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
부자 감세, 기업 지원, 지지부진한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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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들이 국회 본의회에 상정됐다.
지난 몇 달 동안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를 되돌려 세수를 증대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주요 안들에서 부자 감세 만회는 턱없이 부족하고 오히려 더한층의 감세안이 추진됐다.
대표적 부자 감세 복구안으로 알려졌던 법인세 1퍼센트 인상안은 민주당 내부에서 인상폭을 낮추자는 요구들이 제기되고 있다. 1퍼센트를 인상하더라도 역대 정부들이 깎아 준 폭을 만회하기에는 크게 부족한데 말이다.
이재명 정부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 기준을 기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되돌리는 부자 증세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윤석열 정부 시기 과세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큰손’ 투자자들의 이익을 지켜 준 것이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 자신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공제 범위를 확대하고 최고세율을 인하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본의회에 원안대로 상정됐다. “실제 상속이 발생한 사람 중 5퍼센트 내외만 상속세를 납부[하고] … 상위 2퍼센트의 경우에도 실효세율은 5퍼센트 내외”(나라살림연구소)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특히 중소 자본가들의 자산 보호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주식 배당소득에 대한 감세도 추진돼 왔다. 현재 상정돼 있는 안은 배당소득 최고세율을 종합소득세보다 15퍼센트포인트나 낮은 30퍼센트로 책정하고, 종목별로 분리 과세해 상위 소득자의 누진 효과를 줄이는 안이다. 배당금을 받는 주식 보유자들 모두가 어느 정도 혜택을 받겠지만, 상위 주주·자산가들이 특히 큰 혜택을 얻을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예상 세수 증가분은 향후 5년간 35~38조에 머물 것으로 추산돼, 개정 전 세수 감소분 5년간 예상치 80조 원의 절반도 못 된다.
AI
이런 감세 조처들로 정부는 투자를 활성화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제 지표를 그럭저럭 유지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는 동안 정부는 막대한 기업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자신이 규제 완화 등 기업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벌 총수들에게 약속했다.
이런 기조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도 반영돼 있다. 군비 증강(4조 4,000억 원 증액)을 제외한 핵심 지출 증가분은 AI와 연구개발에서 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데에 쏠려 있다. 자그마치 24개 정부 부처가 내년도 예산안에 AI 관련 사업을 포함시켰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은 통신 분야(30.8퍼센트), 과학기술 분야(18.8퍼센트)와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14.7퍼센트)는 모두 AI 및 기업 연구개발 지원에 관련된 분야다.(나라살림연구소)
반면, 복지 예산은 전년도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국민연금(12.6퍼센트), 기초생활보장(10.3퍼센트) 분야의 증가분 약 8조 원은 노인 인구 증가 및 물가 상승 등에 따른 자연 증가분이지, 정책 차원에서 예산을 늘린 것이 아니다.
교육 분야는 수치 상으로는 예산이 1.4퍼센트 늘었지만,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사실 삭감된 것이다. 초·중·고등학교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명목 예산 자체가 약 6,000억 원 줄었다.
이재명 정부는 ‘통합 돌봄’ 사업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예산을 너무 적게 할당해(AI 관련 지원의 0.8퍼센트도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 중 약 20퍼센트에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기조하에서라면 막대한 군비 지출과 기업 지원으로 발생한 재정 적자를 어디서 메우겠는가? 당장 복지 삭감(긴축)이 심화될 것이다. 또, 노동자 등 서민층에 부과되는 세금(각종 공공요금, 보험료, 간접세 등)이 인상될 것이다.
이렇듯 기업 지원과 서민 지원 간 첨예한 이해관계 충돌이 제기될 상황에서, 노동운동은 협상에 기대서는 안 된다. 생계비 위기에 저항하는 투쟁이 활성화·확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