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령 북아프리카 난민 위기를 계기로 살펴본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모든 국경 통제에 반대하는 이유
〈노동자 연대〉 구독
최근 북아프리카의 스페인령 도시 세우타(스페인 식민지 시절 스페인어식으로 붙인 이름으로 모로코에서는 원래 ‘세브타’로 불렸다)로 수만 명의 난민이 진입하려 하자, 스페인 사회당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군대를 투입했다.
올해 초만 해도 스페인 정부는 수십만 명의 미등록 이주민에게 합법적 체류 지위를 부여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위기가 닥치자 ‘요새화한 유럽’의 국경을 강화하기 위해 군대를 보낸 것이다.
한편, 좌파 일각에서는 이번 위기를 이스라엘과 협조하는 모로코 정권이 국경을 ‘무기화’해, 유럽에서 비교적 진보적 목소리를 내 온 스페인 정부를 공격한 것으로 규정한다. 국경 통제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는 게 아니라 말이다.
많은 좌파들이 인종차별에 반대하지만 어느 정도의 국경 통제는 필요하다는 전제를 받아들인다. 공공 서비스를 보호하고, 사용자들이 이주노동자를 임금 삭감에 이용하지 못하게 하려면 어느 정도 이민 통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어느 정도 상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민 통제의 효과는 그저 손쉬운 희생양을 만들어 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임금의 원인을 기업주의 착취가 아니라 노동자들끼리 경쟁으로 돌릴 수 있게 한다.
또 이민 통제는 누가 쓸모 있는지를 판단할 권리를 국가가 갖는 것을 정당화한다.
대규모 이주는 자본주의가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전쟁과 세계적 불평등, 기후 위기를 낳기 때문에 벌어진다.
그러나 거기에 책임이 있는 지배계급은 전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고 세계 어디로든 자유롭게 돈을 보낸다.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자유를 누려야 마땅하다.
카를 마르크스는 이민 통제가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지켜 줄 것이라는 견해를 거부했다.
아일랜드인 이주노동자들이 잉글랜드 노동자 임금을 낮추는 데 이용됐을 때 마르크스는 아일랜드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이지 말자는 주장에 반대하며 이렇게 썼다. “노동자들이 투쟁에서 승리할 가망이 조금이라도 있기를 바란다면, 일국적 조직들은 반드시 국제적 조직이 돼야 한다.”
마르크스가 제1인터내셔널 창립을 도운 이유도 바로 국경을 넘는 연대를 조직하기 위해서였다.
19세기 말 등장한 사회주의 조직 제2인터내셔널에서는 이민 통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1907년 대회에 참가한 호주 노동당의 한 대표는 이렇게 주장했다. “자본가들은 임금을 낮추려고 아시아계 노동자 유입을 늘린다. ... 따라서 호주 노동당은 백인들과 같은 처우를 받으리라 예상되지 않는 특정 노동자들의 유입을 막기를 바란다. 아시아인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인종차별적 견해는 맹렬한 반박을 받았다. 미국 사회주의노동당 대표단은 중국인·일본인 노동자 유입 제한을 요구하는 것은 “사회주의를 전적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적 증오는 노동자들을 눈멀게 하고 그들의 폭력을 조장했다. 일본인·중국인 노동자들도 잘 조직될 수 있다.” 그해 제2인터내셔널 대회는 일체의 이민 통제가 “본질적으로 반동적”이라고 선언했다.
몇 년 후인 1913년 블라디미르 레닌은 이민 통제에 전면 반대하는 ‘자본주의와 노동자 이주’라는 글을 썼다.
“오직 극심한 빈곤 때문에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고, 자본가들이 이주노동자를 더없이 파렴치한 방식으로 착취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동시에 레닌은 “오늘날의 민족 이동”이 노동자 운동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2인터내셔널이 1914년에 붕괴하고 몇 년 후 혁명적 제3인터내셔널(코민테른)이 창립됐다.
코민테른은 서유럽과 미국의 공산당들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이민 제한 법률들에 맞서 맹렬한 운동을 벌이고, 그 나라 노동계급 대중에게 그들 또한 그 법률들이 부추길 인종 간 적대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하라.”
혁명적 사회주의 전통은 이민 통제에 전면 반대한다.
이민 통제는 안전하고 더 나은 삶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이민자들에게 심대한 고통을 준다.
동시에 이민 통제는 정주 노동자들에게도 커다란 해를 끼친다. 인종차별적 분열을 조장하고 기업주들에게 향해야 할 분노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자유 왕래는 모든 노동자에게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