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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안, 어떻게 볼 것인가?

7월 22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이하 직함 생략)가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소득을 드디어 공약으로 내놓았다.

발표한 안을 보면, 그가 말한 “억강부약”(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줌) 기조에 부합하도록 고심한 것이 느껴진다.

이재명은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 복지를 늘리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대통령 임기 초에 월 2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에서 시작해, 임기 내에 월 8만 원 수준(1년 100만 원, 25만 원씩 4회 지급)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만 19~29세 청년들에게는 2023년부터 연 1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으로는 토지세(국토보유세), 탄소세, 조세 감면 폐지 등을 제시했다.

이 중 국토보유세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세금으로, 부자 증세에 해당한다.

탄소세를 도입해 탄소 제로 경제로 유도하고, 이 중 일부를(나머지 일부는 산업 전환에 사용) 모든 국민에게 “균등 지급”해, 조세 저항이나 물가인상 부작용을 최소화하자고도 한다.

결국 이재명의 기본소득 공약은 사회의 ‘공유 자산’을 통해 현금 복지를 늘리고 양극화를 억제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서민이 처한 삶의 어려움이나, 기본소득론이 애초 내세웠던 취지에 비춰 보면 액수가 너무 적다.

이 액수로는 이재명 지지자들도 대동세상이나 억강부약을 느끼기 어려울 듯하다.

ⓒ출처 이재명캠프

모순

이재명 표 기본소득이 미미한 액수에 그친 것에는 기본소득론 자체에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론을 주창한 사람들은 그동안 기존의 선별 복지가 낙인 효과를 내고 국가 관료 기구의 비대화를 초래하므로, 모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대안이라고 말해 왔다.

기본소득의 무조건성·보편성 원리가 복지를 권리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특히, 자율주의 경향의 기본소득론자들은 노동력 판매를 거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큰 액수의 기본소득이 지급돼야 하고, 이는 사회 전반을 바꿀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처럼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충분히 큰 돈을 지급하려면 국가 재정 부담이 엄청나게 커진다.

이것이 양극화를 해소하고 노동자·서민이 사회적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이 되려면, 당연히 재원의 상당 부분을 부유층에게서 가져와야 한다. 좌파적 기본소득 정책은 부자 증세와 한 세트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기본소득을 현실에 적용하려다 보니 그 주창자들도 체제와 부자들에게 타협해 왔다. 이제 좌파적 기본소득론자들은 기본소득이 다른 복지보다 증세에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재명 본인은 물론이고 기본소득 이론가인 강남훈 교수 등이 모두 기본소득이 복지 확대를 위한 경제 성장과 증세를 동시에 해낼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기본소득은 증세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조세부담률을 올리고, 복지지출을 늘리면서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정책[이며] … 시장경제를 살리는 가장 유효한 핵심정책입니다.”(기본소득 공약 발표)

그럼에도 이런 주장을 부유층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부유할수록 자신이 받는 기본소득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본소득론은 실현의 영역으로 올수록 부자 증세와 계급투쟁을 강조하기보다 체제나 부자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계급타협적 사회민주주의 개혁)으로 변형돼 왔다.

결국 좌파적 기본소득론자들 스스로 기본소득의 요건 가운데 충분성 요건을 삭제했다(2016년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

한편, 조세 저항을 걱정하기 시작하면, 기존 복지를 폐지하거나 기본소득과 통폐합해야 한다는 생각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존 복지를 삭감하고 기본소득으로 통폐합하자는 발상은 노동계급을 분열시킨다.

더 형편이 나쁜 처지에 있는 노동계급에게 선별적으로 지급되는 복지가 불공정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필요에 따른 선별성을 무시해 버릴 때 정의롭지 못할 수 있다.

이제 기본소득론은 계급타협적 사민주의 해결책의 일부로 변모했고, 현실의 논리는 기본소득을 소박한 소득 보조금 복지로 가게 하는 듯하다.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라는 구호는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멋진 구호처럼 보이지만, 현실의 엄연한 계급 갈등을 헛되이 무마하려는 계급타협적 성격도 있는 것이다.


우파의 엄살과 두려움

이재명의 기본소득 공약이 꾀죄죄해도 우파 측의 비판은 부적절·불공정하다.

사실 이재명 기본소득에 대한 날 선 비판은 모두 이재명 자체에 대한 견제다.

이재명은 지배계급의 정당인 민주당 소속이지만, 사회민주주의적 정치인이다. 특히, 좌파적 포퓰리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은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조합 지도층에 적극적인 지지 기반을 두고 있다.

그것이 지금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개혁 염원층이 정권 교체로 돌아서지 않고 민주당 내 집권세력 교체에 기대를 거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이재명의 모순이기도 한데, 서로 상충하는 계급 이익을 화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하는 등 이재용 사면 지지를 암시하는 행보를 했다.

이처럼 노동과 자본이라는 양대 계급의 이익을 조화시키려다가 모순을 겪고 대체로 노동계급을 배신하는 것이 사회민주주의와 좌파적 포퓰리즘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배계급 다수는 이런 이재명의 기반과 전략을 못마땅해 한다. 당선된다면 그의 정부가 자기들의 이익을 침해할지도 모른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이번 공약이 매우 약한 수준의 기본소득인데도, 나라를 거덜 낸다느니 하는 엄살성 비판에 시달리는 이유다.

우파들은 기본소득론을 비판하면서, 비슷비슷한 공정소득(유승민)·안심소득(오세훈)을 내놨다.

그들은 부자에게 줄 기본소득을 아끼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이재명을 비판한다. 그러나 증세 없이 기준액 이하 소득의 서민만 지원하겠다고 한다. 실제로 종합부동산세 확대와 법인세 인상 등에 반대하고 국방비 인상은 찬성해 왔다.

그러나 이런 시장 지향적 소득 지원 정책은 흔히 쥐꼬리만 한 지원에 불과하고(새로운 재원 대책이 없으므로), 액수를 늘리려면 서민 증세를 하거나 다른 복지를 줄이게 마련이다.

실제로 그들은 안심(공정)소득을 지급하면 최저생계 지원 같은 극빈층 복지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누구에게 공정하고 누가 안심할 정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