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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선제 공격 능력 확충으로 더 불안정해지는 동아시아

12월 1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이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 지침을 담은 국가안보전략을 개정했다. 이와 함께 국가방위전략과 방위력정비계획도 새로 승인했다.

안보 관련 문서들을 개정하며 일본 정부는 적 기지 등에 대한 공격 능력을 의미하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기로 명시했다.

여기서 핵심은 장거리 미사일 전력 확보에 있다. 우선,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구매한다. 그다음에 사거리 1000킬로미터 이상으로 개량된 미사일을 지상 기지에 배치하고, 향후 함정과 전투기에 탑재하도록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2030년 무렵까지 개발·배치한다.

반격 능력 보유는 일본 제국주의의 대외 정책이 한층 높은 단계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1945년 태평양 전쟁 패배 이후 일본은 70년 넘게 공격받을 때만 자국 영토 안에서 자위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따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원칙은 무너져 왔다. 전임 아베 내각은 헌법의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게 했다.

이제 안보 문서 개정으로 일본은 적이 공격에 “착수”했음이 포착되면 “반격”하게 된다. 심지어 동맹국(미국)이 공격받아도 일본 자위대는 똑같이 “반격”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일본이 유사시 중국·북한의 군대와 영토를 선제 공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군비 확충 계획도 못 박았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1퍼센트 수준인 방위비를 5년 뒤 2퍼센트까지 올린다는 것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5년 뒤 일본 방위비는 100조 원이 넘어 세계 3위로 급상승하게 된다.

일본은 대대적인 군비 확충으로 급변하는 국제 질서에 대응하고 일본 제국주의의 이해관계를 지키려 한다. 이번 국가안보전략에서 일본 정부는 중국을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인 도전”으로 규정했다.

미·중 갈등이 점증하면서 대만을 비롯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긴장이 쌓여 왔다. 일본은 중국이 이 바다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위협한다고 여긴다. 일본 우익 정치인들이 “대만의 유사 사태는 일본의 유사 사태”라며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해 온 까닭이다.

일본은 미국과 손잡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고 잰걸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는 크게 방위비 증액 등 일본 자체의 역량 강화, 대만 유사시를 대비한 미·일 공동작전계획 작성과 일본-호주 안보협정 체결 등 동맹 강화라는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일본의 이번 안보 문서 개정은 바로 미국이 바라는 바였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이 “대담한 역사적 진일보”라며 일본의 안보 문서 개정을 즉시 환영한 까닭이다.

지난 8월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이 보여 줬듯이, 미국과 중국 등의 제국주의 갈등은 인도-태평양의 불안정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일본의 폭주는 매우 불안하고 위험한 미래를 가리킨다.

군비 증강은 일본 대중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 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매년 예산의 22.6퍼센트를 정부 부채 이자를 내는 데 쓰고 있다. 기존 재정 구조로 군비 증강을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기시다 총리는 소득세와 담뱃세 등의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증세를 두고 벌써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일본 공산당은 옳게도 평화를 위협하는 안보 문서 개정에 반대하며, 이대로 가면 대규모 증세와 민생 예산 삭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공세적인 대외 정책을 추진하고 그 부담을 대중에게 떠넘기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는 앞으로 일본 안팎에서 반발을 부를 공산이 있다.

동아시아를 화약고로 만들 일본의 군사대국화 11월 6일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년 기념 국제관함식 ⓒ출처 일본 총리실

한반도

일본의 안보 문서 개정은 한반도에 주는 영향이 적지 않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일본의 선제 공격 대상이 되니까 말이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 가능성이 커지자 국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윤석열 정부도 “한반도 안보 및 우리의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일본이 사전에 한국과의 협의와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단칼에 거부했다. “반격 능력 행사는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을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안보 문서에서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했다.

이런 변화는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한반도를 어떻게 더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비록 윤석열 정부가 ‘사전 동의’를 주장하지만, 사실 정부 핵심 인사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군비 증강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달 대통령 윤석열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열도 위로 [북한]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그냥 방치할 수는 없지 않았겠느냐”며 일본의 군비 증강 필요성을 인정해 줬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장 김태효는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해 한일 군사 협력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인사다.

그렇다고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정책을 그저 “굴욕 외교”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오늘날 한국은 일본 제국주의에 종속된 처지가 아니라, 자국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위해 미국·일본과 손잡은 협력자이니 말이다.

군비 증강, 독도 영유권 주장, 한반도 개입 의지 등 일본 제국주의의 행보는 평범한 한국인들의 경계와 반발을 살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하는 윤석열의 선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