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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이재명 정부 팔레스타인과 중동 전쟁 이주민·난민 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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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왜 트럼프의 구원투수가 되고자 하는가?
효과적인 파병 반대 운동 건설을 위해

이 글은 9월 10일 노동자연대 서울지역모임들이 주최한 토론회 ‘이란 전쟁 파병 검토: 이재명은 왜 트럼프의 구원투수가 되고자 하는가?’에서 발표한 것을 다듬은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반년가량 줄타기를 하다가 이란 전쟁 참전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검토 중”, “결정된 바 없다”고 연막을 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아랍에미리트에 현지조사단을 보냈다. 현지조사단의 임무는 기항지, 작전 기지 등 현지 작전 여건을 조사하는 것이다. 파병의 명분과 형식을 위한 작업이다. P-8A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폭발물처리반(EOD) 등 파병 후보의 전력도 구체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런 정황은 이재명 정부가 파병 문제를 단순한 아이디어 단계 이상으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뿐 아니라, 이재명은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을 만나 호르무즈 공조를 선언했다. 프랑스는 다목적 호위함 1척, 기뢰탐색함 2척, 해상초계기 1대를 현재 역내에서 운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군에 파병하려는 것 같지는 않다. 프랑스·영국 군대는 호르무즈해협 내부로 본격 진입하거나 전투에 참가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한국에 파병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을 다국적 연합군에 파병하면 트럼프가 격분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군이 파병된다면 미국과의 연합 작전에 투입될 공산이 크다. 현재 거론되는 파병 전력은 독자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한 전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방부 현지조사단이 간 아랍에미리트는 미 공군의 주요 작전 거점이다. 한국의 “군사적 기여”가 트럼프를 이란 전쟁의 실패에서 구해 주지는 못할 듯하지만, 미국의 이란 전쟁에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다.

이란은 한국의 호르무즈 개입을 참전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란은 본보기로 한국군을 공격할 수 있다. 군함뿐 아니라 유조선과 상선, 걸프 지역의 한국 자산 등도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모든 전쟁 활동은 직접·간접으로 반드시 전투와 관련돼 있다”(클라우제비츠)

이재명 정부는 파병 후보 전력을 비전투 자산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파병 반대 여론을 최소화하려는 기만일 뿐이다. 원래 P-8A 초계기는 ‘잠수함 킬러’로 불리는 공격형 전투 자산이다. 설령 정보·감시·정찰 등의 임무만 수행해도 그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미군에 전달된다. 즉, 미군의 대규모 함대 작전의 일부인 것이다.

위대한 군사 사상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에서 비전투 활동이 전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쟁에서 수단은 오직 하나, 전투다”, “모든 전쟁 활동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반드시 전투와 관련돼 있다.”

고 리영희 교수도 30년 전에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군사력에서 ‘공격’용이냐 ‘방위’용이냐의 언쟁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리고 다분히 자의적이고 흔히는 속임수다. 방어용만으로 제조된 탱크나 대포는 없다.”

이란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분명하지 않겠는가.

노무현 정부도 2003년 이라크에 파병할 때 똑같은 논리를 폈다. 공병부대와 의무부대를 비전투 병력이라며 파병했다. 공병을 비전투 병과로 지칭한 것은 희대의 사기였다. 게다가 이 ‘비전투’ 부대가 현지에서 적응하며 전투병 파병의 전초가 됐다. 이듬해 전투 부대인 자이툰 부대가 3,000명 규모로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됐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고 전황이 악화되면 미국이 한국에 연안 전투함, 기뢰 제거 소해함, 이지스함의 파병을 요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른바 비전투 자산 파견은 문간에 발 들여놓기 과정이다.

상대편 입장에서 보면 '방어용', '비전투용' 같은 말은 별 의미가 없다 ⓒ출처 해군

“굴욕 외교”?: 미국과의 협력을 통한 한국 자본주의의 이해관계 추구하기

이재명 정부가 파병으로 선회하는 듯하자 트럼프의 협박과 강요에 굴복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굴욕 외교”라는 것이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래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계속 파병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는 8월 중순 이후 5차례나 이재명 정부에 파병을 압박했다. 말만 한 게 아니라 한미연합훈련을 축소시켰다.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동맹만으로는 대(對)이란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나토의 유럽 회원국과 일본 등에도 파병을 계속 요청해 왔다.

트럼프는 지금 한국을 동맹국 전체를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을 콕 집어 파병을 압박함으로써 다른 동맹국들에게도 호르무즈해협에서의 군사적·재정적 기여를 늘리라는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 정부가 실제로 파병을 결정하면 일본 정부에도 공헌을 요구하는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는 한미 협상 사안, 남북·북미 관계를 파병 압박 카드로 활용했다. 한국과 미국 간에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 이행과 추가 관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핵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 등 만만찮은 쟁점들이 있다.

이는 재벌이나 방산업체 등 특정 자본 부문뿐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 전체의 이익이 걸려 있는 쟁점들이다. 한미 간 쟁점으로 돼 있는 기술, 통상, 군사 분야는 한국 자본주의가 소제국주의로 도약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지배계급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트럼프는 북미 대화 추진 카드를 이용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며 이재명 정부에 이란 전쟁 지원을 압박했다. 트럼프가 한미연합훈련을 전격 축소시키자, 이재명 정부는 말로만 “실질적 기여”를 하며 시간을 끌다가는 한미 관계가 크게 손상될 수 있다고 실감하게 된 듯하다.

트럼프는 때마침 악화되고 있는 이재명 정부의 정치 위기도 파고들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극우 손현보를 만나 힘을 실어 줬다.

그래서 이재명은 파병을 통해, 난항에 봉착한 한미 관계를 풀고자 하는 듯하다. 기업주 언론 〈중앙일보〉도 파병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굵직굵직한 안보·통상 현안이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무엇 하나 결론내지 않고선 한·미 관계가 한 치도 나아갈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

현대차, 삼성, SK, LG 등 대기업들이 절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국경제〉도 호르무즈해협의 경제·안보적 중요성을 지적하며 파병에 찬성했다.

요컨대 이재명 정부는 단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것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에 참전하려는 것이다. 파병한다고 해서 트럼프가 자국의 제국주의적 이익이 걸려 있는 한미 간 현안을 전폭적으로 풀어 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단지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해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반쪽 진실이다. 반쪽 진실은 참이 아니다. 고립된 명제가 아니라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전체 그림이 중요한데, 반쪽 진실은 참인 조각들로 거짓 그림을 만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책임 강국" 지향은 야만적인 제국주의 질서의 하위 파트너가 되고자 하는 것 ⓒ출처 청와대

협소한 투쟁 표적 설정의 문제점

이란 전쟁 파병을 “굴욕 외교”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보통 반전 운동의 표적을 압도적으로 미국과 국내의 친미주의자들에만 맞춘다. 일부 좌파는 이재명을 정조준하지 않고 단지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요구한다. 이 자들이 “국익보다 위싱턴의 지시를 먼저 떠받드는” “동맹지상주의자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위성락 같은 자들은 마땅히 경질돼야 한다. 그러나 외교안보 관료들만 문제인가? 이 자들이 대통령 이재명 몰래 파병을 검토했을까?

위성락은 이재명의 ‘실용’ 외교를 설계·집행하는 핵심 인물이다. 한미 동맹을 기본 축으로 삼아 한국 자본주의의 실리를 확보하는 것이 이재명식 ‘실용’ 외교의 요체다. 이재명 자신이 대미 투자 협상을 주도하며 한국 자본가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려 해 왔다. 제국주의 체제 속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국제 위상을 제고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제국주의의 상태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헤게모니가 위기를 겪으면서 미·중 간 갈등이 일상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또,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타났다. 중동에서도 소제국주의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스라엘을 위해 미국이 이란을 공격했다. 제국주의 체제 내 적대와 무력 충돌이 확산되는 국면인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마르크스주의적 제국주의 이론이 과거의 유물이라는 주장이 유행했었다. 하지만 틀렸다. 우리는 레닌이 제국주의 이론을 발전시킨 제1차세계대전 개전 직전과 유사한 상황에 있다.

이재명 정부의 “글로벌 책임 강국”(소제국주의) 지향은 이러한 제국주의 질서의 진동 속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제국주의의 위기에 더한층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굴욕 외교”를 비판하는 좌파는 그 대신에 “외교적 노력”을 요구한다. 그것은 소박한 평화주의적 요구이지만, 오늘날 제국주의 체제의 국면 변화와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요구다.

오늘날 제국주의 지배자들은 점점 외교·협상보다 군사적 위협과 공세에서 얻을 것이 더 많다고 믿는다. 트럼프만 ‘함포 외교’를 하는 게 아니다. 중국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주변국과 대만을 겨냥해 함포 외교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4년 넘게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유럽 정부들 또한 타협적 평화를 반대하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 마르크스주의자 니콜라이 부하린은 국가 간 갈등과 투쟁이 발전하게 되면, (사회 지배 세력의 입장에서 봤을 때)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인 전쟁으로 나아간다고 지적했다.

실로 오늘날 제국주의는 포식성 제국주의로 변화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군비 증강, 무기 수출, 파병 등으로 이런 변화에 위험한 일조를 하고 있다.

국익 프레임의 약점

포식성 제국주의로의 변화 때문에 좌파에서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파병은 국익이 아니라는 주장도 그것의 약한 표현이다.

마르크스주의의 국제주의는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본다. 하지만 좌파적 민족주의는 분석 단위를 ‘국가 대 국가’ 또는 ‘지배국 대 예속국’으로 설정한다. 마르크스주의의 ‘계급’ 개념을 ‘국민’ 또는 ‘국가’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좌파가 국익의 이름으로 파병을 반대하는 것은 심각한 약점을 안고 있다.

모든 전쟁은 국익의 이름으로 벌어진다. 이재명 정부의 이란 전쟁 파병은 앞서 언급했듯이 대미 투자·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고 핵 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등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지키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자본가의 사활적인 이익이 달려 있는 안정적인 원유 수송로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에너지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항행에 마냥 손놓고 있는 것은 한국의 핵심 이익 수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파도 국익의 이름으로 파병을 찬성한다.

이때 국익은 무엇을 뜻하는가? 바로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한국이 더 큰 권력과 영향력을 얻기 위해 다른 국가와 싸우는 것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런 국익론은 파병 반대가 일부 보수층에게도 소구력을 가지기를 바라는 포퓰리즘이다. 그러나 착취하는 자들과 착취당하는 자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국익은 없다. 이렇게 국익론으로 접근하면 전쟁·파병 반대와 노동계급의 요구는 완전히 분리될 것이다.

'국익'은 지배계급과 자본주의 국가의 이익을 뜻한다 ⓒ출처 청와대

현재 국회는 전쟁·파병 반대의 진지가 될 수 있는가

진보당의 바람대로 국회는 파병동의안을 거부할 것인가? 파병은 위헌이라는 식의 자유주의적 프레임은 효과적 무기가 아니다.

국회에서 파병 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민주당이 파병을 반대할 것이라는 (불확실한) 희망을 깔고 있는 것이다. 국힘이 당론으로 파병을 반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파병 동의안을 부결시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아마도 이란과의 직접 교전은 피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렇지만 호르무즈해협의 경제·안보적 중요성과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그들은 무시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지난 3월 진보당과 조국혁신당 등 의원들이 파병 반대 결의안을 제출했을 때, 민주당 의원은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나마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이후 청해부대 파병연장 동의안을 찬성했다. 현재 조국혁신당은 당론으로 이란 전쟁 파병을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일관된 반전·반제국주의 정당이 아닌 것이다.

역대 민주당 정부가 예외 없이 미국의 파병 요청에 응했음을 기억한다면, 민주당이 이란 전쟁 파병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가늠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에 파병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회 동의를 우회해 전투함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했다.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 당시 민주당에서 파병 반대 입장을 유지했던 의원은 임종인 의원 한 명이었다. 민주당은 2008년 총선에서 임종인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다.(임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민중전선 전략은 노동계급에 기억상실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계급의 기억이 돼야 한다.

반전 운동(파병 반대 운동)은 정부의 대미 협상력 지렛대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한겨레〉는 노무현 정부가 반전 운동을 대미 협상에 활용한 경험을 참고하라는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의 말을 실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미국 정부의 요구인 5,000명 규모 전투병을 3,000명으로 줄여 교전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한 이라크 북부 아르빌로 파병한 것을 염두에 둔 듯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에 참전한 사실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파병 반대가 “정부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 주권 정부를 지키고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도 “이재명 정권이 잘되길 바라는 모든 세력은 파병 반대 투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을 압박하면 그에게 파병을 거부할 명분을 줄 수 있고, 그렇게 시간을 버는 사이에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 물밑 협상을 하면 파병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헛된) 기대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전 운동은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지렛대’ 역할을 자처하면 안 된다. 정부가 적당한 선에서 파병을 선언할 때 운동 진영이 속수무책으로 무장해제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파병 때도 그와 같은 일이 있었다. 반전 운동에 참여한 반미자주파와 참여연대는 노무현 정부 자체를 운동의 표적으로 삼지 않으려 했다. 노무현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가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파병을 선택한 것이라는 측면은 무시됐고, 미국의 강요라는 측면만이 강조됐다.

그에 따라 반미자주파와 참여연대는 노무현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미국의 파병 압박을 물리치도록 노무현 정부를 돕는다는 접근법으로 반전 운동을 이끌려 했다. 그래서 민주당 개혁파 의원들과의 공조를 중시하며 국회에서 파병 결정을 무산시키는 데에 무게중심을 뒀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이 민주당은 파병을 거부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가 2004년 8월 자이툰 부대 파병을 강행하자, 파병 반대 운동은 급속히 사그라들었다.

사실, 애초에 반미자주파는 이라크 전쟁/파병 반대 운동보다 한반도 평화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들은 파병 반대 운동을 통해 노무현이 미국의 파병 압력에 반대할 명분을 주고자 했다. 그래서 노무현이 파병을 하자 운동이 확대되고 단단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사그라들었다.

좌파 민족주의와 평화주의의 관점에서 지배계급의 일부와 동맹한다는 전략이 낳은 문제였다.

그럼에도 이라크 전쟁 반대 때는 반전 정서뿐 아니라 운동도 상당 수준과 규모로 일어났다. 국제 반전 운동의 분출, 직전에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에 항의하는 40만 명 규모의 시위와 그 덕택에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한국의 역동적 정치 상황 속에서 한국 최초의 대중적 반전 운동이 등장했다. ‘노동자연대’의 전신 ‘다함께’는 이 운동에 선구적으로 뛰어들어 기여했다. 고 서동만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이라크 파병 결정이 노무현 정부를 임기 초반부터 위기에 빠뜨렸다고 회고했다.

이재명도 이란 전쟁 파병을 결정하면 지지 기반이 심각하게 몰락할 것이다. 9월 9일 열린 통일부 주관 한반도평화전력 자문단 회의에서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파병하면 이재명 정부가 “식물 정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의 기만과 배신에 수많은 지지자가 실망할 것이다. 그중 일부는 분노하고 행동할 것이다. 또 다른 일부는 사기 저하를 겪을 것이다. 아마 적잖은 사람들은 가뜩이나 지지율 위기를 겪고 있는 이재명 정부를 파병 반대로 흔들면 극우만 득을 볼 것이라는 생각에 심경이 착잡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좌파는 이재명 정부로부터 정치적으로 독립해 대중 동원을 조직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우익이 이런 상황에서 득을 볼 위험이 실질적이 될 수 있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여당은 지지자들의 실망과 환멸을 사고 있는 반면, 극우는 자신들이 민주주의 수호자이자 자유의 전사인 양 기세등등하게 귀환하고 있다. 계엄을 옹호하고 군사독재를 미화하는 말과 행동이 국회·광장·인터넷에 넘쳐난다.

파병은 이재명 정부를 '식물 정권'으로 만들 수 있다. 좌파는 정치적으로 독립해 대중 동원을 조직해야 한다 ⓒ이미진

파병이 결정돼도 철군을 요구하는 반전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이라크 전쟁 때보다 지금 미국 제국주의의 위기는 훨씬 더 첨예하다. 미국 제국주의 헤게모니는 위기를 겪고 있다. 이란 전쟁은 미국 역사상 최대 전략적 실수다. 베트남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보다 더 큰 실수다.

트럼프는 미국 힘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쉽게 물러설 것이라고 낙관해서는 안 된다. 부시 행정부가 시작한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뜻한 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 금세 끝나지 않았다. 16년이나 지속되며 보복의 악순환을 거듭했다. 상처 입은 야수가 더 위험한 것처럼, 트럼프가 버티며 세계를 위협할 수 있는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이란 전쟁은 이미 서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두 개의 주요 전쟁이 연결될 위험성마저 있다. 한국은 이 두 전쟁에 휘말릴지도 모르는 위험한 국면에 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대중의 반대를 거슬러 파병을 결정해도 반제국주의자들은 파병 한국군 철군을 요구하며 굳건하게 반전 운동을 구축해야 나가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

네 가지를 강조하겠다.

첫째,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을 반대할 뿐 아니라, 미국이 이란에 의해 패배하는 것을 환영한다. 이란 정권을 지지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진영론을 거부한다. 진영론은 이란·중국·러시아 등 미국의 적성국·경쟁국을 편드는 것이 진보적이라는 이데올로기다. 계급 대 계급이 아닌 국가 대 국가로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패배를 환영하는 것은 그것이 세계의 착취받고 천대받는 대중의 투쟁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국주의에 의해 압박받는 민족의 자결권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중요성을 잊지 말고 계속 건설해 가는 한편, 반전 운동/파병 반대 운동과 연결시켜야 한다.

둘째, 한국 정부의 이란 전쟁 파병은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자 전쟁을 국내로 가져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지배계급에 맞서야 한다. 해외에서 미국 제국주의 전쟁을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국 지배자들에 맞서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주적은 국내에 있다.” 파병을 정당화하고 군비를 늘리기 위해 이재명 정부가 군국주의, 국익(민족)주의 등을 강화하는 것에 맞서야 한다.

셋째, 이재명 정부가 그 방향으로 나갈수록 극우가 더한층 고무될 것이다. 극우는 이재명에 대한 공격뿐 아니라 민주적 권리와 이주노동자 등에 대해서도 공격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극우의 준동에 대응해야 한다.

넷째, 파병을 실제로 막을 힘은 노동계급의 독립적 행동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반전 운동과 노동계급의 요구를 연결해야 한다. 트럼프를 위기에서 구출하는 데 돈을 쓰지 말고 복지를 확충하고 임금을 올리라고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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