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상담원 직접고용 요구 파업:
상담원 없으면 건강보험공단도 없다, 직접 고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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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월 1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원들이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은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에 모여 힘차게 파업 집회를 열었다. 서울, 경인, 대전, 부산, 광주 등 전국 고객센터 11개 지회가 모두 모여 기세를 올렸다. ‘건보 고객센터 직영화 대책위원회’가 서울에서 버스를 대절해 집회에 참가했고, 공공·금속·건설·톨게이트 노조 소속 노동자 수십 명도 집회에 함께하며 연대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그간 노동자들은 건강보험공단 핵심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민간위탁으로 인해 열악한 처우에 내몰려 왔다. 원주 본사지회에서 근무하는 조합원은 이번 파업에 동참한 이유를 “오로지 콜만 많이 받아야 하는 기계적 삶에서 벗어나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노동자의 말처럼 그간 상담원들은 살인적 콜 경쟁 압박으로 화장실도 제대로 갈 수 없는 “기계” 취급을 받아 왔다. 최저임금 수준밖에 못 받는데 온갖 실적 감점으로 인해 월급이 더 적어지기도 했다.
파업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이번에는 끝장을 봐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2월 3주간 파업 후 현장으로 복귀해 중재 상황을 지켜봤지만, 공사 측은 시간만 끌다가 결국 뒤통수를 쳤다.
부산에서 올라온 한 노동자는 “생애 첫 파업을 하던 2월에 원주로 왔을 때는 설레는 마음이 더 컸지만, 오늘은 끝장을 봐야 한다는 마음이 더 큽니다” 하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복귀한 현장은 여전히 상담사들에게 부당하며 가혹했습니다. 우리의 노동환경은 우리 스스로 바꿔야 합니다” 하고 힘주어 말했다.
파업 집회에서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에 대한 분노와 성토가 끝없이 이어졌다.
대전지회에서 온 한 노동자는 직접고용의 정당성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함께하는 건강보험 상담사’라고 말하게 해 놓고서 왜 이사장님은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나요? 우리의 직접 고용주는 바로 김용익 이사장입니다. 이 자리에 모인 상담사들은 모두 입사시부터 공단에서 사번을 부여 받았습니다. 직원도 아닌데 칭찬하고 격려하는 표창장 주는 사장님 보신 적 있습니까? 인정하십시오. 상담사 없는 건강보험공단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한편, 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을 비롯해 조합원 50명이 이날 아침 공단 본사 1층 로비에서 김용익 이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김숙영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농성장 안에서 전화로 이렇게 발언했다.
“공단 이사장이 우리와의 대화에 나오지 않아서 직접 공단 안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우리 요구는 16년간 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사로 일한 우리를 진정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남의 것을 빼앗고 정당하지 못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농성이 시작되자 경찰은 출입구를 봉쇄하고 차벽까지 세워서 건물 안 농성 조합원들을 고립시켰다. 심지어 경찰은 하루 종일 식사도 못 한 농성 조합원들에게 물과 밥, 깔개를 전달하려는 조합원들도 폭력적으로 막아 세웠다. 일부 노동자는 경찰 방패에 다치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항의로 다행히 농성 조합원들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파업이 시작되자 마자 벌써 보수 경제지들은 상담원 직접고용이 ‘불공정’한 요구라며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공정’ 운운은 위선일 뿐이다. 보수 경제지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범죄자 이재용 사면은 공정한가? 이들은 그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를 이간질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염원을 깎아 내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고객센터 직영화는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일”이다.
노동자들은 앞으로 원주 본사 농성을 하며 건물 밖에서도 파업 집회를 지속할 예정이다. 정부에게도 책임을 물으며 서울에서도 집회와 행진 등을 계획하고 있다.
파업에 지지와 연대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