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체제의 위기를 악화시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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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처럼 쏟아지는 참상으로 올해의 대미를 맞이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했고, 무고한 이들을 계속 학살하고 있다. 역사상 최강의 제국주의 강대국 미국은 이 살인마 집단을 그들을 제외한 모든 인류로부터 감싸고 있다. 이를 분명하게 보여 주는 일이 지난주 금요일에 있었다.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이 휴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몇 달 전 나는 《새로운 재난시대》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그 책에서 나는 자본주의 체제가 다중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들 간 전쟁은 체제의 이런 위기가 가속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전쟁은 중동의 안정을 해치고 있는데, 그 지역에서는 이미 미국의 지배력이 중국과 러시아에게 도전받던 상황이었다. 워싱턴의 핵심 동맹 사우디아라비아는 모스크바에 맞서 서방 편 들기를 거부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했다.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연합국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이 이끄는 개발도상국 주요 경제국의 블록인 브릭스에 참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을 미국과 유럽연합이 확고하게 지지한 것은 서방의 고립 문제를 더욱 키웠다.
위기의 상이한 측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절정기에 세계 공급망 교란으로 인플레이션 문제가 촉발된 바 있다. 이제는 파나마 운하 지역의 가뭄과 수에즈 운하 인근 홍해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예멘 반군의 공격 때문에 세계의 주요 길목 두 곳에서 운송이 느려지면서 공급망이 또다시 교란되고 있다. 과잉 확장된 미국 제국주의는 “중첩된 긴급상황들”
이번 전쟁은 정치적 변화도 낳고 있다. 거대한 규모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는 단지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것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쟁점은 이 세계의 온갖 부조리를 대표하는 사안이 됐다. 그 결과, 왼쪽으로의 커다란 가능성이 열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좌파를 분열시켰다.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미국의 나토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를 상대로 대리전을 벌일 기회로 삼고 있음을 간파하지 못했다. 그 탓에 제국주의 열강의 충돌이 이 전쟁의 본질인데도 반대를 대규모로 조직하기가 어려웠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은 그런 상황을 변화시켰다. 10월 7일 이래로 전쟁저지연합과 팔레스타인연대캠페인은 영국 역사상 가장 큰 시위에 속하는 집회들을 조직했다. 세계 도처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로 급진화 물결이 일었는데, 새 세대가 반
이 도륙 행위에 지도적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공모하고 있다. 예컨대, 키어 스타머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지금은 역사적 순간일 수 있다.
새로운 재난 시대에 가장 우려스러운 특징 하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실패하면서 생긴 불만을 상당 부분 극우가 흡수했다는 것이었다. 이는 변함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는 내년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을 앞서고 있다.
그러나 극우는
가자에서의 살육은 기성 체제의 잔인한 본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하마스를 파괴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으려는 이스라엘의 시도는 십중팔구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번 전쟁은 훨씬 많은 사람이 국제 연대와 반제국주의에 헌신하는 결과를 남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새롭고 더 강력한 좌파의 기초를 놓을 수 있다. 혁명가들은 지금의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