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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보 SNS 기업들의 가짜뉴스 단속 예고:
우익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

기사가 발행되고 이틀 후인 12월 4일 페이스북은 영국에서 좌파 활동가 45명의 계정과 15개 조직의 페이지를 정지시켰다. 기사 하단에 관련 내용을 증보했다.

페이스북코리아가 선거철 가짜뉴스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한겨레〉 11월 11일치). 앞서 이번 미국 대선 때 페이스북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사용한 “표 도둑질 중단(#StopTheSteal)”이라는 해시태그를 차단했는데, 한국에서 내년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 때 마찬가지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트위터도 미국 대선 때처럼 선거 관련 게시물을 관리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나 전광훈 같은 극우가 퍼뜨리는 인종차별적·반과학적 가짜뉴스는 혐오스럽다. 이 자들의 발언을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할 이유는 없다. 표현의 자유는 피억압자들이 권력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뜻하는 것이지 억압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SNS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가짜뉴스를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반길 수는 없다.

이중잣대

표현의 자유는 SNS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이들은 광고 판매 기업이고 그것도 거대한 독점 기업이다. 주류 질서에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국가와 잘 지내려 한다.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미 지난해에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가정보국을 만나 선거 대응을 논의했다.

대선 직전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바이든에 관한 부패 의혹 보도 기사를 일시 차단함으로써 바이든을 간접 지원했다. 이후 페이스북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의 전현직 인사들이 바이든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들어갔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 면에서 권력자들과 피억압자들을 다르게 대했다.

지난 5월 트럼프가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가 시작된다”며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대를 협박하는 글을 썼을 때 페이스북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페이스북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해 업무 거부까지 했다.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는 해당 글이 공권력 사용에 관한 논의이기 때문에 폭력 선동이 아니며 따라서 제재하지 않는다고 변명했다.

트위터는 같은 내용의 게시물에 대해서 “폭력 미화”라고 경고 메시지를 붙이고 숨김 처리했지만(이용자가 원하면 볼 수 있는 조처), 트럼프가 후보자 시절부터 대통령 임기 내내 인종차별주의적 주장을 쏟아내며 트위터의 규정을 밥먹듯 어겨도 결코 계정을 정지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엔 아예 공직자의 계정과 트윗이 운영원칙을 위배하더라도 삭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만들었다. 아마 트럼프가 이 규정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봤을 것이다.

반면 지난해 트위터는 이스라엘에 맞선 저항 조직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영문 계정과 팔레스타인의 주요 언론 〈쿼드 뉴스 네트워크〉의 계정을 정지했다. 미국 하원 의원들이 미국 정부 지정 테러 조직 연관 계정들을 정지하라고 요구한 데 대한 응답이었다.

팔레스타인 저항 조직에 관련한 검열은 인터넷에 만연해 있다. 지난 9월 샌프란시스코 대학은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 소속 여성 무장 투사였던 레일라 칼리드의 온라인 강연을 계획했다. 그러나 화상 회의 기업인 줌은 강연을 불허했고, 페이스북은 이벤트 페이지를 삭제했다. 유튜브는 강연 시작 23분 만에 영상을 차단했다.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이 정부 지정 테러단체이며, 폭력 행위를 미화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이렇듯 SNS 기업들은 억압적 국가기구에 기꺼이 협력하며, 국가의 법률과 태도를 중요한 검열 기준으로 삼는다.

부메랑

따라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이런 규제는 좌파와 피억압자들에게도 부메랑이 될 것이다. 최대한의 이윤을 보장하는 게 이들 기업의 기본적 동기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는커녕 논란을 피하려고 권력 비판이나 좌파적 게시물을 규제할 수 있다.

예컨대 베트남전 당시 미군의 만행을 폭로해 퓰리처상을 받은 “네이팜탄 소녀” 사진은 페이스북에서 차단됐다. ‘아동 포르노’라는 황당한 이유에서였다. 페이스북은 2016년 이를 감지한 언론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후에야 이 사진을 허용했다.

전쟁 참상 고발 사진이 아동 포르노? 미군의 네이팜탄 폭격에 옷에 불이 붙어서 벗어 던지고 뛰쳐 나오는 순간을 촬영한 사진이다. 베트남전에서 미국의 만행을 폭로한 이 사진으로 AP 통신 닉 우트는 퓰리처상을 받았다(1973년). 페이스북은 이 사진을 아동 포르노라며 차단했다가 항의를 받고서야 허용했다

페이스북은 〈노동자 연대〉가 지난해 6월 트럼프 방한 반대 시위 공식 홍보물을 유료 광고하려고 했을 때 불허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치적 또는 사회적 주제를 이용하는 콘텐츠를 포함”한다는 이유였다. 본지가 항의하고 나서야 광고를 허용했다.

페이스북은 본지 장호종 기자가 공저한 《코로나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을 출판사가 유료 광고하려고 할 때도 “위기 상황 또는 정치적/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이용하는 콘텐츠를 홍보”한다며 불허했다가 항의 후에야 허용했다.

명시적으로 차단하지 않더라도 노출 횟수를 줄이는 식으로 은밀한 검열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 결국 SNS 기업들이 검열을 강화한다면, 폭력 미화 금지 같은 일견 객관적으로 보이는 규칙을 가지고 억압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리하게 적용하거나, 이윤에 침해가 될 정도로 논란이 되는 주제는 다 막는 식의 규제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가짜뉴스의 근원

무엇보다 SNS 기업의 규제가 가짜뉴스라는 문제적 현상을 없애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가짜뉴스는 체제 위기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삶을 좀먹는 장기화된 경제 위기,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주류 정치 세력이 위기 해결에 완전히 실패한 것 등이 지배적 이데올로기 위기의 비옥한 토양이 됐다. 일부 사람들이 현 질서에 대해 거의 완전한 불신을 갖게 됐다. 이런 토양 아래서 만연한 사회적 불신과 확증편향 등이 자라났다. 코로나 위기도 이를 부추겼을 것이다.

가짜뉴스는 이런 체제가 실패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배양돼 횡행하고 일정한 영향력을 확보하게 됐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진정한 대안이 제공될 때 가짜뉴스는 점차 힘을 잃을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당시 태블릿PC가 조작됐다는 가짜뉴스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가짜뉴스를 활용하는 우익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의 개혁 배신으로 박근혜 퇴진 촛불에 나섰던 사람들이 실망하면서였다. 가짜뉴스를 효과적으로 박멸하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진정한 대안을 구축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사가 발행되고 이틀 후인 12월 4일 페이스북은 영국에서 좌파 활동가 45명의 계정과 15개 조직의 페이지를 정지시켰다.

페이스북이 인종차별 반대·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한 계정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지배 질서의 위기에 대응해 지배자들은 좌파를 단속한다. 서구에서 좌파 단속의 주요 수단 중 하나가 바로 팔레스타인 지지를 반유대주의 인종차별로 모는 마녀사냥이다. 전임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도 최근 이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돼 징계를 받았다. 그가 당대표 시절 급진 좌파적 강령과 주장으로 사람들의 불만을 왼쪽에서 대변했기 때문이다. 코빈 이후 당권을 잡은 노동당 우파는 이런 마녀사냥을 통해 노동당의 좌경화에 불안해 한 기업주들을 안심시키려 한다.

페이스북의 이번 조처는 이 독점 기업의 체제 수호적 면모를 보여 준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은 영국에서 가장 큰 혁명적 좌파로서 이런 마녀사냥에 전혀 굴하지 않고 적극 발언하고 활동해 왔기 때문이다. 계정이 정지된 활동가 전원은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이기도 하다.

아마 페이스북이 설계한 검열 알고리듬 자체가 이런 좌파적 정치 표현을 “혐오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 알고리듬으로 자신들이 검열하는 “혐오 표현” 95퍼센트를 감지한다고 말하는데, 알고리듬은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 알고리듬에는 설계자의 의도와 편견이 들어간다.

이 사건은 기업의 검열 강화를 전혀 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 준다.

페이스북은 항의를 받고 나서 6시간 만에 정지된 계정과 페이지 대부분을 복구시켰다.

“페이스북은 왜 정치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차단하는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의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