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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이재명 정부 팔레스타인과 중동 전쟁 이주민·난민 긴 글

파병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9월 22일 유엔 총회에서 회동한 이재명과 트럼프 ⓒ출처 청와대

9월 18일 대국민 기자회견 이후 이재명 정부가 파병을 당장 적극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는 관측이 많다. 지난주 유엔 총회 기간에 이뤄진 이재명과 트럼프의 회동에서 ‘파병 빼고 다 논의됐다’(MBC)는 보도도 언뜻 그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회동 직후 유엔 총회 연설에서 트럼프는 이란을 비난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트럼프는 호르무즈해협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할지라도, 미국 제국주의의 쇠락을 각인시키는 일은 한사코 피하려 한다.

그런 트럼프가 한국 측의 회동 요청에 응하고 그 회동이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것은, 오히려 한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전쟁에 기여한다는 것이 전제돼 있어서일 가능성이 크다.

파병은 하겠지만 “전쟁 관여 파병은 없다”는 이재명의 메시지는 파병 반대 운동을 기만하는 것이다. 호르무즈해협의 통제력을 둘러싸고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해협을 이용하기 위해 군대를 보내는 것은 참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메시지는 한국 정부가 하려는 관여의 범위를 미국에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 등을 위해 파병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란과의 충돌에 걷잡을 수 없이 휘말리는 것은 피하려 하는 것이다. 한국군이 “외국군 지휘하에 배속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형식적 배속이 쟁점이 아니라 제국주의 지지가 쟁점인데도 이 따위로 속이려 든다.

이라크전에 파병한 노무현 정부도 비슷한 이유로 자이툰 부대를 상대적으로 전투가 덜 치열한 아르빌에 파병한 바 있다.

물론 자이툰 부대 파병도 미국의 침략 전쟁에 기여한 것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한국군의 존재는 이라크전이 단지 서방의 침략이 아니라고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현재 트럼프는 더 많은 부담의 분담을 바란다. 그리고 최근 상황은 한국 정부가 여기에 응한다는 전제 위에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은 청해부대 활동 확대를 그 방안의 하나로 언급했다.

그 후 한미 간의 여러 접촉이 이뤄졌음에도 아직 파병이 공식화되지 않은 것은 양국이 여전히 파병의 형식과 규모를 두고 조율 중이기 때문일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입장에서 청해부대 활동 확대는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부합하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장악을 풀려고 오만 쪽 항로로 상선을 인도하는 작전을 펴는 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중동의 미군 기지들이 이란의 공격으로 파괴된 것이 그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청해부대의 전투함이 오는 것보다는 한국군이 군수지원함과 초계기, 소해함 등으로 군수 지원과 정보 제공, 기뢰 제거에 기여하기를 바랄 수 있다. 이런 활동은 이란의 표적이 되기 쉽고 그만큼 부담이 크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최근 서유럽 국가들의 행보가 심상찮다. 특히, 프랑스는 9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시설을 방어한다며 병력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이 되고 있다. 프랑스가 호르무즈해협 항행을 위한 다국적 함대를 꾸리자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미국과의 협조 속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지난주 이재명의 유엔 총회 연설은 이런 움직임과 공명한다는 점에서 불길하다. 이재명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관해 얘기하며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할 역량과 의지를 갖춘 나라들이 먼저 ⋯ 협력을 넓히자’고 제안했다. ‘글로벌 공공재’는 유럽 국가들과 일본이 호르무즈해협 ‘항행의 자유’를 일컬을 때 써 온 표현이다.

프랑스가 추진 중인 유엔 안보리 결의안도 이란에 대한 공격과 상선 보호를 애써 분리하며 다국적 함대가 후자를 위한 것임을 강조한다. 한국 정부는 거기에 동참함으로써 전쟁 관여를 정당화하고 부담을 줄이려 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이미 필요한 조율을 모두 마치고 단지 파병 결정 발표의 적절한 시점을 재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 운영자들이 군사·외교 사안들을 비밀리에 추진하는 일은 매우 흔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애초에 파병을 한다는 전제가 없었다면 이러저러한 군사 자산들까지 언급하는 구체적 방안들이 거론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의 압력을 잘 버티고 있다고 보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놓치는 것이다.

파병 반대 운동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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