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팔레스타인의 저항 ─ 이스라엘과 제국주의에 맞서 해방은 어떻게 가능한가》:
팔레스타인 해방의 전략을 다룬 명저
〈노동자 연대〉 구독
지난 5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공습하며 또다시 국제적인 분노를 샀다. 팔레스타인인들 수백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당했다. 일가족이 피신해 있는 건물을 한밤중에 정밀 폭격해 몰살하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봐야 했던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은 이스라엘의 만행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동시에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이스라엘 내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전례 없는 규모와 수준으로 저항을 벌였다. 국제적 연대 시위도 대규모로 벌어졌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포함한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했음에도 공습 개시 십여 일 만에 보잘것없는 로켓을 쏘아 올리던 하마스와 휴전하는 굴욕을 당했다.
미국과 서방의 천문학적 원조를 받는 이스라엘이 성공적으로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완전히 잠재웠으며, 불법 정착촌을 건설하며 사실상 영토를 완전히 병합해가는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 시각은 이번 팔레스타인인들의 영웅적인 저항을 통해 틀렸음이 입증됐다.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우리로 하여금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의 중동 개입 역사와 동역학, 이스라엘의 건국과 성장 과정,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구실과 그 한계 등을 잘 알아둘 필요성도 던져줬다.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서 어떤 전망이 필요한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반갑게도, 이런 점들을 이해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되는 책이 최근 출간됐다. 필립 마플릿이 쓴 《팔레스타인의 저항》(이정구 옮김, 책갈피)은 이스라엘 건국의 역사, 시온주의와 제국주의 간의 관계를 촘촘하게 그려낸다. 어떻게 영국 제국주의가 팔레스타인의 반식민지 운동을 짓밟았으며, 그 틈을 타 시온주의자들이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는지 묘사하는 부분을 읽다 보면 이스라엘이 태생부터 인종차별과 식민주의에 뿌리를 둔 국가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 제국주의가 석유를 비롯한 경제적 이권과 패권을 위해 중동에 개입하기 시작했음도 잘 드러낸다. 또, 그것이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전략과 맞아떨어지면서 이스라엘이 미국의 이권을 대변하기 시작한 과정을 탁월하게 풀어낸다.
1951년 이란의 모사데크, 1952년 이집트의 나세르 등 민족주의 정권이 석유시설과 수에즈 운하 등을 국유화하며 서방의 패권을 위협하자 이스라엘의 몸값은 더욱 치솟았다. 이스라엘이 주변 아랍 국가들과 전쟁을 치르며 그 능력을 입증하자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원조금은 천정부지로 늘어났다.
아래로부터 해방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을 단순히 뭉뚱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저항 세력의 계급 기반과 이들이 내세운 정치와 전략의 한계 등을 면밀히 살피며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민족국가 수립을 목표로 삼은 파타(팔레스타인민족해방운동) 지도부가 어떻게 다수의 평범한 팔레스타인 민중과 괴리된 채 부유한 삶을 누리게 됐는지, 스탈린주의의 영향을 받은 팔레스타인 좌파가 어떻게 아랍 및 팔레스타인 민중에게서 영향력을 잃게 됐는지에 대한 분석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 다른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저자는 팔레스타인 해방이 어떻게 가능한지도 살펴본다. 무엇보다 “아랍 자본주의와 대결할 힘이 있는 사회 세력”, 즉 “아랍의 노동계급”에 주목한다.
오늘날 젊은 세대의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은 지난 20년간 잠잠했던 저항 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에너지가 주변 아랍 국가의 지배자들에 맞선 노동계급의 저항과 반란과 만날 수 있다면 팔레스타인 해방의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주어진 한계에 도전하며 이를 극복해 왔고, 억압받는 전 세계 민중의 투쟁에 커다란 영감을 줬다.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당한 팔레스타인 혁명가 갓산 카나파니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팔레스타인의 대의는 팔레스타인인들만의 대의가 아니다. 우리 시대의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대중들의 대의이고 따라서 모든 혁명가들의 대의다.”
팔레스타인 저항과 그 전망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매우 훌륭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관련 기사와 영상
온라인 토론회 영상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 ─ 그 뿌리와 진정한 해법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 시온주의는 유대인 민족주의일 뿐이다
팔레스타인 해방은 어떻게 가능할까
연표
한눈에 보는 서방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 역사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 운동과 전략
5월 18일 이스라엘 대사관 앞 긴급 기자회견:
“이스라엘은 학살을 멈추라”
—
팔레스타인인과 한국인들이 함께 외치다
제보 / 질문 / 의견
〈노동자 연대〉는 정부와 사용자가 아니라 노동자들 편에서 보도합니다.
활동과 투쟁 소식을 보내 주세요. 간단한 질문이나 의견도 좋습니다. 맥락을 간략히 밝혀 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내용은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편지란에 실릴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