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본 입장 해설 11: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하는 이유
〈노동자 연대〉 구독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말하는 국제주의는 무엇인가? 국제주의는 그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느끼는 따뜻하고 막연한 유대감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국제주의는 자본주의에 맞서야 하는 이유다.
대기업들은 국경을 넘나들고 여러 대륙에 걸쳐 생산을 조직한다. 자본주의 세계 체제는 전 세계에서 착취를 하고 이윤을 뽑아낸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억압받는 민족의 자결권을 옹호한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숙적인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에 맞선 투쟁의 일부로서 그렇게 한다.
각국 지배계급은 계급 적대를 흐리기 위해 “국익”이라는 신화를 퍼뜨린다. 그렇게 해서 자국 노동자들을 동원하고, 같은 노동자들을 서로 싸우게 만든다.
그런데 개혁주의자들 또한 국익 논리를 수용하고 때로는 이를 앞장서서 퍼뜨리기도 한다.
좌파적 포퓰리즘 전략을 추구하는 일부 좌파는, ‘국민의 이익’을 진정으로 대변하지 않는 한 줌의 수구 보수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이 계급을 초월한 단결을 통해 민중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의 이면은 노동자들이 사용자들이나 자본주의 국가 기구와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는 환상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누가 진정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가’를 물으며 국민적 단결을 강조한다면 계급투쟁의 결정적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사회주의자들이 고유의 계급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게 된다.
이 민족주의라는 “상식”은 노동계급을 분열시킨다. 하지만 훨씬 유용한 다른 종류의 “양식”도 있다. 공통된 착취와 차별의 경험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민족주의의 논리는 노동조합이 ‘국익’을 이유로 사용자들의 필요에 굴복하게 만든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기도 한다.
한국에서 민족주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처지를 위해 이주 노동자 유입에 반대해야 한다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유럽 나라들에서 “영국의 가치”니 “프랑스의 가치”니 하는 것들은 국가가 무슬림·이민자·난민 같은 사람들을 악마화하고 배척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혁명가들은 민족주의와 정반대 입장을 취한다. 혁명가들은 국경 통제에 반대하고, 노동자들을 민족에 따라 나누는 데에 반대하고, 전 세계 노동계급 사람들이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억압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전 세계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는 동시에, 생계비 위기를 만회하는 것에 못 미치는 사용자와의 합의에 반대하고, 모든 노동자들의 쟁의에서 진정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운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전 세계 노동자들, 평범한 사람들과 연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독일 출신 혁명가 카를 마르크스는 각국 사회주의 정당들의 연합체인 제1인터내셔널의 규약을 작성하면서 이렇게 썼다. “노동계급의 해방은 한 지역이나 일국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문제이다.”
마르크스는 제1인터내셔널 창립 연설 뒷부분에서 노동계급은 “국제 정치의 수수께끼에 통달하여 자국 정부의 외교 활동을 감시하고 필요하면 최선을 다해 저지하거나, 저지할 수 없다면 일제히 규탄해야 할 임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연설을 끝맺었다. “이와 같은 대외 정책에 맞선 투쟁은 각국 노동계급의 해방을 위한 전체 투쟁의 일부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에게 전쟁 반대 운동, 이주 규제 철폐 운동, 이민자 권리 운동, 자국 기업주들에 맞선 투쟁은 하나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그런 투쟁에 개입하는 것은 한 나라 노동계급의 이해관계가 언제나 자국 기업주들이 아닌 다른 나라 노동계급과 일치함을 알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단결해 전 세계 지배계급에게 크게 한 방 먹일 가능성이 큰 기회들이 있다.
예컨대 서방 제국주의 열강의 범죄와 친서방 정부들의 공모를 백일하에 드러내고 있는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도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서방 세계의 지도자들과 기업주들은 압제와 살해로 단결해 있다. 우리도 그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
국제주의는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다음과 같이 끝맺은 1848년이나 오늘날이나 여전히 중요하다.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온 세계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이 글은 본지의 기본 입장을 해설하는 기획 연재의 열한 번째 글이다. 다음 연재에서는 천대받는 사람들이 국가 탄압에 맞서 힘으로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이 왜 정당한지 다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