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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의 단식 생쇼:
직접고용은 피하고 노동자 후퇴 압박하기

김용익은 단식으로 ‘노노 갈등’이 상황의 본질인 것처럼 호도하고 책임을 회피했다 ⓒ출처 건보공단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파업 중단을 내걸고 6월 14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던 공단 이사장 김용익이 이틀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정규직 노조가 고객센터 노조와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에 참여하기로 하고, 고객센터 노조가 파업을 중단(21일부터 업무에 복귀)하기로 하면서다.

이로써 대화 테이블에 참가할 길이 열렸지만 사태는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는 공단 측이 직접고용 논의 테이블을 거부하며, 고객센터가 직영화 대상인지부터 심의하겠다고 개최한 회의다. 즉, 직영화 거부를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 쌓기 목적이 큰 것이다. 게다가 협의회는 공단 측 2명, 전문가 5명으로 이뤄져 있는데, 노조들은 청문 자격으로만 참가하기로 했다. 고객센터 노조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도 힘든 구조인 것이다. 이 때문에 사무논의협의회 참가를 확정받은 것만으로 파업을 종료해서는 안 된다는 기층 조합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김용익은 대화조차 거부하는 모양새를 피하면서도, 직접고용 책임을 회피할 방도를 만들어 냈다. 상담원의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참가를 전제해야만 협상을 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말이다. 사실 김용익의 단식 소동 자체가 상담원 직접고용에 대한 공단 책임을 회피하고, 직접고용 여부에 대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노 갈등’이 상황의 본질인 것처럼 호도하려는 것이었다.

공단이 직접고용이 아니라 자회사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최근 한 공단 관계자는 사무논의협의회에서 “지금의 민간위탁 방식으로 갈 거냐 자회사로 할 거냐 등 적정 운영방식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그러나 이미 자회사로 전환된 공기업들의 열악한 실태가 계속 폭로돼 왔다. 자회사는 미흡한 고용 안정, 저임금으로 ‘덩치만 큰 용역회사’로 불려 왔다. 6월 14일 고객센터 노조는 “무늬만 정규직인 자회사, 계열사 배제하고 직영화로 응답하라”고 요구했다. 실체가 드러난 지금 자회사는 무늬도 정규직이 아니다.

요컨대, 공단 측은 지금껏 그래 왔듯이 어떻게든 직접고용 책임을 피하려고 정규직 노조의 반대를 핑계 삼고, 자회사 등 꼼수 방안을 압박하려 들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파업을 중단하기보다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투쟁의 동력을 유지하고 연대를 확대해 사측을 압박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진짜 사장”

단식에 돌입하면서 김용익은 “건보공단이 파탄으로 빠져드는 일만은 제 몸을 바쳐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공단이 직접고용을 거부하고 있는 게 문제의 원인이다.

건강보험공단 상담원들이 지적하듯이 김용익 이사장이 “진짜 사장”이다.

상담원들은 건강보험공단의 핵심 필수 업무를 하고, 공단 사원번호까지 받아서 일한다. 코로나19 시기 동안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는 질병관리본부 업무, 백신 접종 안내까지 도맡아 하며 전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상담원들은 전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한낱 외주 민간업체들 손에 맡겨져 있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옳게 지적한다. 사실 외주 민간업체는 공단의 지시 없이는 작업장에 칸막이 하나 설치 못 하는 ‘바지 사장’들일 뿐이다. 공단 측은 그저 책임 회피와 비용 절감을 위해 이 불합리한 간접고용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상담원들처럼 간접고용 처지였던 청소, 경비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했다. 나머지 4대보험 공단 고객센터 상담원들도 모두 직접 고용됐다. 건강보험공단 상담원들의 직접고용 요구만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익은 문재인 정부에서 개혁파로 불렸다. 그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창립 멤버이자, 참여연대 중앙집행위원 등을 거친 보건의료 엔지오 출신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김대중·노무현·문재인까지 역대 민주당 정부 내내 공직을 맡아 관료로서 보건의료 정책을 주도한 이력도 있다. 지금 다른 공기업 사장들처럼 비정규직에게 냉담하고 비겁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괘씸하기도 하지만, 놀랍지는 않은 이유다.

3월 〈매일노동뉴스〉 인터뷰에서 김용익은 “국가가 적극적 고용자로서 역할”을 해 복지와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었다. 정작 자신이 결정권을 쥔 건강보험 상담원에 대해서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책임 회피만 해 왔다. 김용익에게 국가의 고용자 역할이 양질의 일자리를 가리킨 건 아닌 것이다.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 각종 보수언론과 경제지는 김용익의 단식을 1면에서 다루며 부각했다. 이들은 “정규직화 밀어붙이기”가 이런 사단을 낳았다며 과도한 정규직화가 문제라고 비난한다.

사태를 “파탄”으로 몰고 간 책임은 문재인 정부와 공단 측에게 있지만, 그것이 과도한 정규직화 때문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은 매우 미온적이고 부족한 목표와 방식에 있다. 특히 정부는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추가 예산을 늘리지 않아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했다.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 대상도 선별했고 민간위탁(3단계)은 아예 전환을 포기했다.

이런 방향 속에서 건강보험공단 측도 더 손쉽게 직접고용 책임을 회피하고, 그간 처우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정규직 노동자들과 더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로를 탓하게 이간질했다.

김용익은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모두 한발씩 물러나 대화에 나서라고 하지만, 상담원 노동자들이 수개월 동안 대화를 요구할 때 거부해 온 건 김용익 자신이었다. 이런 태도에 분노하며 상담원들이 다시 파업에 나서자 이제 와서 대화하려면 파업을 중단하라고 나왔던 것이다. 이는 철저한 기만이었다. 김용익의 진짜 목표는 상담원 노동자들의 투쟁을 중단시키고 요구를 좌절시키는 것이다.

김용익은 한술 더 떠 고객센터 노조의 파업과 로비 농성으로 “공단 직원들이 매우 격앙된 상태”라고 했다. 정규직 노조의 편협함과 분열적 태도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용자의 직접고용 책임 회피에 대한 노동자 투쟁을 노조 간 갈등 프레임으로 비튼 것이다.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공단측의 정치적 구사대와 다름없는 구실을 해 주기 때문에 가능한 수작이다. 추잡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다.

하향 압박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의 정규직 노조 지도부는 직접고용에 반대하고, 그것도 모자라 고객센터 노조의 파업 기간에 자기 조합원들이 대체인력으로 동원되는 것도 방치했다(상담원들이 지난 2월 파업할 때도 그랬다). 사실상 노조가 사용자를 지원한 것이다.

그러나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내치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이롭지 않다. 비정규직의 열악한 조건은 정규직 노동자의 조건 개선에도 하향 압력이 되기 쉽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직무급제를 도입한 후, 정규직 호봉제도 손보려 한다.

공공부문에서도 사용자들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모두의 조건을 공격해 왔다. 예컨대, 외주화가 확대되며 비정규직이 열악한 처지에 내몰릴 때,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임금피크제나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가 계속돼 왔다.

노동자들 사이에 이간질이 잘 먹힐수록 이런 공격이 더 쉽게 성공한다. 그 반대가 돼야 노동자들의 조건도 방어할 수 있다. 박근혜의 성과연봉제를 멈춰 세웠던 것은 미조직 노동자들이 다수 포함된 박근혜 퇴진 운동이 승리한 덕분이 컸다. 그런데 이 운동의 초기 도화선 노릇을 한 것은 철도노조가 선두에 선 공공부문 노동자들이었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차별 개선에 반대하면, 결국 자신들의 투쟁 명분도 약화되기 십상이다. 투쟁으로 조건 개선을 쟁취하는 것이 ‘불공정’하고 경쟁을 거쳐야 한다는 논리는 정규직에 대한 호봉제 공격이 벌어질 때나 승진 문제 등에 고스란히 되돌아올 수 있다. 이미 〈경향신문〉은 건강보험공단 내 갈등을 다루며 정규직들의 ‘기득권’이 문제라고 비난했다. (관련 기사 : [개정] “현실에 무릎 꿇은 정규직” 〈경향신문〉 기사 반박: 정규직 기득권 내려놓는 게 비정규직과 연대하는 길?)

상급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지도부는 산하 두 노조가 갈등하는 상황에서 상담원의 직접고용을 지지하고 있다. 6월 15일에는 산하 노조들에 고객센터 직영화 지지 성명을 호소했다.

그러나 산하 단체인 건보공단 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문제적 태도에 대해서 올해 2월 이후 지금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공개 비판이 없는 것은 아쉽다. 특히 공단 측이 ‘노노 갈등’ 프레임을 적극 이용하는 상황에서 노동자 연대의 원칙을 분명히 하는 비판과 설득이 필요한 상황이다. 소속 노조 지도부의 문제점을 회피하지 않을 때, 연대 호소도 설득력이 더 생길 수 있다. 그러려면 좌파의 주장과 건강한 비판도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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