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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단’ 몰이 — 윤석열의 자체 핵무장 주장과 짝을 이루는 것

안보 위기라며 자체 핵무장 하자고 한 윤석열 1월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출처 대통령실

‘간첩단’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우파 언론들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국적 조직도까지 그려 가며 아직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간첩단’의 존재가 기정사실인 양 퍼트리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국정원이 수사 중인 민주노총 조직국장이 주로 만난 북한 공작원이 ‘청주 간첩단’ 사건(F-35 도입 반대 청주 평화 활동가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탄압 사건)의 배후이기도 하다고 보도했다.

1992년 중부지역당 사건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하더니 여러 사건을 엮으려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공안사건 공격이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을 막으려는 공안 분위기 연출,” “조직 보위적 위력 시위”라고 본다.

또는 국정원의 민주노총 압수수색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 때 ‘노조 때리기’로 재미를 보자 이를 좀 더 확대해 보려고 벌인 “오버액션”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공안 탄압의 실제 목적과 효과를 너무 협소하게 보는 것이다.

물론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존재감을 과시해, 1년 앞으로 다가온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번복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이해관계를 핵심 쟁점으로 보는 것은 부수적인 것을 주된 것으로 혼동하는 것이다.

아무리 국정원이라 해도 대규모 간첩단 사건을 주머니칼처럼 꺼내 휘두를 수는 없다. 정권 핵심부의 이해관계와 안보정책 기조를 봐야 한다.

다른 한편, ‘노조 때리기’로만 보는 것은 노동조합 활동가가 아닌 사람들에 대한 탄압 문제에 대해서는 비켜 가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의 위협이라는 명분

지금 시점에 윤석열 정부가 공안 탄압에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남한 지배계급이 속도를 내고자 하는 안보 전략과 연관지어 봐야 한다.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만해협 등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불안정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전통적 친미 국가인 동시에 중국의 주변국인 한국은 그 갈등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

윤석열 정부는 바로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 공조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여기에 북한 문제를 이용한다. 국경 밖에는 북한의 위협이, 국경 안에는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간첩들이 암약하고 있다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1월 9일 〈조선일보〉가 ‘제주 간첩단’ 사건을 단독 보도한 이후, 10일 국민의힘(공식 논평)은 이렇게 말했다. “제대로 간첩을 잡는 것은 북핵 위협에 대응하고 문재인 정권에서 해체된 국가 안보 복원의 시작이다.”

그 다음날인 11일 윤석열은 국방부, 외교부와 함께한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려면 “백 배, 천 배로 때릴 수 있는 대량응징보복 능력을 확고하게 구축”해야 하고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호전적인 발언을 쏟아 냈다.

특히 자체 핵무장론은 〈조선일보〉가 최근 부쩍 더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일주일 뒤 민주노총 압수수색이 벌어졌고, 그 다음날 국민의힘은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총의 ‘공안 통치 회귀,’ ‘공안 몰이’라는 주장은 북핵 안보 위기 앞에서 설득력이 없다. 간첩이 활개를 치는 나라에 ‘국가 안보’는 ‘공염불’이다.”

“안보”

윤석열 정부의 국가 안보 강화를 지지한다면 날로 첨예해지는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서 공안 탄압에 일관되게 반대하기 힘들 것이다.

간첩 혐의가 있는 보안법 수사와 그렇지 않은 수사를 구분해서 방어하겠다는 논리로는 운동이 분열하게 되고, 간첩 수사의 칼자루를 쥔 경찰과 국정원의 탄압에 일관되게 반대하기가 어렵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 위협을 명분 삼고 국가 안전보장을 앞세우며 벌이는 일들은 실제로는 오히려 한반도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