 레토릭은 1940년대에 나치가 유대인을 대학살하면서 썼던 레토릭과 상당 부분 겹쳐 보입니다.

트럼프는 1년에 100만 명의 미등록 이주민들을 내쫓겠다고 했습니다. 국토안보부 장관인 크리스티 놈은 이민세관단속국이 매일 10만 명을 구금할 수 있도록 시설을 보강하겠다고 했는데요, 미국 연방 교도소 전체 수감자 규모가 15만 명인 것에 비춰 보면 매일 10만 명이라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수치입니다.

이런 이주민 추방 목표에 손발이 돼 주는 것이 바로 이민세관단속국입니다. 이민세관단속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설립된 국토안보부(DHS)의 산하 기관으로 출현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출범 전까지, 이민세관단속국은 큰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이민세관단속국 예산은 연간 60억 달러 미만이었습니다. 이후 2024년까지 100억 달러 규모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예산이 세 배 이상 늘어서 2026년 예산은 연간 370억 달러 수준입니다.

이 수치가 얼마나 말이 안 되냐면, 이민세관단속국 단일 기구의 예산이 이탈리아, 이스라엘, 스페인 등 다른 나라 국방비보다 큽니다. 이제 이민세관단속국은 미국의 사법 기관 중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된 기구가 됐습니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현재 미국에서 파시즘의 일부 요소가 갖춰졌고, 신종 파시즘이 형성 중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얘기한 트럼프의 극우적 음모론은 공식 정치 무대를 통해서 선전되고 영향력을 얻고 있습니다.

20세기에 이탈리아나 독일에서 파시즘이 등장한 사례와 비교해 보면, 지금 미국에서 무솔리니의 검은 셔츠단이나, 히틀러의 갈색 셔츠단 같은 파시스트 조직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캘리니코스는 이민세관단속국과 세관국경보호국(CBP) 같은 국가기관이 파시즘식 거리 운동을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이민세관단속국이 극우 청년들의 집합소나 배양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은 가난하고, 소속감 없고, 무기력한 청년들을 불러들여서 두둑한 돈을 챙겨 주고, 제복을 입히고 손에 총을 쥐여 줍니다. 이민세관단속국에 취직하면 취업 보너스로 5만 달러(한화로 약 7,000만 원)를 일시급으로 주고요, 학자금 대출을 최대 6만 달러(한화로 약 8,400만 원)까지 상환해 준다고 합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먼지 같았던 존재들이 한순간에 무법자이자 ‘나라를 지키는 영웅’이 됩니다.

이민세관단속국 요원 모집 광고에는 나치의 코드가 교묘하게 숨어 있습니다.

여기 보이는 그림이 이민세관단속국 요원 모집 홍보 포스터입니다. “미국인이여, 어느 길로 갈 것인가?”라는 홍보 문구는 백인 국가주의자 소설가 윌리엄 게일리 심슨의 소설에서 빌려 온 것입니다. 다른 광고에 쓰이는 “최고의 녀석들”이라는 단어는 ‘아메리칸 르네상스’라는 극우 팟캐스트가 유행시킨 속어입니다.

이 기관들은 극우 단체들과의 관계도 긴밀합니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세관국경보호국은 남부 국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준군사 조직들과 “우호 관계”를 조성했다는 혐의가 있습니다. “프라우드 보이즈”는 자신들을 이민세관단속국의 ‘집행자’라고 부르고, 이민세관단속국에 이민자를 신고해 “현상금”을 받는 방법을 공유했습니다. ‘애국 전선’이라는 조직은 [ICE의 여러 시설 운영을 방해하는] “이민세관단속국을 점거하라” 시위를 깽판 놓는 데 가담했고, 이민세관단속국 요원 모집 공고에 쓰이는 “미국을 되찾자”를 슬로건으로 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과 극우 단체들의 직접 연계는 아직 폭로된 바 없지만, 극우 단체들이 이민세관단속국을 환영하며, 폭력적 이주민 단속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운동의 전망과 과제

이런 점에 비춰 보면, 지금 이민세관단속국 항의 운동이 전진하려면 이민세관단속국 축출에만 시야가 갇혀서는 안 됩니다. 이민자 공격은 트럼프의 극우 이데올로기에서 핵심적이기에 그 부분만 도려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민세관단속국 축출을 핵심 요구로 해서 이 투쟁을 트럼프 정권에 대한 투쟁으로 일반화, 정치화시켜야 이길 수 있습니다.

지난해 6월 LA에서 벌어진 전투적 투쟁은 LA에서 이민세관단속국을 쫓아내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덴버, 시카고 등 다른 도시에 이민세관단속국을 연이어 보냈고, 다른 기관, 예컨대 주방위군을 투입해서 같은 기능을 수행하게 했습니다.

지금 운동이 한풀 가라앉은 것은 이 투쟁을 일반화할 지도가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두 차례의 전국적 행동이 벌어진 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에 답하고 운동을 이끌 세력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러네이 굿 살해 사건 이후 폭발한 항의 운동은 매우 자생적이고 탈중심적입니다. 지난해 ‘왕은 없다’ 집회는 인디비저블, 50501 같은 단체가 깊게 관여하고 주최한 인상이 강했다면, 이번 운동은 지역 주민들이 견인하고 50501 등이 자신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홍보해 주는 듯합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전국 행동 날짜가 정해지면, 지역 풀뿌리 공동체들이 구체적인 집회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이것이 다시 50501 등 단체들의 SNS와 인터넷을 통해 홍보되는 식입니다.

1월 23일 집회는 50501, 인디비저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여러 단체들의 연합이 호소했고, 1월 30일 집회는 미네소타대학교의 대학생 단체들이 처음 호소했습니다. 여기에 정말 이름 모를, 혹은 이름조차 없는 동네 친구 모임이나 종교 모임 같은 풀뿌리 지역 조직들이 삼삼오오 참가합니다.

운동이 급격히 발흥할 때에는 탈중심적으로 폭발하는 것이 당연하고,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이런 노동계급의 자발성과 자생성을 찬양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자발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2020년에 경찰이 한 흑인 청년을 제압하다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크게 벌어졌는데요, 이 운동도 정권에 맞서는 투쟁으로 나아가지는 못했고 노동계급 고유의 힘이 발휘되지 못했습니다. 정치적 지도력이 부족했습니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은 트럼프를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졌고 운동 지도부도 그런 압력에 타협하면서
민주당은 손쉽게 운동을 납치할 수 있었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 항의 운동은 점차 트럼프에 맞선 운동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큽니다. 지금 사람들은 비장하고,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학생들, 마트 노동자들, 아르바이트생들, 그저 길을 지나가던 행인처럼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무장한 이민세관단속국 요원을 둘러싸고 야유를 보냅니다. 시위대는 경찰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맞서 싸웁니다. 지역 주민들은 이주민들을 피하기는커녕, 서로가 서로의 방패가 돼 줍니다. 두려움에 떠는 이웃이 잠시 머물 곳을 제공하거나 대신 장을 봐 주고, 자녀의 통학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에는 마크 러팔로, 빌리 아일리시, 배드 버니, 그린데이 등 유명인들도 공식 석상에서 주저 없이 목소리를 내기도 했죠. 사람들은 싸울 준비가 돼 있습니다.

투쟁을 전진시키기 위해서 총파업이 필요하다는 말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반트럼프 운동을 주도한 50501은 비폭력, 탈중심성, 평화 시위라는 형식을 강조해 왔는데요, 이 단체도 이제 총파업을 운운합니다. 물론, 사회주의자들과는 다른 의미로 쓰는 것이지만, 도시 경제를 마비시켜서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힘을 보여 주자는 것입니다.

미니애폴리스는 노동계급 투쟁의 역사가 깃든 곳이고, 현재도 미네소타 주의 경제 중심지로서 노동계급이 밀집해 사는 곳입니다. 1934년 미니애폴리스 트럭 노동자들(팀스터) 노동조합이 시작한 총파업은 미니애폴리스 도심 전체를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이런 도시의 역사는 미니애폴리스에서 노동계급의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노동계급이 파업을 통해 계급 고유의 힘을 발휘한다면 투쟁을 크게 뒷받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 이민세관단속국 항의 운동에서 총파업 전술이 실행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1월 30일 전국 행동에서도 노동조합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기층 조합원들도 노조 관료들에게 총파업을 강제할 만큼 자신감이 크지는 않습니다.

독일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로자 룩셈부르크는 대중 파업을 경제 투쟁과 정치 투쟁이 서로를 증폭시키고 결합되는 과정으로 설명했습니다. 거리 운동이 커지면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투쟁을 벌일 자신감이 커집니다. 각 부문에서 경제적 투쟁이 벌어지면 노동자들은 계급 고유의 힘을 깨닫게 되고 이것은 다시 거리 운동을 고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민세관단속국 항의 운동이 벌어지는 동안, 미국 곳곳에서 노동운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뉴욕에서는 1만 5,000명의 간호사들이 노조 파괴에 맞서 한 달간 파업에 돌입했고요,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공립 학교 교사들이 47년 만에 파업에 나섰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00여 곳이 마비될 정도로 큰 규모입니다.

파업에 나선 샌프란시스코 교사들 ⓒ출처 United Educators of San Francisco

정리하겠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반트럼프 운동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운동이 한 발 더 전진하려면 이민세관단속국 항의 운동을 트럼프 정권에 맞서는 운동으로 일반화해야 합니다. 거리 운동과 작업장 운동을 의식적으로 연결시키고, 강화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분노에 차 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기여하고 싶어합니다. 이런 잠재력을 현실화할 혁명적 구심이 운동을 정치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지에 운동의 향방이 달려 있습니다.

발제자의 토론 정리

많은 분들이 좋은 질문과 코멘트를 남겨 주셔서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시간과 제 역량의 문제로 모든 질문에 답할 수는 없을 텐데요, 가능한 한 종합적으로 답해 보겠습니다.

민주당의 구실

우선 민주당의 구실에 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한 발언자가 지적했듯이 민주당은 이민세관단속국에 대한 태도가 분열돼 있습니다. 미네소타 주의 민주당 소속 주지사는 이민세관단속국을 축출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를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 반면, 뉴욕 시장 맘다니는 이민세관단속국을 축출하겠다고 했죠. 며칠 전 LA 시장도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이 시 소유 부지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다양한 반응인데, 크게 보면 민주당은 이민세관단속국의 존속과 적절한 이용을 원합니다.

최근에 민주당 의원단 지도부가 국토안보부 임시 예산안 만료 시점을 앞두고 요구안을 작성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요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 것, 학교와 의료기관 같은 민감한 시설에서 체포하지 말 것, 영장주의를 준수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요컨대 미등록 이주민을 잡아가되 좀 얌전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구체적 쟁점에서 한발 물러나서 보면 민주당도 반이민자 기조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이민 정서에 영합하려 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와 경합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가 선거 운동에서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내세웠던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운동 내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태도가 다양합니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도 있고, 이민세관단속국 반대는 초당적·윤리적 과제라는 주장도 있죠.

장외 투쟁으로 민주당을 왼쪽으로 견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꽤나 영향력이 강한 주장입니다. 대표적으로 그동안 ‘왕은 없다’ 집회를 조직해 온 인디비저블이라는 조직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민주당 예비 선거에 개입해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비교적 진보적인 후보를 당선시키는 전술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기층 운동을 민주당 선거 운동에 종속시켜서 운동의 쟁점을 좁히고 운동의 급진성을 삭감하는 효과를 냅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과의 시너지

한 발언자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이 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을 잠재력에 관해 질문했습니다. 제 주변을 보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으로 급진화한 청년들은 확실히 민주당에 거리를 두는 것 같습니다.

또, 팔레스타인 문제로 운동에 입문한 학생들은 굉장히 투쟁적인데 그런 급진적인 학생들이 이번 항의 집회를 조직하는 데에서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특히 1월 30일 전국 행동은 미네소타대학교의 학생들이 처음 호소한 것이었고, 전국에 퍼져 있는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들이 여기에 응했습니다.

저희 동네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와, 지역 주민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소모임이 있습니다. 그 소모임이 집회를 공동 주최했습니다.

아쉽게도 이들이 의식적으로 팔레스타인 쟁점을 운동에 가져오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큰 가능성을 보여 주는 일입니다.

좋은 제기들이 많이 있었는데 저는 트럼프에 맞서 싸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짚고자 합니다.

반트럼프 투쟁의 중요성

트럼프에 맞선 투쟁은 두 가지 이유에서 지금 국제적, 세계사적으로 중요합니다.

첫째, 미국이 여전히 제1의 제국주의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맞서 자신의 패권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 현재 세계 곳곳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대통령 부부를 납치했고 이걸 본 다른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은 지금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가자지구를 식민 통치하고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평화 구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동맹국들이 안보를 무임승차한다면서 국방비를 키우라고 압박하기도 했죠. 이는 역내 갈등을 고조시킬 뿐 아니라 그 나라들에서 복지 예산을 축소해서 노동계급 생활 수준을 위협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트럼프에 맞선 투쟁이 중요한 둘째 이유와도 연결되는데요, 트럼프는 극우가 집권에 성공한 사례입니다. 이는 세계 곳곳의 극우를 고무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무장 조직을 동원해 이주민을 공격하는 지금, 다른 나라 극우들은 그것을 보며 영감과 교훈을 얻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에서 트럼프에 맞선 투쟁이 발전하는 것은 세계적인 차원에서 극우에 맞서는 데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또, 트럼프가 국내에서 탄압을 강화하는 것은 제국주의 정책을 마음껏 펴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강력한 반트럼프 운동은 미국의 호전적인 대외 정책에도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한 발언자가 미국이 “선진 자본주의 세계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캘리니코스의 말을 인용했는데 적극 동감합니다. 캘리니코스의 최근작 《재난의 시대 21세기》 제5장의 제목이 “반란과 반동”이죠.

이민세관단속국의 행태를 보면, 지금 미국 지배계급은 자유민주주의를 갈수록 사치로 여기는 듯합니다. 지금은 자본주의가 낳은 다중 위기 속에서 지배자들이 양보할 여지가 별로 없고 양보한 것도 도로 뺏는 반동의 국면입니다. 반동의 채찍이 정말로 반란을 고무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파시즘의 위험

하나만 덧붙이고 마치겠습니다. 독일 나치는 파시즘의 정석 루트를 밟았죠.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 특히 극우 이념으로 똘똘 뭉친 단호한 거리 군대를 조직해 세력을 키우고 몸집을 키운 다음에 국가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그렇지만 파시즘이 모든 곳에서 정확히 그런 방식으로 발전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오늘날의 극우는 다양한 부분이 모종의 역장을 형성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복잡한 면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새로운 파시즘이 형성 중일 수 있다는 경고를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주제
카카오톡 채널, 이메일 구독,
매일 아침 〈노동자 연대〉
기사를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 설치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