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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내세울 만한 전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한때 ‘안전’을 보장했던 피란 지역인 칸 유니스를 포함해 가자지구 남부를 맹폭해 수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죽고 다쳤다.

심지어 이스라엘군은 모욕적인 잔악 행위를 했다. 가자지구 남부에서 남성 민간인들을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두들겨 팬 뒤 발가벗겨 취조했다.

이 치떨리는 일들은 이스라엘의 “정당방위” 전쟁이라는 게 기실 팔레스타인인 말살 전쟁일 뿐임을 보여 준다.

이스라엘의 “정당방위”는 애초부터 성립될 수 없었다. 이스라엘 국가와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완전히 비대칭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가자지구에서 살아남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땅에서 난민 신세가 됐다. 그나마 가자지구에서도 추방될 위험에 있다.

이제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길은 이집트 국경 쪽으로만 열려 있다. 그러나 이집트의 독재 정권은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공간을 내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저항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가자 북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저항 세력의 매복·기습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무장 저항은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두 달 넘게 가자지구를 유린하고 있지만 무장 저항을 분쇄하지 못하고 있다.

교착 상태의 전선 이스라엘군은 무적이 아니다 ⓒ출처 IDF

12월 3일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은 이렇게 우려했다.

“이런 종류의 싸움에서 무게중심은 민간인에게 있다. 민간인들을 적의 편으로 넘어가게 하면 전술적 승리는 전략적 패배로 바뀌게 된다.”

오스틴이 언급한 “무게중심”은 위대한 군사 사상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핵심 개념을 가리키는 듯하다. 즉,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저항 의지를 꺾기 위해 학살하는 민간인이 도리어 이스라엘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매스 미디어가 보도하는 이스라엘군의 이미지는 전능한 군대다. 언론은 지중해 바닷물을 끌어다 하마스 터널을 침수시키겠다는 이스라엘군의 발표를 논평 없이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스라엘군은 터널 구조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사실 이스라엘은 10월 7일 공격에 이어 연거푸 굴욕감을 맛봤다.

팔레스타인의 무장 저항과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가한 압력 때문에 이스라엘은 일시적 교전 중지를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일시적 교전 중지 기간에 이뤄진 이스라엘인 인질과 팔레스타인인 수감자의 맞교환 장면은 시온주의자들에게 또 한 번 굴욕감을 느끼게 했다.

굴욕

풀려난 이스라엘인 인질들을 검진한 병원 측은 인질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말했다. 다만 몸무게가 줄었다고 했다. 주로 밥과 빵을 먹고 화장실에 제때 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조차 가자지구의 250만 팔레스타인인들보다 나은 식사였을 것이다.

심지어 한 인질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자신에게 한 대우에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 뒤 이스라엘 정부는 인질들의 언론 인터뷰를 철저하게 차단했다.

팔레스타인 석방자들은 하나같이 이스라엘 감옥의 끔찍한 실태를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석방자를 환영하는 시위를 금지하고 최루탄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이 한 달 보름 동안 무자비하게 폭격했어도 여전히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음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원치 않은 이스라엘은 협상 테이블에서 철수했다.

이스라엘군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은 어려운 전투를 치르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도 내세울 만한 전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개전 이후 두 달이 지났지만 팔레스타인의 무장 저항을 분쇄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의기양양한 전쟁 프로파간다를 무수히 쏟아내지만, 차마 하마스가 궤멸됐다는 말은 하지 못한다.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도 “하마스가 건재한 상황”이라서 휴전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하마스 대원 중 최소 5000명이 사망했지만 가자지구에는 아직 3만 명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서 실제로는 전선은 교착 상태다.

네타냐후는 군사적 난관뿐 아니라 재정적 난관에도 봉착해 있다. 미국이 무기와 탄약을 계속 지원하고 있기는 해도(11월 2일 하원이 145억 달러 규모의 이스라엘 군사 지원 예산안을 통과시켰는데, 아직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는 전비 지출 증대에 따른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교착

12월 6일 이스라엘 의회가 통과시킨 2023년도 수정 예산안 중에 전쟁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연합 자금이 포함되자, 경제부 장관 니르 바라카트는 이 예산안이 이스라엘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는 불만을 나타냈다.

전선의 교착 상태는 단지 이스라엘만의 걱정거리가 아니다. 교착 상태를 타개하려고 이스라엘군이 더 많은 학살을 자행하면 그에 대한 항의도 더 늘어날 것이고, 그리되면 아랍의 친서방 동맹국들이 이스라엘의 학살을 한결같이 지지하기가 곤란해질 것이다. 그랬다가는 확전이나 내전을 유발해 역내 불안정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해법 관련 쟁점이 다시 제기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도 더욱 곤란한 처지가 될 것이다.

바이든은 블링컨을 몇 차례나 중동에 보내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스라엘 군대의 점령하에 가자지구 내 “안전 보장 지대”를 만드는 것이 해결책인가? 아니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제하기를 바라면서 “두 국가”를 인정하는 것으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모두 불확실한 시나리오다.

가자지구 내 “안전 보장 지대”로 말할 것 같으면, 이스라엘 국가의 공언과는 달리,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점령을 항구화하고 가자 주민 전체를 몰살시킬 힘이 없다.

“두 국가” 방안은 미국의 지원하에 이스라엘 국가가 (팔레스타인에 절대 불리했을지라도) 오슬로 협정을 폭파시키는 바람에 더욱 작동 불가능하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의 “정당방위권”을 지지하면서도, 상황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소방 작업의 일환으로 “두 국가” 방안을 끄집어 냈을 뿐이다.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드는 것은 아랍국들도 똑같이 위선적이라는 것이다.

이집트 대통령 엘시시는 1967년 중동 전쟁 이전의 국경선에 근거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비무장 국가 방안을 제안했다. 나토, 유엔 평화유지군, 아랍 군대, 미군 중 하나가 가자지구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다른 아랍 국가들은 엘시시의 제안을 반대했다. 오랫동안 가자지구를 통치해 온 하마스(또는 또 다른 저항 세력)와 충돌하며 가자지구 안보를 책임질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린 어페어스》는 “출구가 없다”고 현 상황의 고충을 토로했다. 하마스가 궤멸되는 ‘그날’이 와도 미국에 남는 것은 “악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미국, 아랍의 친서방 동맹국이 각각 다른 구상을 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이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의기투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