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제국주의 극우 이재명 정부 팔레스타인과 중동 전쟁 이주민·난민 긴 글

“소방은 재정 빨대” 망언 둘러싼 언쟁:
추미애뿐 아니라 이재명 정부와 국힘 모두의 내심

10월 19일 부천 금속 도장공장 화재를 진압하다가 순직한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올해에만 네 번째 소방관 순직이다. 김 소방위는 공장 안에 인화 물질 180통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가 고립됐다.

화재 사흘 전, 경기도지사 추미애는 국감에서 소방을 두고 “골치 아픈 재정 빨대”라고 말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뛰는 소방관들을 단순한 예산 낭비 요인이자 재정 짐으로 치부한 것”이다(10월 14일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긴축

올해 8월 추미애는 경기도의 ‘재정 비상’을 선언하고 긴축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각종 복지 예산과 함께 소방 분야의 사업 예산도 삭감됐다.

소방차량·구조장비·전문구급장비 보강 예산이 33억 5,000만 원 감액됐고, 재난 물자를 비축하고 오염된 방화복을 세탁할 물류창고 사업은 보류돼 8억여 원이 깎였다. 물류창고 사업은 대규모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추진했던 사업이다. 순직 소방관 추모 행사 예산 1억 원도 통째로 없어졌다.

전검재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경기소방지부 사무국장은 추모 예산 삭감이 단지 “돈 문제가 아니고 … 소방을 바라보는 마음의 문제”라고 말했다(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비판이 거세지자 추미애는 “재정 빨대” 발언 나흘 뒤 고인의 빈소에서 “사과를 바라시니까” 사과했다. 그러면서 그 말이 중앙정부의 소방 예산 지원 부족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해명했다.

중앙정부의 소방 예산 지원 부족은 참말이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14일 성명에서 이미 이렇게 촌철살인의 지적을 했다. “불완전한 현실이 문제라면 국비 지원 비중을 높여 달라고 정부에 당당히 요구하는 것이 도지사로서의 올바른 책무[다.]”

순직 뒤에는 영웅 대접, 살아 있는 때는 비용 취급 10월 19일 고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 ⓒ출처 경기도청

이재명은 추미애와 선을 그으며 16일 “그분들[소방관]에게 천금을 준들 아깝겠습니까” 했다. 그러나 정부의 소방 예산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그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정부가 9월에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의 소방안전교부세(인건비와 소방·안전시설, 장비 등에 국비 지원)는 올해보다 2,898억 원(27.6퍼센트) 줄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소방공무원을 5,000명 늘릴 계획인데, 인원은 늘리겠다며 정작 교부세는 줄인 것이다.

정부는 소방안전교부세의 재원이 되는 담배 세수가 줄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람을 구할 인력과 장비 비용이 담배 판매량에 좌우되는 구조를 바꿀 생각은 없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과 증시 랠리로 올해 국세 수입 전망치가 기존 예상치보다 약 63조 원 늘었는데도 투자 확대(자본 축적)는 고민하면서 보통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쓸 돈은 우선순위 안에 없다는 게 정말로 고약하다.

열악한 처우 개선과 대형 재난 대응력 강화를 위해 2020년 소방관을 여야 합의로 국가직으로 전환했지만, “무늬만 국가직”이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여전히 국비 지원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올해 소방 예산의 국비 지원 비중은 11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 90퍼센트가량을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는데, 그런 탓에 지자체의 재정 상태에 따라 소방관의 처우도 제각각이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19일 소방관 처우를 개선하고 국비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비 지원 확대는 당연한 일이지만, 소방관 순직 때마다 처우 개선과 국비 지원 약속이 거듭 나왔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온 탓에 순진하게 믿고 있기는 어렵다.

국힘 위선

한편, 국민의힘은 “도민 혈세 빨아먹는 ‘재정 빨대’는 추미애 지사 본인[최근 구입한 고가 관용차를 말함]”이라며(장동혁) 추미애 사퇴를 요구하지만, 그들이 한 짓을 생각하면 위선의 극치일 뿐이다.

윤석열 정부 집권 3년 동안 전국 시·도에 배치되는 소방관 정원은 단 1명 늘었고, 행안부 장관 이상민은 소방안전교부세 사업비의 75퍼센트를 소방에 쓰도록 한 규정마저 없애려 해 소방청과 맞선 바 있다.

지금 국힘은 정부 예산을 두고 “팽창 예산의 폭주”, “재정 폭주 고무줄 예산”으로 긴축의 관점에서 규정하고, 채무 상환을 우선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채권자는 국채를 사들인 투자자이므로 특히 자본가들인 것이다.

소방에 대한 충분한 예산 지원은 위험한 일을 하는 노동자의 권리이자 재난 대응의 기본 조건이다. 김진석 소방위의 안타까운 순직 이후 찬사와 약속들이 쏟아지지만, 여야 정치권 모두 소방관이 안전하게 일할 인력과 예산을 “재정 빨대”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자 연대〉를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보세요!
매일 아침 〈노동자 연대〉 기사를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