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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국가직 전환: 인력 충원 첫발, 그러나 갈 길 멀다

소방관들은 열악한 조건 하에서도 고강도 장시간 위험 노동을 하고 있다 ⓒ출처 최광모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법안이 지난달 통과됐다. 국가직화는 소방관들의 오랜 요구였다.

현재 소방관 대부분은 지자체 소속이다. 들쭉날쭉한 시·도 재정 여건에 따라 지역마다 인력, 소방 장비, 처우가 다른 문제가 벌어져 왔다. 2016년 12월 기준 지역별 소방관 부족 현황을 보면, 경남도는 3명이 부족한 반면 강원도는 92명, 전남도는 157명이 부족했다.

2017년 12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 제천소방서는 소방관 확보율이 전국 최저였고 소방차 10대 가운데 4대는 낡아서 제 구실을 못하는 수준이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119 출동 건수는 2006~2015년 사이 9년 동안 3배 이상 늘어났고 2016년에는 처음으로 75만 건을 돌파했다. 반면 소방관의 수는 2006~2019년 사이 1.6배 증가에 그쳤다.

소방관들이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한다고 하면 3만 6000명이 부족하다. 인력 부족 탓에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이다. 위험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은 당선 직후부터 “소방관이 눈물 흘리지 않게 하겠다”며 국가직화와 인력 2만 명 충원을 거듭 약속했다. 그 공약이 이제야 첫발을 뗀 것이다.

정부는 인력 확충에 필요한 재정을 지자체 담뱃세에서 떼 오는 소방 안전 지방교부세 비중을 20퍼센트에서 45퍼센트로 늘려 마련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련되는 돈은 5000억 원 정도다. 이것만으로는 약속한 인력 충원 수준의 절반을 조금 넘기는 정도밖에 할 수 없다.

정부는 2020년 12월까지 추가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관계 법률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방관들은 오랜 숙원인 국가직 전환을 반기면서도 미흡한 재정 확보에 대해 적잖은 아쉬움을 제기한다.

박해근 소방발전협의회장은 말한다.

“인력 2만 명 충원은 대통령 공약 사항이었고 점차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애초 요구는 3만 6000명 충원이었어요. 인건비가 최고 중요한데 국가가 적극적으로 더 부담해야 합니다.”

과로와 스트레스

한편, 인력 충원뿐 아니라 처우 개선도 중요한 문제다. 소방관들은 위험한 업무를 휴일도 없이 장시간 하는 것에 비해 임금이 열악하고 대우도 형편없다. 위험 수당이 6만 원에 불과하다. 화재 진화 수당은 10년 동안 최대 8만 원에 묶여 있다. 그런데 소방관들은 노조 설립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번 국가직화에는 이런 부분을 개선할 계획이 비어 있다. 심지어 지방직일 때 받던 복지나 수당이 국가직화되면서 줄어드는 경우도 생긴다. 예컨대 복지 포인트의 경우 서울시 소속 소방관은 110만 원, 경기도 소속 소방관들은 80만 원가량 줄어든다.

그간 재난이 날 때마다 소방관들의 형편 없는 처우가 조명됐다. 목숨을 걸고 재난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은 국민 상당수도 지지하는 바였다.

공무원연금공단의 자료를 보면 불 끄다 숨진 소방관보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자살한 소방관이 더 많다. 2012~2017년 사이 매년 평균 7~8명의 소방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균 수명도 69세에 그쳤다. 지난해 소방청 전수 조사 결과, 전체 소방관 5명 중 3명은 심신건강에 이상 소견이 있었다.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으로 소방관들의 처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중을 위한 재난 대응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대선 공약에서부터 소방 인력 충원을 이야기했지만, 2018년 공무원 증원 예산에서 가장 많이 배정된 것은 소방·구조 인력이 아니라 경찰이었다. 2020년 예산안에서 소방 예산은 19.1퍼센트 삭감됐다.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은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의 첫발을 뗀 것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방 예산을 충분히 확충해 인력과 처우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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